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르파 스토리] 템바 체리 손가락 5개 잃고도 에베레스트 최연소 등정 ‘16세’ 셰르파

  • 글 서현우 기자
  • 사진 hellotemba
    입력 2021.01.1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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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베레스트를 등반하고 있는 템바 체리 셰르파.
    히말라야 트레킹을 가면 아직 앳된 얼굴을 한 셰르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고산이 고향인 이들에게 등반가이드와 트레킹 포터는 천직이다. 현실적으로 고등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은 산골마을 셰르파들이 큰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스무 살이 채 안 된 셰르파들이 등반에 뛰어드는 이유다.
    템바 체리 셰르파Temba Tsheri Sherpa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이다. 2001년 5월 23일, 템바 체리는 북릉을 통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다. 당시 그의 나이는 16세하고도 14일, 세계 최연소 에베레스트 등반 기록을 세우는 순간이다(이 기록은 9년 뒤인 2010년 미국의 조단 로메로가 13세 10개월 10일의 나이로 갱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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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템바 체리는 유학을 마친 뒤 고산등반대행사를 차려 성공적인 사업가로 변신했다.
    첫 등반서 장갑 벗는 실수
    템바 체리는 등정 1년 전에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하다 동상에 걸려 손가락 다섯 개를 잘라내고, 설맹에 걸려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채 하산한 바 있었다. 끔찍한 기억과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해 성취한 등반인 것이다.
    템바 체리는 에베레스트와 인접한 롤왈링 지역의 작은 마을 돌카Dolkha에서 1985년 5월 9일 태어났다. 템바의 부모 츄하우와Chhauwa 셰르파와 락파 디키Lakpa Diki 셰르파는 수많은 외국인 트레커와 등반가들을 모객해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유능한 셰르파였다.
    덕분에 템바 체리는 비교적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교육 수준도 높았다. 초등 교육을 마친 후 꼬박 하루를 걸어야 갈 수 있는 시가티Sigati로 유학을 떠나 중등 과정도 마쳤다. 1998년에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7학년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초등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셰르파들이 태반인 당시 네팔의 사회상을 고려하면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돌연 템바 체리는 등반과 트레킹 훈련에 참여한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서양 외국인과 함께 눈 덮인 산을 오르는 부모님의 등을 보며 산을 동경했다”며 “태양을 받아 반짝이는 에베레스트를 보며 꼭 저 산을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템바 체리는 1년간 충실하게 등반 훈련을 받았다. 6,000m급의 산도 몇 차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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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로 끝난 에베레스트 도전 당시 선배 셰르파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템바 체리 셰르파(가운데).
    그리고 15세(만 14세)가 된 2000년 4월, 꿈에 그리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입성한다. 원정대에는 아버지와 다른 선배 셰르파들이 함께했다. 순조롭게 고소에 적응하며 등반을 전개한 그는 산 중턱에서 생일도 맞이하고, 캠프1, 캠프2, 캠프3를 지나 5월 22일 사우스콜(8,000m)까지 무사히 진출했다.
    사우스콜까지 너무나도 순조로웠기에 등정을 자신했으나, 산은 만만치 않았다. 급격히 날씨가 악화되어 눈보라가 몰아쳤다. 산소통도 얼마 남지 않아 조금씩 아껴 써야 했다. 원정대는 이튿날 날씨가 잠시 맑아지는 틈을 타 정상공격을 노리기로 했다. 템바 체리는 여기서 최악의 실수를 저지른다. 몽롱한 정신 속에 장갑을 벗고 텐트 밖에서 맨손으로 신발 끈을 묶은 것이다.
    에베레스트는 이들의 정상 공격을 기다렸다는 듯 다시금 눈보라를 퍼부었다. 원정대는 간신히 힐러리스텝(8,790m, 정상 직전의 수직 빙벽)을 넘고 8,826m 지점까지 진출했지만, 더 이상 한 발자국도 앞으로 갈 수 없었다. 특히 템바 체리의 상태가 심각했다. 움직일 때마다 의식을 잃고, 몸이 얼어붙고 있었다. 
    서둘러 하산을 결정하고 내려가던 중, 펨바 체리는 선글라스도 잃어버려 설맹에 걸리고 말았다. 결국 등반 리더였던 펜덴Phenden 셰르파가 펨바 체리를 끌고 내려오다시피해 간신히 하산할 수 있었다. 펨바 체리는 살아남았지만, 동상에 걸린 오른쪽 손가락 3개, 왼쪽 손가락 2개를 절단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펨바 체리는 이듬해인 2001년 4월, 다시금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했다. 그는 “에베레스트에서 내려오는 그 순간부터 마음속에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새겨놓았었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 등반가들과 함께 에베레스트 북릉을 통해 순조롭게 등반을 전개했고, 이번에는 악천후의 불행 없이 무사히 정상에 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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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연소 에베레스트 등정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증명서를 받은 템바 체리 셰르파.
    고산등반대행사 설립, 사업가로 변신
    셰르파로서 세계 최연소 에베레스트 등정이란 기록을 세우자 네팔 사회는 그에게 열광했다. 네팔 국왕으로부터 명예 훈장도 받고, 기네스에도 등재됐다.
    펨바 체리는 등반가로서 더 활동하기보다는 못다한 공부를 이어하기로 결정, 중국 우한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네팔로 돌아온 그는 ‘셰르파 캉리 아웃도어’라는 모험 회사를 차리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직접 고객과 함께 등반을 하진 않고, 경영 관리를 맡았다. 
    2011년에는 네팔 관광의 해 친선 대사로 선정되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던 템바 체리는 2015년 네팔 대지진으로 잠시 주춤하게 된다. 사고 당시 직원과 고객을 합쳐 18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는 비극을 맞이했다. 그래도 회사를 잘 수습, 현재까지도 셰르파 캉리 아웃도어의 전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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