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 & Wall_선인봉 코너크랙과 남측오버행] 상단부 크럭스에서 순간 추락

입력 2020.10.19 09:32

다시 크랙에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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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크랙을 등반하려면 마당바위에서 10m 정도 하강해야 한다. 심리적으로 부담이 큰 동작들을 이어가야 하지만 바위와 하나가 된 등반자의 모습은 아름답다.
1964년 에코클럽이 인공등반 코스로 개척 등반했고, 1987년 김동칠씨에 의해 자유등반 초등이 이루어진 남측오버행은 총 72m이며 3피치로 이루어져 있다. 
5.12a로 평가되고 있는 1피치 크랙 구간은 도봉산 강적크랙과 함께 국내 핑거 재밍 크랙의 대표적인 고난도 루트이다.
최근에는 1피치만 등반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측오버행’이라는 이름은 천장 구간을 넘어서는 2피치에서 비롯됐다. 5.10d급의 난이도로 아찔한 고도감을 극복해야 하는 구간이다. 
3피치는 침니 스타일의 넓은 크랙을 레이백 자세로 넘어 정상까지 오른다.
깔끔하게 수직으로 뻗은 손가락 하나 들어갈 만한 선이 맑은 날에는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볼트 하나 없는 아주 심플한 등반선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이곳을 오르기 위해서는 확보물 설치부터 시작해 다양한 등반기술과 단단한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크랙등반은 암벽등반의 기초이며, 꼭 거쳐야 하는 필수 과목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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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오버행 1피치(5.12a) 구간. 깔끔한 크랙에 어두운 그림자가 더욱 뚜렷하다. 고난도 동작과 체력, 정신력을 요구한다.
고난도의 남측오버행 1피치 핑거크랙
가을의 문턱을 넘어선 청량한 하늘을 머금은 벽 앞에 도착하자마자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잠시 앉아 쉴 틈도 없이 문성욱(코오롱스포츠 앰배서더)씨가 장비를 챙기느라 바쁘다. 등반가는 이 좋은 날은 등반과 함께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나보다.
남측오버행 출발지점에 내려와서 등반 출발 준비를 한다. 확보를 위해 민은주(코오롱스포츠 앰배서더)씨도 재빨리 로프를 사려서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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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오버행 2피치 구간. 아찔한 고도에 대한 극복은 등반의 큰 매력 중 하나다.
저 아래 극명한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는 남측오버행 출발지점에서 크랙 사이로 장비를 설치하는 모습이 보인다. 크랙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다. 등반자와 바위가 하나 되는 순간이다. 좁은 크랙에 암벽화 앞코를 겨우 비집어 넣고 걸치며 오르기를 반복하다 상단부 크럭스 구간에서 순간 추락한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벌겋게 상기된 손을 부여잡고 한참동안 휴식을 취하며 마주 앉은 벽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등반의 즐거움은 성과보다 과정에 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또 하나의 즐거움은 난이도를 떠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큰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문성욱씨 또한 자신만의 상쾌함을 맛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침내 마지막 앵커에 로프를 걸고 하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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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오버행 2피치 구간의 오버행 구간 통과 후 종료지점을 앞두고 캠에 로프를 걸고 있다.
“전완근 펌핑이 안 풀려서 혼났습니다”라며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한마디 한다.
“로프 고정했으니 촬영하시면 되죠?”
촬영을 위해서 몸도 안 풀고 고난도 크랙으로 바로 붙어 로프를 고정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앞선다.
민은주씨가 바로 출발지점으로 내려간다. “아웃도어 잡지 기자 출신으로 취재차 몇 번 왔지만 등반하러 오기가 쉽지 않아 오늘은 좋은 경험으로 만족한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하지만 출발선상에 서자 눈빛이 달라진다. 장비에 로프를 걸고 크랙에 손가락을 접어 끼우고 레이백 자세로 침착하게 동작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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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오버행 2피치 구간 등반 종료 후 하강하기 위해 로프를 던지고 있다.
국내외 크랙 등반을 즐겨 하던 터라 동작들이 매우 자연스럽다. 중반부에 접어들자 암벽화 앞코를 간신히 끼워 넣고 다음 동작을 이어가는 순간 순식간에 손이 빠져 추락한다. 특유의 웃음을 잃지 않고 몇 번의 시도를 한다. 배 불룩한 구간이 지나고 약간 완만한 구간으로 들어서지만 더욱 좁아진 크랙 구간은 쉽게 용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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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 크랙은 손마디에 오는 극심한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정신력이 필요하다.
스테밍과 레이백으로 오르는 코너크랙
코너크랙을 등반하려면 마당바위 앵커에서 10m 정도 하강해야 한다. 각진 네모의 벌어진 바위 틈에서 입을 쩍 벌린 어두운 크랙 속으로 서서히 내려가면 한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좁은 흙바닥에 발이 닿는다. 양유석(코오롱등산학교 교무)씨가 줄을 묶고 등반을 준비한다. 
처음에는 두 발을 벽에 그리고 등은 뒷벽에 대고 침니 등반을 시작한다. 그러나 바위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면서 두 발을 양 벽에 밀며 오르는 스테밍stemming 자세로 오르게 된다. 심리적 부담이 큰 동작이지만 양유석씨는 유연함과 깔끔한 동작으로 물 흐르듯 등반을 이어 간다. 10여 m 침니구간과 30여 m의 레이백layback 구간을 오르며 등반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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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크랙 시작점은 이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 진다.
아름다운 풍광과 강렬한 해가 어우러진 선인봉 남측의 깔끔하고 힘차게 솟은 크랙은 오늘도 수많은 클라이머들의 순수한 도전을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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