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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전라도의 숨은 명산] 알고 보니 돌 많은 광양의 진산

글·사진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고문
  • 입력 2020.12.1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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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가야산 496m]
110여 기 돌탑군 명물… 둘레길과 엮으면 장거리 산행 가능

적벽 위에는 광양 출신 산악인 故 한도규씨를 추모하는 돌탑이 있다.
적벽 위에는 광양 출신 산악인 故 한도규씨를 추모하는 돌탑이 있다.

가야산伽倻山(496m)은 광양시의 진산이다. 구봉산(472m)과 함께 광양을 감싸고 있다. 1,902km 호남정맥이 끝나는 백운산(1,222m)과 망덕산(197m) 중간에서 살짝 비껴 아래쪽에 있다. 가야산이라는 지명은 합천 가야산(1,430m), 예산 가야산(678m), 나주 가야산(190.5m)이 있으며 한자 표기도 똑같다. 

불광사 시멘트길 끝에 있는 돌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불광사 시멘트길 끝에 있는 돌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적벽 일대는 가야산 최고 조망터

광양 가야산은 산림청 선정 200대 명산에 지정되어 있다. 산세가 크지는 않지만 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부드러운 육산처럼 보여도 막상 산속에 들어서면 너덜지대가 매우 많다. 과거 격렬하게 화산활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골이 깊고 숲도 울창해 화강암 뼈대와 골산骨山을 감추고 있는 듯하다. 가야산을 바위산으로 지칭한 골약역骨若驛이라는 간이역도 근처에 있다.

가야산에 얽힌 특별한 문화유적은 없지만 호남권에서 몇 안 되는 자연암장이 여럿 있다. 1990년대 자유등반 붐이 일면서 적벽, 가야암장, 부엉이바위 등 등반루트가 개척되었다. 특히 15m 높이의 적벽赤壁은 90도 수직암벽이다. 홀드가 작은 반면 간격은 넓어 난이도가 높다. 적벽 일대는 광양 시내를 한눈에 바라봄과 동시에 여수바다와 남해바다의 섬이 보이는 최고의 조망 포인트이기도 하다.

가야산은 시내에 인접해 있어 이른 아침부터 찾는 등산객이 많다. 길이 많고 미로처럼 얽혀 있다. 안내판의 표기도 중구난방이어서 외지인은 길을 잃기 십상이다. 주능선만 탈 경우에는 대체로 거리가 짧지만 가야산을 순환하는 4.8km의 둘레길을 같이 걸으면 산행거리와 볼거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

가야산둘레길만 완주해도 운동효과가 대단하다.
가야산둘레길만 완주해도 운동효과가 대단하다.

둘레길은 5~6부 능선에 위치해 있고 오르내림은 크지 않다. 구간마다 특색 있는 포토존이 많다. 만약 둘레길의 일부만 답사하기 원한다면 적벽에서 북쪽 구간을 추천한다. 바다 조망이 있고 입맞춤바위와 웅장한 돌탑이 압권인 가람쉼터 등을 경유한다.

장동리를 들머리로 삼으면 산행거리를 길게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장동리에는 쌍효정려비가 눈에 띈다. 고종29년(1892년)에 효자·효부 두 명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비각이다. 대형버스는 이곳까지만 올라올 수 있고, 승용차는 불광사까지 진입할 수 있다.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전봇대에 ‘불광사’ 안내판이 붙어 있고. 마을 수호신 같은 400년 된 커다란 푸조나무도 만난다. 10분 정도 오르면 가정집처럼 보이는 백련사에 닿는다. 곧이어 ‘불광사’ 표지석에서 돌계단으로 올라서면서 본격적으로 가야산에 들어선다. 군재삼거리(군장치)까지는 완만하게 오르며 10분 정도 소요된다. 말라버린 약수터가 있고 새소리마저 방해될 정도로 고요한 숲이다.

가야산에 자라는 나무들은 키 큰 교목들이여서 그늘이 좋다.
가야산에 자라는 나무들은 키 큰 교목들이여서 그늘이 좋다.

숲길 지나면 바위산으로 변신

군장치부터는 임도처럼 길이 넓다. 20여 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큰골재까지는 소나무와 굴참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편한 길이다. 철탑을 지나면 갈림길에서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오른쪽으로 곧장 가면 큰골재, 왼쪽 언덕으로 올라서면 철탑 아래 수리봉(400m)이 있다. 수리봉에 오르면 옥곡면 일대와 멀리 백운산까지 보인다. 큰골재로 가려면 수리봉 철탑에서 왼쪽으로 300m 정도 내려간다. 자칫하면 그린파크맨션 방향으로 알바하기 십상이다.

오목한 분지 형태의 큰골재는 시원한 바람이 통하는 쉼터다. 둘레길이 교차하고 있어 쉬어 가는 사람이 많다. 이곳부터 정상까지 약 500m 구간은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데크계단을 지나면 지금까지 풍경과는 확연히 다르게 굵은 바위들이 등장한다. 삼지창을 닮은 소나무를 지나 10분 정도 더 오르면 정상에 이른다.

