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세계일주] 볼리비아… 이곳은 지구일까 ?

  • 글·사진 김영미 여행작가
    입력 2020.11.17 09:53

    비현실적 비경으로 가득한 우유니 소금사막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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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 무렵 핏빛 노을로 뒤덮인 우유니 소금사막이 완벽한 데칼코마니를 연출하고 있다.
    남미에서 가장 척박한 나라로 알려진 볼리비아.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접근성이 더 좋은 페루와 칠레를 선호하지만 볼리비아를 빼놓으면 지구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나라를 놓치게 된다. 우리에게 알려진 볼리비아는 아마존 정글, 안데스 평원. 우유니 소금사막이지만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인상적이고 숨막힐 듯한 비현실적인 풍경이 가득한 곳은 에두아르도 아바로아 국립보호구역(이하 REA)이었다. 
    볼리비아 하면 ‘우유니 소금사막Salar de Uyuni’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남미를 여행하면서 BBC가 선정한 죽기 전에 가 보아야 할 여행지 50곳 중의 하나인 우유니 소금사막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이다. 우기에 고인 빗물에 파란 하늘이 반사되어 마치 거울을 마주보고 있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일으켜서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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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만 그루의 선인장이 살고 있는 우유니 소금사막의 잉카우아시섬.
    우유니 소금사막은 예전에는 바다였다. 해양 지각 판의 충돌과정에서 바다 속에 있던 해수면이 위로 솟아올랐고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말라붙어 바닷물에 녹아 있던 소금이 남아서 우유니 소금사막이 형성된 것이다. 그 소금의 양은 최소 100억 톤으로 추정된다. 볼리비아 국민이 수천 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칠레의 아타카마에서 우유니 소금사막으로 가는 교통편을 찾다가 아타카마 바로 곁에 있는 REA를 통과하면 우유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순하게 버스로 광대한 자연을 뛰어넘는 것보다는 REA의 속살이 보고 싶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2박3일 동안 REA를 관통하며 우유니 소금사막까지 즐길 수 있는 투어를 예약했다. 여행사의 설명에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상상도 못 했던 몽환적인 자연을 경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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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레이스인 다카르 랠리 기념비.
    에두아르도 아바로아 안데안 동물국가보호구역Reserva Nacional de Fauna Andina Eduardo Avaroa은 1973년에 만들어진 국립공원. 이름은 19세기 볼리비아 전쟁 영웅인 에두아르도 아바로아(1838~1879)의 이름을 딴 것이다. 볼리비아 안데스산맥의 남쪽에 위치하며 해발고도 4,200~5,000m에 이르므로 여행을 계획한다면 고산증에 대비해야 한다. 매우 적은 강수량과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멋진 바위들을 비롯해 화산. 온천, 간헐천, 호수, 암석 및 플라밍고가 유명하다. 
    이곳은 수백 명의 사람만이 거주하며 전기와 수도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2005년 이후일 정도로 문명에서 격리된 곳이다. 현지 주민들의 주 경제활동은 야마(라마) 울과 낙타 고기 판매, 수십 개의 광산에는  납, 아연, 은 등이 풍부하다. REA 구역으로 들어가면 모든 풍경은 화산지형으로 변하고 달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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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바도르 달리사막 한가운데 있는 노천온천.
    2박3일 투어의 하이라이트 콜로라다호수 

    칠레 아타카마를 출발해서 볼리비아의 REA로 들어와 처음 도착한 곳은 라구나 블랑카Laguna Blacnca(백색호수). 판타지 영화 세트에서 나온 듯 백색의 호수는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다. 희끗희끗 만년설이 남아 있는 산들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다. 그 장엄함에 숙연해진다. 
    이곳도 오래전에는 바다였음을 확인시켜 주는 듯 호수 가장자리에는 소금덩어리가 가득하다. 염분기가 많은 하얀 땅빛과 개미도 미끄러질 것 같은 완전 벌거숭이 민둥산의 흙빛은 한 폭의 유화 같다. 화성 어디쯤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풍경이다. 이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보려면 족히 3~4시간은 걸릴 것 같아서 바로 곁의 에메랄드빛 호수를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라구나 베르데Laguna Verde의 창백하게 차가운 에메랄드빛이 뉴질랜드의 통가리국립공원에서 보았던 에메랄드호수를 떠올리게 한다. 너무나 멋진 라구나 베르데인데 백색호수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니 마음이 더 가까이 간다.
