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등반] 이탈리아 돌로미테 비아 페라타 조반니 리펠라… 암벽에 새겨진 전쟁의 야만성

  • 글·사진 임덕용 꿈속의 알프스등산학교
    입력 2020.11.19 09:38

    세계대전 총탄이 남긴 상처… 토파나 디 로제를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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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에서 하산 길을 찾는 클라이머들. 매년 눈사태나 홍수로 급경사의 돌길이 변한다.
    8시간 이상 걸으며 1,290m까지 고도를 올리고, 670m의 벽에서 비아 페라타 등반을 하며 해발 3,225m까지 올랐다가 다시 170m의 벽을 내려온다. 이 힘든 등반 중 제1차 세계대전의 격전지를 직접 보면서 ‘왜 전쟁을 해야 하는가?’라는 명상을 할 수 있는 코스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 돌로미테 토파나 디 로제Tofana di Rozes에 있는 비아 페라타 조반니 리펠라Giovanni Lipella'all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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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이드 친구가 아레나 상단부를 오르고 있다. ‘아레나’는 로마 콜로세움이나 베로나 아레나(원형 경기장)의 벽처럼 생겨 붙은 이름이다.
    등산로에서 마주하는 전쟁의 흔적

    비아 페라타 조반니 리펠라는 전 루트에 걸쳐 고정된 와이어로프가 55%이고, 5%는 철제사다리다. 나머지 10%는 군용터널이고(헤드랜턴 필수), 30%는 위험한 등산로이다. 이 등산로에서는 전쟁 당시 군용터널에 배치되어 있던 대포와 기관총을 볼 수 있다.  
    전쟁의 비참함을 보여 주는 무너진 막사에선 당시 군인들의 참혹하고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등산로에서는 아직도 땅에 묻혀 있는 철조망과 총알, 폭탄 파편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루트는 돌로미테의 중심부이며 가장 비극적인 기억에 남는 페이지를 썼던 토파나 디 로제의 역사 현장을 직접 걷고 총탄으로 상처 입은 벽을 끌어안고 오를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등반은 갈레리아 델 카스텔레토Galleria del Castelletto (2,459m)에서 터널로 올라가는 철제사다리를 오르며 시작한다. 스타트 지점에 동판으로 루트 이름이 쓰여 있고 사다리 왼편으로는 전쟁 당시 사용했던 나무로 만든 사다리가 무너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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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아레나 초입에서 햇빛을 즐기고 있다.
    해발 120m 높이부터 출발하는 터널은 조금 경사지며 길이가 500m가 넘기에 헤드랜턴이 필수이다. 특히 터널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이 돌이나 철재로 만든 계단을 매우 미끄럽게 만들어 특히 조심해야 한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북서쪽으로 난 난간을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향한다. ‘3개의 손가락’이란 뜻의 트레 디테Tre Ditte(2,680m)를 지나면 등반이 끝나는 3,027m 지점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바로 하산해도 되지만 정상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니 꼭 가보길 권한다. 
    코르티나에서 가이드로 일하는 프랑코가 늦가을 등반 시즌이 끝나서 여유 시간이 있다며 같이 등반을 하자고 한다. 프랑코는 가이드 협회 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코르티나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산악대회(산악 마라톤이나 산악 스키 대회)에서 구조 대장을 맡고 있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한국 트레킹 여행사의 가이드로 일을 많이 해서 한국을 좋아하는 ‘친한파’이기도 하다. 한국에 대한 이해가 매우 높아서 그와 함께 등반을 할 때면 오래 된 친구처럼 편안하고 즐겁다. 요즘 몸무게가 많이 늘어서 조금은 둔해진 프랑코는 한쪽 무릎이 많이 부어 매일 진통제를 먹고 6개월에 한 번은 병원에 가서 무릎에 찬 물을 빼고 주사를 맞는단다. 그래도 등반을 즐기니 그의 열정을 높이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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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널 안에는 세계대전 때 사용한 대포가 남아 당시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고산의 터널에 방치된 대포

    며칠간 내린 비로 벽은 고동색을 띠고 있었다. 트래버스 구간을 지날 때면 위에서 떨어지는 물로 어김없이 샤워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옷은 다 젖었지만 거벽 등반의 즐거움은 이럴 때 더욱 커진다. 
    터널 안에 방치되어 있는 말없는 대포를 만져 보니 손과 마음이 더욱 차가워졌다. 105년이 지나는 동안 이 대포는 얼마나 많은 군인들의 목숨을 빼앗았기에 이 높은 고산의 벽 안에 끌려 올라와 지금도 고통 속에 차가운 잠을 자고 있을까?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시 한 편이 있어 읊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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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트 개념도.
    “이백 년 후의 차가운 잠에서 
    깨어나 다시 만난다면
    우리는 다정한 연인이 되어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케이크를 푹푹 떠먹을까
    환멸과 동정의 젖꼭지를 물고 거침없이
    이 세계를 생산할 수 있다면
    차가운 잠에서 깨어나” 
    -이근화 ‘차가운 잠’ 中 
    접근방법
    코르티나Cortina에서 팔자레고Falzarego 방면으로 가는 SR48국도를 따라 간다. 작은 교회 근처 포콜Pocol을 지나 오른쪽(표지판)에서 안젤로 디보나산장Ref. ngello9 Dibona으로 올라가 주차.
    등반 접근로  
    403-404 등산로를 따라가면 토파나 디 로제Tofaba di Rozes의 웅장한 남쪽면 아래에 있는 카스텔레토Castelletto(벽 정상의 리지가 성 모양으로 보인다)터널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다. 
    장비
    비아 페라타 장비와 헤드랜턴 필수. 초봄과 늦가을에는 트레킹용 아이젠을 꼭 가지고 가야 한다. 
    하산  
    정상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내려간다. 하산용 파란색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낙석 위험이 매우 심한 지역이라 올라가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빨강색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즉 등산, 하산용 등산로가 각각 있는 셈이다. 하지만 매해 겨울이 지나고 눈이 녹은 후에는 등산로가 자주 바뀌니 주의할 것. 등산로에 눈이 많이 쌓였을 수 있으니 트레킹용 아이젠이 필수이다. 쥬사니 산장Rif. Giussani 피난처까지는 자갈길을 내려가다가 좀더 편해지는 등산로를 따라 가면 주차했던 디보나 산장으로 하산한다. 
    등반 시기  
    6월 중순부터 9월 말이 가장 좋으나 5월 말이나 10월 중순도 가능하다. 단, 트레킹용 아이젠이 꼭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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