넓은 헬기장 정도 크기의 정상에는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다. 특이하게 훌라후프, 벽시계, 빗자루 등이 보인다. 이곳에 오르는 등산객을 위해 누군가가 갖다 놓은 배려 깊은 물건들이다. 하지만 우뚝 선 송신탑이 전체 분위기를 흐린다. 그나마 정상에서 살짝 비켜 있는 것이 위안이다.

정면으로 계획도시의 면모가 보인다. 1995년 광양군과 동광양시가 합병되면서 광양시가 탄생했다. 광양시청과 고급 아파트 단지, 이순신대교와 여수 영취산이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와 구봉산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광양제철소 등 역동적인 산업도시의 모습이 보인다.

정상에서 적벽으로 가려면 ‘금광블루빌’ 방향으로 가야 한다. 140m가량 내려가다가 이정표를 보고 왼쪽으로 방향을 꺾는다. 이정표에는 ‘적벽 500m’라고 표기되어 있다. 길을 잘못 들었나 싶을 정도로 원시적인 소나무 숲을 10분 이상 걸어 내려가면 점차 아파트촌이 보이고 화강암반이 곳곳에 나타난다. 돌출된 바위는 전망대 구실을 한다.

커다란 돌탑 1기와 소나무 너머로 ‘가야산 제일경’이 있다. 녹색 숲에 둘러싸인 광양시내와 질서정연한 고층아파트, 자로 잰 듯 뻗은 도로, 유유히 흐르는 바다와 역동적인 산업시설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히말라야 등정을 꿈꾸던 광양 산악인 고故 한도규씨를 추모하는 돌탑 아래에 수직절벽인 ‘적벽’이 있다. 철 성분이 많아서 바위 색이 붉은빛을 띤다. 암벽등반을 위한 앵글 하켄과 스테인리스 볼트가 바위 곳곳에 박혀 있다.

이제부터는 가야산둘레길을 걷는다. 계단을 따라 100m 정도 내려가 이정표를 보고 ‘입맞춤바위 0.63km’ 방향으로 들어선다. 산비탈 경사면을 깎아 만든 길은 지형 조건에 따라 넓어지기도 하고 좁아지기도 한다. 아직 둘레길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탐방객이 많지 않으니 안전을 위해서 그룹산행을 권한다.

20여 분 걸으면 ‘입맞춤바위 0.25km’ 이정표가 있다. 5분 정도 내려가면 거대한 검은색 바위 두 개가 마주보고 있는 입맞춤바위가 있다. 이름은 그럴 듯하나 큰 감흥을 주지는 않는다. 근처에 둘레길로 올라가는 샛길이 있다. 7분 정도 가면 ‘입맞춘바구 몬당’ 글씨가 적힌 바위가 있는 길로 합류한다.

가야산 제일경으로 꼽는 적벽 전망대의 파노라마 조망.
가야산 제일경으로 꼽는 적벽 전망대의 파노라마 조망.

17년 동안 쌓은 돌탑군 볼거리

5분 정도 거리에 탑골쉼터와 가람쉼터가 있다. 움푹한 골짜기에는 수십 기의 돌탑이 있어 장관이다. 가야산둘레길 너덜지대에는 어김없이 돌탑이 있다. 석공인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광양 토박이 유용재(63)씨의 솜씨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17년 동안 쌓았다고 한다. 진안 마이산 돌탑을 연상시킬 만큼 조형미도 상당하다. 지금까지 110개 넘게 쌓았다고 한다. 가야산의 또 다른 보물이다.

큰골재까지 가는 길은 평탄하다. 20여 분간 산책하듯 가볍게 걷는다. 어쩌다 나오는 너덜지대에는 어김없이 돌탑이 세워져 있다. 가파른 경사면에도 쌓여 있는 돌탑을 보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갔을지 새삼 경이로운 생각이 든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면 잔디밭처럼 푹신한 길과 만난다. 15분 정도 더 진행하면 불광사에 닿는다. 한 해를 접고 새해를 맞는 송구영신이다. 고요한 절에서 인생이라는 시간의 길목에도 이정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걷기길잡이

불광사~약수터~군장치(안부)~시루봉~큰골재~정상~적벽~입맞춤바위~가람쉼터(돌탑군)~큰골재~군장치~불광사(약 12km, 약 5시간 40분 소요)

교통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광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 하루 12회(첫차 06:30, 막차 22:10) 버스가 다닌다. 요금 우등버스는 3만4,000원, 일반버스 2만2,900원. 4시간 10분 소요. 광양 시내버스는 수시로 있으며 옥곡 방향 버스를 탄다. 동광양고속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택시요금은 1만~1만2,000원 정도 한다. 

볼거리

광양제철소는 포항에 이어 우리나라에 두 번째로 세워진 종합제철소다. 매년 2,100여 만 톤의 철강제품을 생산하며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과 최첨단장비를 갖추고 있다. 단체견학을 할 수 있는데, 최소 10명 이상을 대상으로 평일에만 무료 운영한다. 10인 이하나 개인견학은 일요일에만 할 수 있다. 견학 신청은 포스코 홈페이지(www.posco.co.kr)에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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