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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감동산행기] “臣에게는 아직 800개의 산이 남아 있습니다”

박노섭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 입력 2020.11.1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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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산 너덜지대에 선 필자.
중원산 너덜지대에 선 필자.

2017년 9월, 강원도 민둥산을 오른 뒤 목표가 생겼다. 남은 정년 15년 안에 1,000개의 산을 오른다는 것이다. 또한 100개의 산을 오를 때마다 산행기도 만들어서 크고 작은 도움을 준 이들과 함께 산행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신재옥 교감선생님과 동권·종수·세웅·승석 형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성원에 힘입어 200개 이상의 산을 오르고 2권의 산행기를 냈다. 이번에 낸 2번째 산행기에는 101번째 오른 운길산부터 200번째 오른 안산까지의 산행을 담았다. 이젠 800개의 산이 남았다.

2차 산행기에 담긴 100개의 산은 혼자서 96개, 함께(오기택 주무관, 김봉환 교장, 최종성 지사장, 이세웅 교장) 오른 것은 4개다. 계절별로는 봄 24개, 여름 27개, 가을 14개, 겨울 35개며 지역별로는 강원도 16개, 경상도 13개, 수도권 40개, 전라도 15개, 충청도 16개다. 100대 명산에 속해 있는 산은 36개다. 안내산악회를 이용할 때 지불한 버스 값만 54만4,000원에 달한다. 

모든 산이 기억에 남는다. 눈보라가 휘몰아쳐 정상에서 날아갈 뻔했던 가리왕산, 새로 구입한 등산화가 발에 맞지 않아 오른쪽 복숭아뼈가 아픈 것을 참아가며 하산했던 가지산, 연주대를 배경으로 최고의 인증샷을 남긴 관악산, 김포공항에서 첫 비행기 타고 제주도로 날아가 성판악에서 백록담 거쳐 관음사로 넘어갔던 한라산, 산행 내내 비 쫄딱 맞고 산행했던 영광 불갑산, 조무락골에서 새소리 실컷 들으면서 5월의 푸름을 만끽했던 석룡산, 한여름 오후 4시에 정상 올라가니 정상석 출입문이 잠겨버려 허탈했던 모악산, 이른 아침 백두대간 삼수령(피재)에서 건의령, 한내령 거쳐 구부시령까지 15.3㎞를 6시간 동안 우중산행했던 푯대봉, 저 멀리 정상이 보이는데 갑작스럽게 휘몰아치는 눈보라 때문에 고생했던 공룡이 살아 있는 양평 청계산, 광명알프스 도덕산-구름산-가학산-서독산, 한여름 1일 2산을 오르다가 체력의 한계를 느꼈던 홍천 공작산과 팔봉산 등 힘들었던 기억들이 먼저 떠오른다. 장성갈재에서 쓰리봉 거쳐 방장산 오르는 산행도 너무나 힘이 들어 기억에 남는 산 중에 하나다. 

즐거운 기억도 많다. 도마령을 출발해 6시간 동안 각호산-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 거쳐 물한계곡까지 걸어가 심신의 피로를 시원한 계곡물로 씻어 보기도 했다. 2019년 가장 더운 날 오기택 주무관과 올랐던 강촌의 강선봉-검봉산은 하산 중 구곡폭포에서 시원하게 알탕을 즐겼던 순간이 지금도 더운 날이면 새록새록 떠오른다. 

사량도 지리산, 청광종주 라인의 바라산-백운산-국사봉-우담산, 백두대간 댓재에서 황장산 거쳐 자암재까지 걷고 나서 태백에서 1박 후, 다음날 유일사 입구에서 출발해 사길령-수리봉 거쳐 만항재까지 걸어 보았다. 그리고 드름산, 백련산 거쳐 안산 봉수터에 이르러 서울 시내를 조망하며 200번째 산행을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약속을 저버리고,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타인과의 약속은 물론이거니와 나 자신과의 약속도 그렇다. 1,000개의 산을 오른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 남은 800개의 산도 지금처럼 뚜벅뚜벅 용기 내어 오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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