[해외 등반 | 이탈리아 돌로미티 비아 페라타 데이 알피니] 제1차 세계대전 고산 격전지 라가주오이

  • 글·사진 임덕용 꿈속의 알프스등산학교
    입력 2020.10.14 07:51

    바위 길에서 105년 전 군인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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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부분에서 파비오(위)와 실바노(아래)가 곡예를 하듯이 벽에 매달려 환호하고 있다.
    2007년 11월, 이탈리아 볼자노Bolzano에 주둔하고 있는 알피니Alpini(산악부대) 사령관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 물자 수송을 위해 설치되어 있던 비아 페라타 데이 알피니Via ferrata degli Alpini의 와이어로프와 쇠사다리 등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콜 데이 보스Col dei Bos에 설치되어 있던 루트를 새롭게 만들기 시작했다. 
    비아 페라타 데이 알피니 보수 작업은 2008년 11월에 완료되었다. 당시 산악 부대의 보고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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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자노대학 경제학 교수인 러시아인 클라이머 드미트리가 후등을 하고 있다.
    바윗길에 새겨진 전쟁의 흔적
    “105년 전 군사 목적으로 처음 만들었던 비아 페라타(와이어 안전장치가 설치된 등반루트)가 1960년대 등반용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증가한 비아 페라타 등반 인구의 안전을 위해 더욱 새롭고 안전한 등반 방법과 혁신적인 장비를 실험적으로 사용되어 만들어졌다. 또 좀더 쉬운 유지 관리를 위한 새로운 귀중한 기술을 참조로 만들어졌다.” 
    보고서에서 말하는 더욱 안전한 루트를 만들기 위한 ‘주요 혁신’이란 이탈리아 전문 등반 장비 제조사인 콩Kong사가 오랜 연구 끝에 만든 고무로 된 새로운 원뿔을 말한다. 이 원뿔은 쇠말뚝 끝 부분의 와이어로프 안에 고정 되어 있으면서 등반가가 추락하면서 카라비너가 걸릴 때의 충격을 흡수한다. 지금은 모든 비아 페라타 루트에 이 원뿔이 설치되어 있지만 당시로는 획기적인 안전 보호 장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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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바노와 드미트리가 벽 중단의 경사가 완만한 지역을 통과하고 있다
    비아 페라타 데이 알피니 루트는 알피니 볼자노 산악부대원들의 등반 실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만든 것으로, 지금까지 많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비아 페라타 등반 인구가 늘어나고 멋진 전망은 물론, 등반을 하면서 전쟁이라는 슬픈 역사와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훌륭한 등반 루트이다.
    이 루트를 등반하다보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이 지은 유적과 유물을 볼 수 있다. 이 역사적 증거는 그 사람들의 삶이 수천 번의 고난을 겪으면서 살아가고 싸우고, 죽도록 강요당했음을 반영한다. 2008년 새롭게 탄생한 루트를 등반하며 보는 파노라마는 코르티나의 대표적인 볼거리다. 
    3년 전 코르티나 푼타 안나 등반 중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 파비오 폰타나는 중부 이탈리아 시에나에 살고 있는 산악인 부부다. 그들은 매년 여름이 되면 2주간 돌로미티에서 트레킹을 하며, 겨울에는 2주간 스키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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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비오, 실바노, 드미트리가 순서대로 정상 마지막 크럭스 구간을 오르고 있다.
    파비오는 클라이밍은 못 하지만 아내가 허락하면 쉬운 비아 페라타 등반은 했다. 그의 아내는 고소공포증이 있어 등반은 전혀 못 하지만 걷기는 매우 잘 한다. 트레킹만 하는 그들 부부가 팔자레고Falzarego고개 아래 마을에서 2주일간 휴가를 보낸다는 소식에 파비오를 벽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살레와 인공암장에서 같이 운동하는 친구 실바노와 드미트리가 동행했다. 구수한 중부 지방 사투리를 사용하는 두 부부와의 만남은 즐거웠다. 파비오의 아내 라우라는 팔자레고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라가주오이Lagazuoi로 넘어와 우리의 등반이 끝나는 정상에서 만나기로 했다. 고작 2시간의 헤어짐이건만 껴안고 사랑을 표현하는 이탈리아 부부의 사랑 행위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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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을 오른 후 일행은 왼편의 급하고 좁은 협곡으로 낙석의 위험을 안고 하산해야 했다.
    전날 비가 내린 탓에 암벽은 짙은 고동색으로 변해 있었다. 무거운 중압감을 깬 사람은 파비오였다. 번역을 한다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오메, 벽 때깔이 잘 구워놓은 굴비 같소잉. 너무 급하게 먹지 말고 천천히 즐기며 올라가잖게요~” 정도 되겠다. 장비를 착용하던 일행은 파비오의 말에 한마디씩 거들며 즐겁게 등반을 시작했다.
    파비오와 필자, 키가 작은 실바노가 차례로 오르고 후미는 덩치가 가장 좋은 드미트리가 맡기로 했지만 좀더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실바노와 드미트리가 먼저 올라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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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찍은 파비오·라우라 부부와 필자, 실바노, 드미트리(왼쪽부터).
    2시간여 만의 감격적인 재회
    멋진 라고주오이 거벽의 병풍들에 둘러싸인 풍경을 즐기며 오른다. 몸에 땀이 적당하게 날 즈음 오른쪽으로 초원이 나왔다. 그 풍광에 빠져 잠시 쉰 다음 두 번째 벽을 오른다. 벽의 경사가 점점 심해졌다. 몇 개의 작은 오버행 구간을 지나니 엔돌핀이 솟아난다. 
    1시간 30분 정도 오르자 정상인 ‘콜 데이 보스’(2,559m)에 닿았고, 루트가 끝나는 곳에서 다시 15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니 정상 십자가가 우리를 반겼다. 헤어진 지 2시간여, 정상에서 재회의 애정 표시를 하는 파비오·라우라 부부의 ‘재롱’이 귀엽다. 부부의 따뜻하고 다정한 사랑 표현이 라가주오이의 격전지 비아 페라타 등반을 더욱 특별하게 해주었다. 


