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백년가게] 진천·청주, 문득 고향 생각나면… 이 집이 떠올라요

글 이내경 KTX매거진 기자
  • 입력 2021.01.08 09:54
  • 수정 2021.11.15 16: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인과 손님이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가는 곳, 충북의 백년가게를 소개한다

‘백년가게’는 2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점포 중 서비스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점포를 소개하는 코너이며,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인증한 점포입니다._편집자 주

곰가내 

밥나오는 데 20분, 기다린 보람 있네요


밥이 나오길 기다리는 20분이 설렌다. 음식을 주문하면 깨끗이 씻은 진천 쌀에 은행, 밤 등을 듬뿍 담아 영양 가득한 1인용 돌솥밥을 짓기 시작한다. 밥맛이 좋은 집으로 이름을 알린 ‘곰가내’는 사시사철 건강한 밥상을 차린다. 상에 올린 음식 대부분 텃밭에서 농사지은 재료로 만든다. 봄에는 무말랭이와 표고버섯, 여름에는 고추와 양파, 가을에는 배추와 은행 등을 수확하고 일부는 잘 건조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마다 사용한다. 

임명희 대표가 자식에게 먹일 음식을 요리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준비한 ‘곰진지상’의 반찬은 10여 첩. 직접 띄운 청국장으로 만든 청국장 샐러드, 상에 올리기 전 바로 무치는 겉절이, 말린 고추를 튀긴 고추 부각 등 모두 정성스럽다. 남편인 안원희 대표는 혹시나 고객이 맛있는 찬을 놓칠까 봐 상 위에 올라간 음식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소개한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에 설명까지 곁들여지니 더욱 신뢰가 가는 백년가게다.

주소 진천군 백곡면 백곡로 835-8

문의 043-532-0767

메뉴 곰진지상 1만5,000원 쌀밥 정식 1만 원

마라도 일식 

칼날처럼 날선 장인의 안목 

내공은 겨울바람과 같이 혹독한 시련에 맞서 이겨야 비로소 쌓인다. 1995년 이준경 대표가 외식업계에 발을 디딘 것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번듯한 회사에 다니던 어느 날, 희소병으로 한쪽 시력을 잃으면서 찾은 길이었다. 그마저도 잘 보이지 않는 다른 쪽 눈으로 살아가기 위해 홀로 서야 했다. 그는 답을 일식에서 구했다. 손끝 감각에 의존해 일정한 간격으로 포를 뜨는 실력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그는 묵묵히 노력했다. 휴가 때도 다른 유명 일식집에 가서 일을 배우곤 했다.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했기 때문일까. 이 대표는 요리에도 엄격한 기준을 세운다. 그날 들어온 신선한 재료라도 손님이 좋은 부위를 먹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의 기준에 미달인 생선살은 떼어 버린다. 일식 칼을 잡은 지 26년이 흘렀어도 그는 요리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기쁜 마음으로 만든 요리가 훌륭한 것은 당연지사다.

주소 진천군 광혜원면 구암길 30

문의 043-535-7800

메뉴 사시미 정식 3만5,000원 마라도 특선 5만5,000원

청송통닭 

시어머니 손맛 이은 51년 내공

시어머니가 30년 동안 지켜 온 ‘청송통닭’을 송형미 대표가 물려받은 지 어언 21년이다. 이제 일이 익숙할 법도 한데 송 대표는 시어머니 말씀을 매일 가슴에 새기며 운영한다. ‘재료는 좋은 것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에 모두 국산을 사용하고, 손님들이 칭찬하는 시어머니 솜씨에 누가 될까 봐 최선을 다한다. 

메뉴는 삼계탕과 통닭 두 가지. 단출한 구성이어도 재료 손질부터 요리까지 손수 하다 보니 아침 일찍 매장 문을 연다. 운영하는 시간 내내 우리는 삼계탕 육수는 담백하고, 찹쌀·대추·인삼을 두둑하게 채운 닭고기는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통닭도 하루 동안 염지해 놓았다가 손님상에 내기 전 바로 튀겨 바삭하다. 음식 맛은 특별한 비법보다 정직과 정성이 전부라는 말이 믿음직스럽다.

주소 청주시 상당구 남사로 116

문의 043-255-6535

메뉴 삼계탕 1만3,000원 통닭 1만6,000원

금강설렁탕 

진심 담긴 보약 한 그릇 같은… 

청주 사람 중 ‘금강설렁탕’을 아는 사람은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 이곳을 떠올린다. 

1967년 육거리종합시장에 문을 연 금강설렁탕에는 청주 사람의 추억이 고스란히 전한다. 1992년 이곳을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박재연 대표에게 어떤 이는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몇 십 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다고 인사를 전하고, 어떤 이는 고기가 귀한 시대 이곳에서 피로연을 열었다며 자식에 손주까지 데려온다. 

요즘같이 식당 운영이 녹록하지 않은 시기에도 찾아 주는 단골은 그가 가게를 운영하는 원동력. 고객에게 보약을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설렁탕을 준비한다. 국물은 수십 년 동안 이어온 씨 국물과 육수를 적정 비율로 배합해 내는데, 기름기를 세 번 정도 걸러 깔끔하다. 여전히 맛을 연구한다는 박 대표의 진심이 설렁탕 한 그릇에 녹아 있다.  

주소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5번길 35

문의 043-256-2311

메뉴 설렁탕 8,000원 수육(소) 1만5,000원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