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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신안특집] 자은도 두봉산… 363.8m의 작은 거인, 다도해를 품다

월간산
  • 입력 2021.01.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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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부터 해상 교통 요지… 자은도 두봉산 섬마을의 ‘등대’

두봉산 등산로에서 본 자은도와 다도해 일대.
두봉산 등산로에서 본 자은도와 다도해 일대.

길이 10.8㎞의 천사대교는 전남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와 암태면 신석리를 잇는 다리다. 교량구간이 7.2㎞에 달해 국내에서 네 번째로 길다. 이 천사대교 덕분에 신안군 암태도,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의 네 개 섬이 지난 2019년 4월 육지와 연결됐다. 예전 1시간 넘게 걸리던 뱃길이 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 됐다. 

네 개 섬 가운데 가장 북쪽에 위치한 자은도에는 나주군도 최고봉이면서 특급 조망 명소 두봉산(363.8m)이 자리하고 있다. 인근의 섬산들이 대부분 100~200m급인데 비해 이 산은 유독 웅장하게 솟아 있어서 섬사람들에게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뚜렷한 하나의 산줄기가 곧게 뻗어 있는데다 가지를 뻗은 지능선 또한 수려하다. 

임자도 전장포 대파밭.
임자도 전장포 대파밭.

두봉산에 얽힌 전설이 재미있다. 자은도는 태초에 세상이 만들어질 때 바다 속에 잠겨 있었다고 한다. 다만 한 말斗(두)가량의 땅덩어리가 솟아 있었는데, 세월이 흘러 바닷물이 줄며 섬이 만들어지고 두봉산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두봉산 정상 바위에는 조개껍질이 발견돼 이 전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분계해변 천도천색길에 서있는 해사랑길 포토조형물. 늘씬한 여인송이 눈길을 끈다.
분계해변 천도천색길에 서있는 해사랑길 포토조형물. 늘씬한 여인송이 눈길을 끈다.

두봉산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육로가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에 뱃길 확보는 물류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일이었다. 실제로 자은도와 북쪽의 증도 사이의 해협은 한반도 남쪽과 중부를 잇는 대단히 중요한 항로였다. 고려 우왕 3년(1377년)부터 조선 세종 23년(1441년)까지 이곳에 수군영이 위치했고, 일제 강점기에는 해로를 확보하기 위해 섬 북쪽에 많은 땅굴 진지를 만든 흔적이 남아 있다. 

천사대교를 타고 암태도로 간 후 다시 은암대교를 건너면 자은도에 닿는다. 

자은도 두봉산 위치도
자은도 두봉산 위치도

두봉산 산행은 대부분 면소재지인 구영리 자은중학교에서 시작한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 오른쪽 길로 200여 m 전진하면 산행 입구가 보인다. 제법 긴 나무계단을 오르면 성제봉(225m)과 무선기지국 봉우리가 이어진 능선길에 다다른다. 성제봉에서 정상까지 능선 길은 다도해 조망이 더없이 시원한 매력적인 산길이다. 능선 바윗길에는 철제 난간 등 안전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위험한 구간도 별무리 없이 진행이 가능하다. 하산은 원점으로 되돌아갈 경우, 도명사 방향으로 잡는 게 좋다. 자은중학교까지 걸어서 2km.

두봉산은 서두르지 않아도 3시간이면 산행이 가능하다. 그리 어렵지 않은 나지막한 산이지만 신안 지역의 멋진 다도해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1급 조망권을 갖춘 산이다.  

임자도 전장포 대파밭.
임자도 전장포 대파밭.

바닷바람 맞고 자란 임자·자은도 대파 

서울 시장에서 ‘귀하신 몸’

신안지역은 전국 대파 생산량의 70%를 담당할 정도로 국내에서 제일가는 대파 산지다. 맑은 물과 공기, 토양을 가진 청정지역 섬마을에서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대파는 게르마늄 함량이 일반 대파에 비해 풍부하고 비타민C, 칼슘, 유기산 등 각종 영양소가 많이 함유돼 있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특히 임자도와 자은도에서 생산되는 대파는 잎을 꺾었을 때 향기가 진해 주부들과 음식점에서 인기가 있다. 대파의 흰 부분이 길고 탐스럽기 때문에 서울 가락동 농산물 시장 등에서 1등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비금도 시금치는 ‘섬초’라고 불린다. 게르마늄과 비타민 등 영양소가 풍부하고 맛이 뛰어나 일반 시금치보다 비싸게 팔린다.
비금도 시금치는 ‘섬초’라고 불린다. 게르마늄과 비타민 등 영양소가 풍부하고 맛이 뛰어나 일반 시금치보다 비싸게 팔린다.

비금도 시금치 ‘섬초’, 비싼 이유 있어요

남녘의 섬이나 남해안에서 혹독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자라는 시금치를 ‘섬초’라 한다. 조직이 단단하고 맛이 좋다. 신안 비금도는 겨울철 논과 밭이 모두 섬초일 정도로 잘 자라 시금치의 본고장이라 할 만한데 특허청에 비금도산 시금치를 ‘섬초’로 등록할 만큼 비금 섬초는 양질의 시금치로 이름 높다. 게르마늄 함량이 높고 잎과 줄기가 두꺼워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고 한다. 특히 겨울철 비금도, 도초도 지역에서 나는 시금치는 육지 것에 비해 30〜40% 이상 비싸게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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