     
    광활하게 펼쳐진 살바도르 달리사막Salvador Dali Desert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망망대해 같이 펼쳐진 평원에 있는 노천탕, 테르마스 데 폴케스Termas de Polques. 설마 세트장은 아닐 테고! 손을 넣어보니 따뜻하다. 전혀 상상조차 못했던 상황이다. 여행사에서 옷 속에 수영복을 입고 오라고 했던 말의 뜻이 이제야 이해된다. 다운 재킷을 입어야 할 정도로 추운데 모두들 훌렁 벗어던지고 물속으로 풍덩 뛰어든다. 물에서 뜨거운 김이 솟아오르고 사람들은 여유롭게 온천욕을 즐긴다. 이 온천물은 어디서 오고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거의 잠도 자지 못하고 출발했는데 온천물 속으로 풍덩 뛰어들고 싶다. ‘왜 수영복을 입고 오지 않았을까?’자책하며 발만 온천물에 담근다.  
    노천온천을 지나니 지표면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간헐천의 곳곳에서 수중기가 올라온다. 솔 데 마냐나Sol de Mañana의 크기는 육안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미미하긴 하지만 화산분화구에서는 아직 화산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이른 새벽에 이곳을 방문하면 간헐천의 높이가 최대 15m까지 솟구치고 용광로에서 끓는 소리도 더욱 선명하게 들린다고 한다. 
    조금 전에 본 노천탕도 이 간헐천이 땅 밑으로 흘러간 것은 아닐까? 간헐천에 가까이 가니 보글보글 끓는 모습까지 보인다.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고 물은 석회 빛이다. 잘못 발을 들여놓았다가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한국에서라면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철조망이라도 세워 놓았을 것이다. 온천수가 흐르니 초겨울의 날씨가 봄날 같다.
    2박3일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콜로라다호수Laguna Colorada. 일명 붉은 호수이다. 이 호수에 살고 있는 해조류에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서 유독 붉게 보인다. 그 해조류를 먹은 안데안 플라밍고들은 붉은색을 띠게 된다. 장대한 호수를 보니 입을 다물 수 없다. 그 큰 호수를 붉은빛의 안데안 플라밍고가 빽빽하게 뒤덮고 있다. 놀라웠다. 두 눈으로 보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타카마에서는 수십 마리도 안 되는 플라밍고를 보려고 차를 몇 시간씩 타고 갔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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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로리사막에는 대자연이 만들어 낸 기묘한 암석들이 모두 모여 있다.
    플라밍고는 세계적으로 6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중에서 칠레, 안데안, 제임스 플라밍고 3종이 이 지역에서 발견된다. 특히 안데안 플라밍고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종이다. 간혹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에 호수가 얼었을 때에도 참을성 있게 플라밍고들은 얼음이 녹을 때까지 체온을 조절하면서 기다린다. 삶도 여행도 언제나 인내심과 기다림이 필요함을 다시 느낀다.
    조금 더 가까이서 보려고 호수 가까이 접근하는데 아뿔사! 호수 주변은 그냥 땅이 아니라 갯벌이다. 먼 옛날 이곳은 바다였던 곳이 맞구나. 한없이 발이 땅속으로 들어가니 더 이상 접근하기 어렵다. 망원렌즈가 없으니 당겨서 찍을 수도 없다, 이럴 때 가장 현명한 선택은 포기. 마음을 비운다. 눈으로 플라밍고들이 쉼 없이 먹이를 쪼아먹는 모습만을 바라보아도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끝없이 이어진 바위의 성채. 도대체 이 돌은 어디서 온 것일까? 바위들의 모양이 참 특이하다. 멋진 조각 작품들이 가득하다. 이 조각품의 작가는 사막의 매서운 바람이다. 수세기에 걸친 바람침식으로 형성된 사암 암석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형상은 나무처럼 보이는 돌이다. 일명 돌 나무Arbol de Piedra. REA의 랜드 마크이기도 하다.
    나무뿐만 아니라 낙타 모양 등 특이하고 재미있는 형상들이 가득하다. 어떤 바위는 하트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는데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설 만큼 넓다. 광대한 평원에 엄청나게 큰 바위들이 사막 곳곳에 서 있다. 지금도 풍화작용은 진행형이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진 형상들이 상당히 단단해서 올라가는 데도 그리 어렵지 않다. 클리이밍하듯 쭉쭉 위로 오르기도 하고 옆으로 이동하며 제일 높은 곳까지 오른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었는데… 맞다 아르헨티나 타람파야자연공원과 너무나 흡사하다. 
    이번 투어에서 진기한 경험 중의 하나. 두 번째 날 숙소가 소금호텔Hotel de sal이다. 벽이며 바닥까지 내부의 모든 것이 소금이다. 살짝 맛을 보니 짜긴 짜다. 한국의 소금사우나는 경험해 보았지만 소금으로 만들어진 방에서 잠을 잔다는 설렘도 잠시 소금 덕분인지 오랜만에 핫샤워를 한 덕분인지 베개에 고개가 닿는 순간 깊은 꿈속! 소금호텔에서의 하룻밤은 너무나 편안했다.
