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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백년가게] 정성은 기본, 맛의 고집 지켜온 부산 맛집 명가

월간산
  • 입력 2020.12.03 10:00
  • 수정 2021.11.1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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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우동 

정성 담긴 우동 한 그릇

찬바람 부는 날엔 우동이 생각난다. 뜨거운 국물과 면발을 삼키면 몸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미식가인 아버지와 손맛 좋은 어머니가 1981년에 문을 연 ‘다다우동’. 다다는 일본어로 공짜, 무료라는 뜻이다. 맛없으면 공짜로 주겠다는, 그만큼 자신 있는 우동을 낸다는 뜻이다. 

국물 재료와 끓이는 시간을 끊임없이 계량하고 측정하며,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다다우동만의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이 탄생했다. 매일 아침 멸치와 다시마, 각종 채소를 4시간씩 우려 낸 국물은 호록호록 들이켜고 싶은 맛이다. 부모님 뒤를 이은 원지영·원성환 남매는 좋은 재료를 고르는 것부터 음식을 만드는 과정까지 오롯이 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혼자 방문하는 손님을 위해 유부초밥과 충무김밥은 2분의 1인분으로도 제공한다. 주인장의 세심함에 단골이 된다. 우동이라 부르고 정성을 먹는 곳, 다다우동이다. 

주소 부산시 남구 유엔평화로 7-1 

문의 051-645-7733

메뉴 다다우동 5,500원 새우튀김우동 6,500원 유부초밥 5,000원

파밀리아제과점  

맛도 마음도 따뜻한 제과점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인 경남 하동을 떠나 무작정 부산 국제시장으로 향한 소년의 두 눈에는 패기가 넘쳤다. 아는 사람은 없고 주머니는 휑했다. 배가 고파 빵집에 들어가 일을 가르쳐 달라고 청했다. 그때가 1972년. 어린 소년을 내치지 않고 받아 준 제빵사 아래에서 차근차근 기술을 익혔다. 소보로빵, 팥빵부터 페이스트리, 케이크까지 소화할 수 있는 제빵의 범주가 점점 다채로워졌다. 

16년 후, 김문국 대표는 ‘파밀리아제과점’을 열었고 이스트를 넣지 않은 천연 발효종으로 빵을 구웠다. 맛과 건강을 챙긴 빵집으로 이름나 30년 동안 ‘학장동 대표 제과점’이라고도 불린다. 당일 생산, 당일 판매가 원칙인 파밀리아제과점은 복지관, 어린이집에 주기적으로 빵을 후원한다. 나눔의 가치를 아는 제과점의 30년 역사는 빵처럼 달콤하면서도 따뜻하게 흘러 왔다. 

주소 부산시 사상구 대동로 101

문의 051-326-7671

메뉴 육쪽마늘빵 4,300원 대왕마들렌 2,500원

내호냉면  

100년 지나도 변치 않는 맛

1919년 10월 함경남도 내호리에서 개업한 ‘동춘면옥’이 ‘내호냉면’의 뿌리다. 한국전쟁 당시 일가족을 이끌고 피란 행렬에 오른 이영순 대표, 그리고 큰딸 정한금과 사위 유복연. 연고 없는 부산에 기댈 곳이 있을 리 만무하다. 이 대표는 미군이 보급한 밀가루로 배고픈 가족을 위해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며칠만 있으면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졌을 때 새 출발을 다짐했다. 1953년, 그리운 고향 내호리의 이름을 따 가게 이름을 ‘내호냉면’이라 지었다. 

부산에서만 67년째 한자리에서 4대가 가업을 잇는다. 현재는 이영순 여사의 증손자인 유재우 대표가 주방을 담당한다. 유 대표는 “비법은 없다. 사골 넣은 육수를 끓이는 시간, 양념장 숙성 시간만 잘 지키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엔 대대로 이어진 이 집만의 노하우가 담겼다. 

주전자에 담긴 육수가 입맛을 돌게 하고, 간장과 설탕 등 갖은양념으로 밑간한 비빔냉면은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보통 밀면에서 한약재 향이 나기도 하는데 이곳의 밀면은 짙은 육향이 난다. 101년의 역사가 길어 올린 전통의 맛과 향이다. 

주소 부산시 남구 우암번영로26번길 17

문의 051-646-6195

메뉴 밀면(대) 7,000원 비빔냉면(대) 1만 원 

곰보식당  

한우 암소1+ 등급만 고집하는 식육 명가

1960년대 도축장이 들어서며 구포축산물도매시장이 형성된 부산 구포동. 사람들이 모이니 음식점도 하나둘 생겼다. ‘곰보식당’은 시장 내에서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상인과 주민의 허기를 채워 주던 식당 중 하나였다. 신선하고 좋은 품질의 고기를 손님상에 내는 데다 푸근한 인심이 더해져 지역에서 입소문이 났다. 

식당 이름인 곰보는 1대 송임순 대표의 별명으로, 단골들은 아직도 “곰보 할매 잘 있는가?” 하며 인사를 건넨다. 연탄불에 쇠고기를 구워 먹던 그 시절을 주인과 손님이 함께 회상한다. 은행원이던 조카 송준호씨가 가업에 뛰어들면서 곰보식당은 변화를 맞았다. 낡은 건물과 시설을 보수하고 개선해 지난 8월 다시 문을 열었다. 50년을 바라보고 내린 결정이다. 

‘맛과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한결같겠다’는 소신을 담아 소나무를 가게 상징으로 삼았다. 별관에 있던 식육점을 안으로 들여 갈비 한 짝을 해체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인다. 갈빗살, 선지가 듬뿍 들어간 선짓국과 밥 반 고기 반일 정도로 고기가 푸짐한 육회비빔밥은 45년째 인기 메뉴다.  

주소 부산시 사상구 낙동대로 1564

문의 051-304-7733

메뉴 갈빗살 2만5,000원 선지정식 7,000원 육회비빔밥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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