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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감동산행기] 북한산 숨은벽만큼 멋진 선배들의 사랑

김명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위시티1로
  • 입력 2021.01.0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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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벽 코스에서는 아찔하면서 멋진 북한산의 풍광을 만나볼 수 있다.
숨은벽 코스에서는 아찔하면서 멋진 북한산의 풍광을 만나볼 수 있다.

오늘은 동문 산악회 정기 산행일. 호젓하게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북한산 숨은벽 코스를 오르기로 했다. 숨은벽은 서울에서는 보이지 않고 고양시 쪽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한산을 오르는 많은 코스 중에서 제법 난이도가 높다. 그러나 힘든 만큼 그 이상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행코스다. 물론 마지막 깔딱고개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힘들다.

오전 9시 불광역 8번출구에 모여 효자2통으로 가는 34번 버스 안은 북한산을 찾은 많은 등산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물론 많은 등산객들이 백화사 입구나 북한산성 입구에서 하차하는 것을 보면서 밤골에서 오르는 숨은벽에는 사람이 적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밤골에서 숨은벽으로 오르는 코스는 등산객들로 인산인해였다. 물론 숨은벽을 오르는 코스가 이렇게 붐비니, 다른 북한산 능선들은 단풍보다 더 울긋불긋한 가을 등산객들의 향연이었으리라. 

1회 문태홍 선배님부터 11회 박형서에 이르기까지 1회부터 11회까지 18명, 전 기수가 참석했다. 15회 후배가 참석한다고 했지만 만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참석을 못 한 것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그만큼 북한산을 찾은 넘쳐나는 등산객들의 물결이었다. 각각 머리카락이 하얗고, 없고, 다소 부족한 11회의 박형서, 이진우, 김명수(필자)가 여전히 동문산악회 막내라니!

보통의 동문산행이었다면 선후배들이 일렬로 가면서 대화도 나누고 끼리끼리 또는 단체로 사진을 찍으면서 오르지만 오늘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멋진 풍경을 찍기 위해 잠시 한눈을 팔다 보면 일행을 놓치기 일쑤였다.

나는 동기들과 똘똘 뭉쳐 다녔다. 이진우는 동문산행에서 자주 봤지만 박형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34년 만에 첫 대면이었다. 페이스북이나 밴드에서 가끔씩 소통을 해왔던지라 낯설음은 없었다. 특히 형서와는 1학년 때 같은 반이라서 공유하고 있는 추억들이 꽤 있었다. 정말 반갑고 고마운 만남이었다.

북한산 숨은벽의 풍광은 글로써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글보다는 사진을 통해 보고 느껴보는 것이 더 현장감이 느껴진다. 물론 두리번거리면서 천천히 두 눈에 담았다면 충분히 문자로 표현했을 수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여서 떠밀리듯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악명 높은 숨은벽 깔딱고개

원래는 무서운 숨은벽 깔딱고개를 넘어 우이동으로 내려가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자 했지만 깔딱고개를 앞에 두고 장성수, 김용범, 강규필, 김상목 선배 등이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고 있었기에 우리도 근처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김밥 두 줄, 육개장 사발면 하나, 구운 달걀 4알, 보온통에 담아온 따뜻한 밥과 달걀말이, 부추를 듬뿍 넣은 오이 겉절이들을 서로 나눠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시면서 30년도 더 된 오래된 추억들을 함께 나눴다. 

점심을 배불리 먹으면 절대 내려가는 법은 없고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는 등산의 법칙이 있는 것일까? 숨은벽의 그 무서운 깔딱고개가 고고하게 버티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내가 북한산 숨은벽을 잘 오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깔딱고개였다. 워낙 오르막에 약했던 나는 이 깔딱고개 앞에만 서면 한숨을 쉬곤 했었다.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 되면 잠시 쉬면서 힘들게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형서한테 모자를 벗어 내 앞에 놓으면 제법 동전푼이나 챙길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드디어 마지막 계단을 밟았다. 이제부터 나는 닉네임 그대로 진정한 터보맨이 된다. 그러나 무릎이 아파 내리막을 힘들어하는 진우는 이제부터 고행이 시작된다. 

아무튼 하산 중간 지점까지 빠르게 내려 왔더니 백두대간을 같이하는 선배님들이 놀라신다. 숨은벽 깔딱고개를 넘으면서 내가 제일 걱정되었다고 하신다. 선배님들의 넘치는 사랑과 배려에 기분이 좋다. 그래서 아내가 비싼 것이라면서 챙겨준 샤인머스켓을 선배님들에게 한 알씩 드렸을 뿐만 아니라, 힘들게 내려오는 선배 및 동기들에게는 섬섬옥수 같은 내 손으로 직접 입에 넣어드렸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시원하게 얼린 콜라를 마시면서 우이역까지 내려오면서 짙어가는 가을, 북한산 숨은벽 산행은 안전하고 즐겁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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