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히말라야 14좌, ‘진짜’ 완등한 이는 아무도 없을 것”

  • 글 오영훈 기획위원
    입력 2021.01.04 09:33

    8,000ers.com 연구진 “일부 등반가, 안나푸르나 등 정상 위치 오인”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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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반가들이 마나슬루 정상이라고 여기는 곳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정상은 20m 정도 우측 뒤에 있는 날카로운 암벽 끝이다. 사진 가이 고터
    독일의 산악기록가 에버하르트 주르갈스키를 중심으로 한 국제 연구진이 현재까지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한 이들 중에 14좌의 ‘실제 정상’을 모두 등정한 이는 없을 것 같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에 대표적인 14좌 등정 논란은 브로드피크(8,047m) 전위봉이나 시샤팡마(8,027m) 중앙봉 등을 정상으로 잘못 알고 오른 사례들이었으나, 이번에 제기된 문제는 안나푸르나, 다울라기리, 마나슬루다. 
    주르갈스키는 자신이 운영하는 고산등반 기록 웹사이트 8,000ers.com을 통해 10여 년간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14좌의 정확한 정상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4좌의 상당수가 정상 부근에 솟아오른 지점이 여러 곳 있어 정점이 확연하지 않아 그동안 착오나 고의로 정상 근처까지만 가고 내려오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많은 등반가들이 정상에 오르면서 사진과 영상 자료가 축적돼 각 봉우리의 진짜 정상이 어느 곳이냐에 대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안나푸르나는 긴 정상 능선 위에 눈처마가 솟아오른 지점이 여러 곳으로, 1m 이내의 오차범위 내에 8,091m의 최고점으로 특정되는 곳은 두 곳이다. 그러나 2017년까지 총 266차례의 등정 중 절반 정도의 등반가가 그외 총 7곳을 정상으로 여기고 등정 사진을 촬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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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울라기리 정상부. 정상은 S이지만, 많은 등반가가 예전에는 P 지점을, 근래에는 WRF 지점을 정상으로 오인하고 돌아섰다. 사진 보얀 페트로프 2 북쪽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정상부. 최고점은 C2와 C3로 고도가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등반가가 붉은 막대로 표시된 다른 지점들에서 정상 사진을 촬영하고 내려갔다. 사진 호아오 가르시아
    2017년까지 554차례 등정된 다울라기리 역시 8,167m의 정상이 긴 능선 위에 솟아 있는데, 능선 한쪽에서 정상에 접근할 때 정상 30m 이전에 튀어나온 부분을 정상으로 알고 돌아선 경우가 많다고 했다. 특히 한 지점에는 누군가 알루미늄 기둥을 꽂아 놓아서 많은 등반가들이 이곳을 정상으로 착각해 왔다고 했다.
    8,188m의 마나슬루의 사례는 특이하다. 최근 10여 년 사이 가을 시즌 모객 원정대를 통해 마나슬루를 등반하는 사람이 급증했다. 1956~2012년에 785명, 2013~2018년에 947명이 등정했다. 산 대부분이 오르기가 수월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상 직전 수 미터는 암벽지대가 나타나 갑작스레 어려운 등반을 해야 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최근 대다수 등반가가 정점에 다다르지 않고 그보다 약 20m 앞에 조그맣게 솟은 지점에서 정상 사진을 촬영하고 내려갔다고 한다.
    연구진은 “최근 등정자의 증가 및 촬영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이와 같은 정보 분석이 가능했다. 이전까지는 정확한 정점이 어디인지 모르는 단순 착오에 의했거나, 알았더라도 정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오차 내 지점’이라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정점이 아님을 알면서도 허위로 등정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있었다. 연구진은 “그간 정확한 정보가 세계산악계에 공유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었던 결과이며, 이제까지의 등정 기록을 모두 바꾸려는 게 연구의 목표가 아니다”라며 “그러나 히말라야 14좌 완등이 목표인 산악인이라면, 적어도 이제부터는 14좌 모두에서 분명한 최고점을 밟지 않는 이상 등정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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