    접근 방법
    팔자레고 고개에서 코르티나로 1.5km(약 5분 소요) 내려가다가 왼편의 ‘다 스트로벨da Strobel’ 바에 주차한다. ‘콜 데이 보스’ 표시판을 보고 올라가다가 제1차 세계대전 병원 유적지로 가는 군사 도로를 지난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헬기 착륙장을 지나 15분 정도 더 올라가면 비아 페라타 데 알피니 스타트 지점에 도착한다.

    등반 루트
    ‘Ferrata degli Alpini’라고 적힌 나무 간판을 따라 올라간다. 출발 15분 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병원 유적이 있는 ‘오스페달레티Ospedaletti’에 도착한다. 구비 길을 올라가다가 ‘토레 피골라 디 팔자레고Torre Piccola di Falzarego’ 벽을 따라 넓은 등산로를 오르다 등반 안내가 적힌 나무 간판을 보고 조금 오르면 출발점(2,195m)에 닿는다. 
    바윗길은 좋다. 일부 가파른 부분은 안전하게 정비되어 있으며 자갈이 깔린 경사면이 짧은 산책로와 교대로 나타난다. 루트가 끝나는 넓은 잔디에서 약 15분을 더 걸어 올라가면 정상인 콜 데이 보스 남서벽에 닿는다. 

    하산 방법
    1 포르첼라 첸자로 하산하는 방법. 
    2 2억2,000만 년 전 생성되었다는 안내판이 있는 붉은 사암 협곡길을 내려가다 보면 제1차 세계대전 때 사용된 목재와 철조망을 볼 수 있다. 급경사에 낙석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약 1시간 만에 출발지로 되돌아갈 수 있는 가장 빠른 하산루트다. 
    3 편안하게 하산하려면 정상에서 서쪽으로 이동해 초원을 지나면 된다. 402 등산로를 따르다가 라가주오이 스키 슬로프로 내려가는 도중 423번 좁은 길로 내려가면 주차장에 닿는다. 약 2시간 소요. 정상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카스텔레토 디 토파나Castelletto di Tofana 방향으로 가다가 402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면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

    주변 산장
    리푸지오 콜 갈리나
    Rifugio Col Gallina(2,055m) 
    Tel. 0436 2939
    리푸지오 라가주오이
    Rifugio Lagazuoi(2,752m) 
    Tel. 0436 867303
    리스토란테 다 스트로벨
    Restaurant da Strobel(2,060m) 
    Tel. 0436 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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