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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캠핑장 요리⑪ 대파] 가을의 마지막 달 청옥산에서 달큰한 대파를 맛보다

월간산
  • 입력 2020.10.3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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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는 무, 배추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채소다. 특별한 제철 없이 연중 내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향신 채소이기도 하다. 비교적 많이 먹지는 않지만, 파를 많이 먹었다고 해서 탈이 났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파 자체로는 매력적인 맛을 느낄 수 없지만, 특히 고기 요리와 만나면 그 진가를 발휘한다. 다른 요리 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고 고기의 잡내를 잡아 주며, 달큰한 맛과 아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매력 있기 때문이다. 고기 외에 채소를 하나만 선택하라면 당연히 파를 고른다. 요리 방법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같이 무와 배춧값이 금값일 때 더 소중한 채소가 바로 파다.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의 마지막 달에 먹는 파는 그 진가를 발휘한다. 단지,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몰라 캠핑장 지나가다가 수확이 끝난 파밭에 남아 있는 파를 아무 생각 없이 뽑아 가는 무지한 행동만 하지 않으면 된다. 반드시 주인을 찾아 값을 지불하고 그 맛을 즐겨야 한다. 아마도 십중팔구는 지불한 값의 몇 배에 해당하는 파를 내어줄 것이다. 경상북도 오지마을 봉화의 청옥산자연휴양림에서 향기 그윽한 늦가을 파요리를 해보았다. 

파채 불고기 

캠핑장에서 해먹는 국물 자작한 불고기의 맛을 따라올 다른 요리는 드물다. 특별한 조리도구 없이 코펠이나 프라이팬에 고기를 담고 약간의 간장으로 간을 하여 주물러 준 다음 10분 정도 재워 놓고, 양념이 배는 동안에 대파를 씻어 둔다. 대파를 채 썰어 고기를 불에 올리고 나서 그 위에 수북이 올려 보자. 다른 양념이나 채소가 필요 없는 아주 맛있고 감칠맛 나는 파채 불고기가 완성된다. 조리법이 어렵지 않고 밥과 술 모두 잘 어울리는 팔방미인 요리다. 

익힐 때 2~3분 정도 뚜껑을 닫아 주면 파의 채수가 녹아 나와 국물도 자작해진다, 이 국물은 그냥 떠먹어도 맛있고, 고기를 다 먹고 난 다음 밥을 비벼 먹어도 기가 막힌 맛이 된다.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맛을 원한다면 각자 그릇에 달걀을 풀어 참기름과 간장으로 살짝 간을 한 다음 1분 정도 휘저은 뒤 이것에 고기와 파를 찍어 먹으면 맛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대파 닭꼬치

캠핑장에서 숯불을 피우거나 큰 프라이팬이 있다면 해봄직한 요리가 대파 닭꼬치다. 최근에는 어느 마트에나 뼈를 발라놓은 닭정육이 있어 편하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요리다. 

먼저 닭은 한입 크기로 자른 뒤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한 다음 몇 분만 재워 놓는다. 대파는 흰 부분만을 역시 한입 크기로 통째 잘라 살짝 소금간을 한다. 긴 꼬챙이에 닭과 파를 번갈아 가며 끼우기만 하면 된다. 그런 다음 숯불이나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올려 뒤집어 가며 이 꼬치를 익혀 주기만 하면 된다. 파와 닭은 익는 시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닭이 노릇하게 익으면 함께 먹을 수 있다. 참고로, 뚜껑을 덮어 익히면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완성된 꼬치는 바비큐 소스를 곁들여 찍어 먹어도 좋지만, 사워크림을 찍어 먹으면 맛을 배가시킬 수 있다. 담백하고 기름진 닭고기와 아삭하고 향이 좋은 대파가 만나서 최고의 맛과 식감이 만난 요리가 된다.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좋아할 만한 늦가을 요리다.

돼지고기 대파전

많은 사람들이 대파를 보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파전’은 만들기 쉬워 보이고 맛도 있지만, 실제로는 손이 많이 가는 번거로운 요리다. 특히 조리 환경이 집보다 한참 모자란 캠핑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많은 캠퍼들은 다듬어진 쪽파를 밀가루 반죽에 넣어 파전을 만든다. 하지만, 반죽을 따로 하게 되면 설거지거리도 더 나오고 준비물도 많아져 여간 불편하지 않다. 캠핑장에서는 조금 간단한 조리법이 필요하다. 

준비물은 2인분 기준으로 돼지고기 간 것 200g, 달걀 4개, 대파 1~2뿌리다. 먼저 기름을 둘러 달군 프라이팬에 돼지고기를 듬성듬성 펼쳐 보자 그리고 빈틈에 대파를 잘라 함께 볶는다. 한쪽 면이 거의 익을 때쯤 뒤집은 다음 1분 정도 지난 후에 미리 풀어둔 달걀을 부어 지지면 된다. 달걀이 익으면 다시 한 번 뒤집어 반대쪽을 익힌다. 간은 소금으로 밑간을 해도 되고 지지는 중에 솔솔 뿌려도 된다. 큰 일교차로 단맛이 들대로 들어버린 파의 향과 맛이 돼지고기와 달걀과 궁합이 너무 잘 맞을 것이다. 특히 파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좋아할 것이고, 어떤 종류의 알코올음료와도 잘 어울려 어른들도 좋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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