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인물] 스포츠클라이밍 금메달 감독은 왜 ‘이 XX’ 소리를 들어야 했나

  • 글 서현우 기자
  • 사진 황평주
    입력 2020.12.29 09:20

    황평주 전 대표팀 감독, 자서전에서 대한산악연맹의 병폐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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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부 금메달, 여자부 은·동메달을 각각 석권하고 인천공항으로 금위환향한 선수단. 맨 왼쪽이 황평주 감독.
    “당신이 감독이야? 능력이 없구만.”
    “평주야. 이 XX야. 너 내가 누군지 알지? 내가 너희들을 위해서 얼마나 힘썼는지 알지? 선배들이 이야기하는데 그게 그렇게 기분이 나쁘냐” - <스포츠클라이밍을 말하다> 中 243p
    황평주 감독이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및 지도자로 활동하며 직접 겪은 한국 스포츠클라이밍계의 현실과 병폐를 자서전 <스포츠클라이밍을 말하다>를 통해 고발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황 감독은 대한체육회 공인 초대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감독으로 부임, 처음으로 스포츠클라이밍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부 천종원 금메달, 여자부 사솔 은메달, 김자인 동메달 수확에 공을 세웠다.
    이 책에는 황 감독이 스포츠클라이밍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선수로 활약하던 시기, 자신이 바라본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역사, 국가대표 감독 및 코치 시절, 태릉선수촌 훈련, 감독직을 그만두게 된 사연 등이 담겼다.
    황 감독은 1995년 직장 산악회인 ‘대우캐리어’ 산악회에 가입하며 클라이밍을 시작한 후,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클라이밍 선수로 활동했다. 각종 지역대회에서 순위권에 들던 황 감독은 2003~2012년 동안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해 5차례 입상했으며, 2009년부터 아이스클라이밍 대회에도 출전해 설악산 토왕폭 빙벽대회 난이도 1위에 오르고, 2010년에는 빙벽 등반 한국랭킹 2위를 차지했다.
    황 감독은 2013년 전국대회에서 은퇴 경기를 치른 후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한국 팀 코치를 맡으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태국, 싱가포르, 이탈리아 등 각국에서 스포츠클라이밍 지도자로 활약했으며, 2018년에는 대한체육회 공인 초대 대한산악연맹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감독으로 부임했다. 감독으로서 2018 아시안게임 남자부 금메달, 여자부 은메달, 동메달을 수확한 이후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는 2019년 8월 일본 도쿄 하치오지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2019년 10월 11일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전반적으로는 스포츠클라이머 황평주의 삶을 돌아보는 데 지면을 할애했지만, 책 곳곳에서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현 주소에 대해 통렬하고 거침없는 비판을 격정적으로 쏟아내고 있어 동호인들과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단을 행정적으로 적절하게 지원해 주지 못했다며 대한산악연맹 임원들의 직책을 직접 적시해 저격했다. 심지어 이들로부터 들었다는 모욕적인 언행도 비속어 그대로 썼다. 다음은 저자와의 1문 1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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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클라이밍을 말하다>. 황평주 지음. 바위. 300쪽. 2만 원.
    Q 다양한 대회에 대한 소회를 적어두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와 가장 아쉬움이 남는 대회는 무엇인가요?
    A 선수로서는 2004년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대한민국 첫 스피드 종목 입상을 이뤘을 때입니다. 지도자로서는 2018년 천종원 선수의 금메달 획득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아쉬움이 남는 건 2019년 일본 하치오지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입니다. 대회기간이 광복절과 겹쳤는데 입상하지 못했거든요.
    Q 2018년 아시안게임 대회를 회고한 장을 보면, 대회 준비 과정은 자세하게 설명한 반면, 메달 석권의 순간은 짧게 서술했습니다. 따로 이유가 있나요?
    A 아시안게임 준비 과정은 더 자세한 정보와 자료를 토대로 후배 선수 및 지도자들을 위해 별도의 책으로 낼 계획입니다. 또한 메달 석권의 순간은 현역 선수들의 것이기에 제가 자세히 얘기할 것이 없었습니다.
    Q 대한산악연맹 내에서 스포츠클라이밍이 행정적으로 홀대 받아왔다며 관련 사건들을 가감 없이 적으셨습니다. 가령 스포츠클라이밍 선수에 대한 지방 연맹의 훈련비 지원 저조, 스포츠클라이밍협회의 지도사 자격증 발급 논란에 대한 대한산악연맹의 대처 등입니다. 지원이 저조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연맹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산악사 책을 보면 ‘철의 시대’, ‘금의 시대’를 이야기하며 알프스와 히말라야 등반사가 이어집니다. 대한산악연맹은 아직도 이 책 속에 갇혀 있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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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고창 할매바위에서 제자들의 빌레이를 봐주고 있는 황 감독.
    Q 책에 대한산악연맹 모 임원들의 폭언을 있는 그대로 서술했습니다. 또한 당시의 일을 ‘개인 황평주를 떠나서 스포츠클라이밍계 전체를 모욕하는 발언’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책을 출간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사과나 해명을 받은 게 있나요?
    A 그들에게 사과나 해명을 받으려고 책을 쓴 게 아니라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Q마지막으로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입니까? 책에서는 국내 스포츠클라이밍 시스템의 한계와 해결책에 대해 딱 한마디, ‘대한산악연맹’이라고 썼습니다. 또 이를 위해 많은 스포츠클라이머들과 실내 클라이밍센터들이 연맹에 가맹해 내부에서 개혁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A ‘동호인들은 부상 없이 운동하고,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훈련에 매진하면서 건전한 스포츠인으로 활동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동호인, 선수, 지도자, 암장 사업자, 협회 등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절차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겠죠. 이 책을 통해 클라이머뿐 아니라 산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뭉쳐 스포츠클라이밍 발전을 위한 방향과, 규정, 행정 방법 등을 논의하는 장이 형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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