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클라이밍] “우리 아이, 클라이밍해도 괜찮을까요?”

  • 글 김인경 매드짐 대표, 서현우 기자
  • 사진 C영상미디어, 셔터스톡
    입력 2020.10.08 09:57

    클라이밍을 놀이로 가르쳐야 부상만 예방하면 키 크는 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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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트 클라이머들은 일찌감치 청소년기에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이다. 사진은 서채현 선수. 사진 김종연 사진기자
    최근 클라이밍 키워드는 ‘10대’이다. 올해 10세 프랑스 소년 테오 블라스는 지난 6월 10일 5.14b급 루트를 완등하며 해당 난이도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이외에도 스코틀랜드의 쥘 몰리뉴Jules Molyneaux는 지난 7월 11세의 나이로 최연소 마터호른 등정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당시 10세인 셀라 슈나이더가 최연소 요세미티 엘 캐피탄 등정에 성공하기도 했다.
    스포츠클라이밍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한국은 서채현, 정지민, 이도현 등 10대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며 라우라, 마고 헤이즈, 아시마 시라이시, 요한나 에른스트 등의 해외 선수들이 10대 때부터 빼어난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이처럼 어린 나이의 클라이머들이 어떻게 등반을 잘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아직 성장기의 아이들이 클라이밍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또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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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몸이 가볍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립력이 우수하다. 사진은 2019년 신북초 3학년 이건우군. 사진 양수열 사진기자
    Q1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들이 어떻게 등반을 잘하는 걸까?

    A. 10대 클라이머들이 뛰어난 등반을 해내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클라이밍은 기술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클라이밍은 근력의 양보다 양질의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느냐가 더 관건이다. 10대의 뇌는 운동 기술을 학습하는 능력이 성인보다 뛰어난 경우가 많다. 미국의 청소년 전문 코치 로빈 런더우는 “아이들은 빠른 속도로 클라이밍 실력을 높이는 데 있어 인지적, 생리적 발달상의 이점이 있다”며 “단 연령과 발달에 따른 맞춤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성인보다 우수한 그립력이다. 그립력은 손으로 쥐거나 잡는 힘을 의미하는데, 흔히 클라이밍에서는 악력과 구분해 다양한 동작과 기술을 구사할 수 있도록 홀드를 자유자재로 제압하는 능력 정도의 의미로 사용된다. 10대 클라이머들은 성인에 비해 체중이 적게 나가며, 손도 더 작기 때문에 성인이 잡고 오르기 어려운 작은 홀드도 쉽게 제압하고 등반을 이어 나갈 수 있다.
    세 번째는 성인보다 우수한 유연성이다. 꾸준히 스트레칭을 통해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쉽게 근육이 굳는 성인에 비해 유소년들은 비교적 쉽게 높은 수준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유연성과 균형 감각이 중요한 체조를 청소년들에게 교육과정상 필수로 가르치는 유럽과 일본에서 우수한 클라이머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 점도 이를 방증해 주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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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이밍이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심리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학부모와 코치진은 유의해야 한다. 사진 셔터스톡
    Q2
    클라이밍, 성장에 악영향을 주진 않을까?

    A. 클라이밍이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 없다. 대부분의 트레이너들은 근골격은 물론 성장판을 알맞게 자극해 성장에 도움을 줬으면 줬지 고중량 근력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성장에 해가 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
    다만 청소년기 클라이밍은 과하게 운동할 경우 두 가지 독이 될 수도 있다. 첫 번째 독은 성장판 손상이다. 성장기(여아 11~14세, 남아 12~16세)에 클라이밍을 할 경우 성장판 골절 위험이 가장 높다는 보고가 있다. 대부분의 성장판 골절은 잘못된 훈련 방법과 과도한 훈련으로 발생한다. 가령 더블 다이노 캠퍼스 훈련을 할 경우 스트레스성 골절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18세 이하 클라이머들은 이 훈련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여럿 발표된 바 있다. 트레이닝 보드의 작거나 어려운 홀드에서 조끼나 벨트 형태로 웨이트 훈련을 하는 것도 손가락 골단 손상으로 성장판을 다치게 할 수 있다. 너무 어려운 볼더링 문제 역시도 성장판 골절뿐만 아니라 손가락 힘줄 손상, 팔꿈치 건증 및 어깨 손상 등을 초래할 수 있어 강도 조절에 유의해야 한다.
    성장판 골절을 예방하려면 그립 훈련은 일주일에 한두 번 이하로 실시해야 한다. 캠버싱 훈련은 손가락이 단련된 유소년 클라이머일 경우에만 점진적으로 실시하되 충격이 적은 동작에서 부드러운 협응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중력 훈련보다 몸무게를 이용한 훈련이 더 이롭다. 
    두 번째 독은 거식증이다. 특히 상당수의 엘리트 유소년 선수들은 거식증을 앓기 쉽다. 대회 출전으로 인한 불안과 초조함, 골격이 성장하고 체중이 증가하며 등반실력이 감소할 때 오는 좌절감과 우울감 등이 무리한 식단조절로 이어져 신체발달을 저해하는 경우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지도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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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세 이상의 될성부른 클라이머들은 남다른 떡잎을 보인다. 지난 2019년 스페인 로데야르에서 온양 신정중학교 3학년인 정지민 선수가 고수 중의 고수만 오를 수 있다는 그랑 보베다 구역의 제미니스(5.14a. 8b+)를 유연한 무브로 오르고 있다. 사진 주민욱 사진기자
    Q3
    나이대별로 어떤 트레이닝을 해야 할까?