    잉카우아시 섬Isla Incahuasi의 고도는 3,700m. 선인장 섬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우유니 소금사막에 있다. 섬의 울퉁불퉁한 바위는 모두 산호이다. 수억 년 전 해저가 융기할 때 이 돌들이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아직도 세상은 어둠 속에 있다. 랜턴을 꺼내서 길을 밝힌다. 전망대에 올라 일출을 보기 위함이다. 이 섬에는 수천 아니 수만 그루가 넘는 선인장이 있다. 사람 키의 몇 배나 되는 선인장도 즐비하다. 선인장은 1년에 1cm씩 자란다는데 그럼 몇 살이나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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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깃털을 가진 아름다운 안데안 플라밍고들이 콜로라다호수를 가득 채우고 있다.
    해가 뜨기 전에 전망대까지 도착하려면 조금 서둘러야 하지만 고도 때문에 마음만 바쁘다. 걸을 때마다 심호흡이 필요하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새하얀 평원 저편에서 둥그런 해가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숨을 죽이며 조금씩 올라오는 태양을 경건하게 맞이한다. 
    햇님이 세상을 환히 밝혀 주니 온 세상은 은빛으로 반짝인다. 소금의 대지이다. 하얀색의 소금평원이 세상의 모든 빛을 삼키고 있다. 소금평원에서 반사된 빛으로 눈을 뜨기 어려웠다. 이곳은 우유니 소금사막이라는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 주듯 선명한 육각형이 새겨져 있다. 
    끝없이 망망대해처럼 펼쳐진 소금사막에 감동하고 놀라는 시간도 잠시, 인생사진을 찍느라 모두들 사진 삼매경에 빠져든다. 그냥 막 찍어도 인생사진이 된다. 이곳에선 원근법과 착시를 이용해서 재미있는 사진을 남기려고 여러 가지 소품을 사용한다. 
    사람들이 신발로 들어가는 동영상을 찍고, 사람을 집어 올리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 과자통으로 사람들이 들어가는 사진. 인생에 길이 남을 재미있는 사진을 찍느라고 누구는 감독이 누구는 배우가 된다. 비까지 내려서 고인 빗물에 하늘이 그대로 반사되면 더욱 멋진 사진이 된다. 
    우유니 소금사막 중심에 있는 소금호텔 플라야 블랑카Hotel de Sal Playa Blanca는 전 세계 최초의 소금호텔. 지붕과 문을 제외한 모든 것이 소금이다. 모두들 신기하게 만져보고 사진 찍는데 어제 소금호텔에서 자고 와서인지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은 호텔로는 사용되지 않고 각 여행사에서 식당으로 이용한다.
    소금호텔 외부에는 다카르 기념비가 있다. 1978년부터 파리에서 출발해서 알제리, 세네갈 다카르를 달리는 ‘파리 오아시스 다카르 랠리’가 개최되었는데 2008년에 전쟁으로 대회가 취소되었고 그 후부터는 남미 아타카마사막에서 개최되어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남미의 다카르 랠리로 변형이 되었다.
    소금호텔의 다카르 기념비 옆의 만국기. 만국기가 휘날리는 곳에 우리나라 태극기도 있다. 이곳에 여행 온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모국의 국기 앞에서 자랑스럽게 사진을 남긴다. 나도 그들처럼 태극기 앞에 서서 사진 한 장을 남겼을 뿐인데 갑자기 애국자가 된 이 느낌은 뭘까?
    기차무덤Cementerio de Trenes은 버려진 기차들의 성소. 지금은 세계적인 출사명소가 된 곳이다. 내 눈에는 기차를 완전 무단방치하고서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무덤의 느낌과 볼리비아의 유독 파란 하늘은 대비 효과로 더욱 극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볼리비아 여행객들은 모두 이곳에 모였는지 엄청난 숫자의 지프차가 나란히 기차무덤 앞에 줄을 지어 있는 모습 또한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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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박3일 투어 중의 첫날 숙소가있는 비야 마르의 모습, 해발고도가 3,950m이다.
    안데스산맥의 하이라이트는 REA
    우유니에 도착해서 투어가 끝났다. 생각보다 엄청난 볼리비아의 자연에 완전 매료되었던 시간이었다. 아타카마에서 우유니로 바로 갔더라면 절대로 보지 못했을 것이다. 
    비현실적인 백색호수와 붉은 자줏빛으로 채색된 화산, 붉은 빛깔의 호수와 플라밍고, 사막 한가운데서 있는 노천탕. 수십 미터 하늘로 솟는 간헐천, 바람이 만들어 낸 기암괴석이 가득한 조각공원, 안데스의 라마까지 신비함이 가득한 곳이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아이슬란드의 간헐천, 멕시코의 핑크호수, 칠레의 아타카마사막이 혼재된 세상이다. 우수아이아부터 안데스산맥을 따라 온 남미여행의 하이라이트는 RE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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