    A. 청소년들에게 클라이밍은 아주 재밌는 운동이다. 문제를 풀고, 또래와 경쟁하며 자연스럽게 사회성과 다른 스포츠에서는 느끼기 힘든 각별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마치 몸으로 퍼즐을 풀 듯 루트를 오르며 인지능력을 향상시키고 고른 신체 발달도 이룰 수 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유소년도 클라이밍을 즐기는 인구가 점차 늘고 있다. 아이들이 재밌어하기에 학부모들은 적극 지원해 주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많다. 국내에 유소년을 전문으로 지도하는 풍부한 경험과 관련 지식을 가진 코치를 찾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유소년에게 적용하는 훈련 프로그램은 성인프로그램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되며 더 섬세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유소년 및 청소년의 연령별 특성과 훈련 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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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난 2019년 스페인 로데야르 그랑 보베다 구역의 라 마잔티나(5.13c. 8a+) 루트를 등반하는 아산 송남중학교 2학년 전유빈 선수. 크럭스인 고빗사위 구간을 필사적으로 오르고 있다. 사진 주민욱 사진기자 2 몸무게만 이용한 가벼운 캠버싱 운동은 열 살 이후 시작해도 좋다. 사진 양수열 사진기자
    6~9세 
    9세 미만의 어린 클라이머의 경우 등반을 운동이나 훈련이 아니라 놀이의 경험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코치는 등반 게임 등을 고안해 등반 기술과 전략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다.
    또한 이 시기는 근육 발달보다는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 신경계의 발달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어렵고 힘든 문제를 돌파하는 것보다 더 다양하고 균형 잡힌 근육 사용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무브를 만들어내는 문제와 운동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 클라이밍 외 운동은 몸무게를 이용한 턱걸이나 복부운동, 팔굽혀펴기 등이 적절하다. 무거운 중량을 이용한 운동은 가급적 기피해야 한다. 

    10~15세
    10대 초반기는 운동학습능력이 가장 최적화되는 이른바 운동의 황금기다. 이 시기에는 과도한 체력 훈련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고 기술의 습득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심리적인 불안을 각성으로 전환하거나 공포감 제어하기, 시각화를 통한 등반의 시뮬레이션 훈련 등과 같은 복잡하지만 중요한 인지 기술교육도 받기 좋다. 이 시기에 적절한 코칭을 받고 몇 년 동안 부상 없이 안전하게 클라이밍에 매진한다면 대부분 난이도 5.12 이상의 리드나  V6 이상의 볼더링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훈련의 주목적은 기술과 정신적 강인함을 키우는 데 둬야 하며, 운동량은 일주일에 3~4일 정도 권장한다. 등반에 도움이 되는 근력 운동은 주 3일, 하루에 20~40분 정도로 몸무게를 이용한 풀업, 락 오프훈련, 핑거 보드 매달리기, 가벼운 캠버싱(더블 다이노는 신체형성이 완성된 18세 이상의 경우에만 권한다)과 다양한 코어 강화운동 등을 운동일에 충분한 휴식시간과 함께 진행하는 것이 좋다.
    만약 일반 취미 수준을 넘어 최고의 클라이머로 성장하길 원한다면 등반으로 자연스럽게 발달하는 주요 근육 외의 다른 근육(코어, 길항근, 협력근)을 발달시키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또한 적당량의 유연성 운동도 등반 실력 향상과 부상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16~18세
    유소년 때부터 클라이밍을 꾸준히 했다면 이 시기에는 대부분 고도로 성숙한 등반 실력을 갖춘 클라이머가 된다. 이 중 일부는 서채현 선수처럼 세계적 수준의 기량을 뽐낸다. 어느 정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된 이 연령대의 상당수 클라이머들은 자기 주도적으로 훈련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클라이밍하기 마련이다.
    코치나 학부모들은 유소년 클라이머 본인이 지나치게 과욕을 부리지 않는지 주의 깊게 이들의 훈련 프로그램을 관찰해야 한다. 클라이밍에 대한 욕심이 과해지면 부상의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너무 특정 훈련만 반복하지 않도록 길항근 그룹을 강화해 근육 균형을 키우고, 팔꿈치 및 어깨 부상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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