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자연 영화] 이건 실화다, 2100년 인류 일부가 멸망한다

  • 신용관
    입력 2021.02.18 09:05

    “환경 파괴로 인한 대재앙을 막아라” 미래 바꿀 수백 명을 인터뷰

    “얼마 전 발표에 따르면 인류의 종말이 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과학자 21명이 ‘네이처’지에 공동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지구온난화와 자원파괴, 인구 증가가 한계점에 이르렀습니다. 지구 생태계는 완전히 변할 것입니다. 마지막 빙하기만큼 극심한 변화가 올 것입니다.”
    프랑스 다큐멘터리 <내일Demain>(감독 멜라니 로랑, 시릴 디옹, 2015)은 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2100년 이전에 인류 일부가 멸망할 수 있다는 네이처 연구(2012년) 내용을 접한 프랑스 환경운동가 시릴 디옹과 프랑스 여배우 멜라니 로랑은 영화계 친구들과 뜻을 합쳐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한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환경운동가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아이들이 있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뭔가를 해야만 했다.” 
    멜라니 로랑은 <나우 유 씨 미: 마술 사기단>, <이터너티> 등 할리우드 영화에도 다수 출연한 유명 배우다.
    이들은 1년여 동안 영국, 미국, 인도,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세계 10개국을 방문해 수백 명을 만나 취재하고 인터뷰했다. 다양한 방면에 걸쳐 지구의 미래를 바꿀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인물과 조직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기후변화가 환경뿐만 아니라 농업, 에너지, 경제, 민주주의, 교육 5가지 이슈와 직결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영화도 5개 주제별로 파트가 나뉘어 있다.
    농업·에너지 등 5개 주제로
    첫 주제 ‘농업’. 기후변화로 인류가 위험에 빠진다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식량 부족일 것이므로 <내일> 제작진은 자연농법으로 효율적인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는 소규모 농장과 식량 주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영국 토드모던은 인구 1만4,000명의 소규모 마을이다. 토드모던은 공공 공간을 비롯한 지역 곳곳에 먹거리를 심고 나누는 이른바 ‘놀라운 먹거리Incredible Edibles’ 운동을 시작한 곳이다. 주민들은 작물 경작, 시장원예를 위한 훈련원 건립, 농부 이주 적극 수용을 통해 4년 만에 식량 대부분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주민의 80%가 지역 생산품을 구매할 정도로 지역친화적 문화를 만들어 냈다. ‘놀라운 먹거리’ 운동은 세계 곳곳 수백 개 마을로 수출되었다.
    이곳 책임자인 닉 그린은 “청년들에게 먹거리 생산을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300㎡의 도시 텃밭에서 연간 0.5톤을 생산해요. 
    1헥타르면 14톤을 생산하겠죠. 많은 양의 식량이에요. 현재 세계는 소규모 가족농이 먹여 살리고 있어요. 작은 농장들의 생산량이 훨씬 높아요”라고 말한다.  
    영화는 ‘식량권에 관한 UN 특별보고관’인 올리비에 드셔터의 보고서를 인용한다. 
    “68개국에서 조사한 올리비에의 UN 보고서(2011년)에 의하면 생태농업을 통해 수익을 2배 증가시킬 수 있다. 세계 식량의 65~70%가 소규모 농민들에게서 온다.”
    미국 디트로이트에 대한 소개도 나온다. 1960년 이후 디트로이트는 인구가 200만 명에서 70만 명으로 줄었다. 원래는 도시 전체가 자동차 하나로 사는 산업도시였다. 자동차산업이 쇠퇴하자 일자리가 사라졌고 주민들도 떠났다. 건물들도 버려지고 신선한 식재료를 찾는 게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도시에 남은 가난한 시민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먹거리를 직접 키우기로 했다.
    그곳에는 ‘킵 그로잉 디트로이트Keep Growing Detroit’라는 조직이 있다. 자원봉사자 2만 명이 유기농 농장 1,400여 개를 꾸리고 있다. 공동대표인 애슐리 앳킨슨은 “우리는 아주 대담한 목표를 갖고 있어요. 식량 주권 도시로 만드는 거예요. 채소와 과일 대부분을 디트로이트 안에서 시민들이 직접 키우는 거지요”라고 말한다. 
    이들은 “디트로이트에 아직 경작 가능한 땅 2,400헥타르가 있다”면서 시민 50%를 위한 식량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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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 중립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은 57만 시민의 절반이 자전거로 이동하고 있는 도시다.
    탄소 중립도시 코펜하겐 
    둘째 주제 ‘에너지’. <내일> 제작진은 기후변화 가속화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들은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프랑스 레위니옹 섬, 스웨덴 말뫼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지역들을 직접 방문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최초의 탄소 중립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이다. 2025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코펜하겐은 57만 시민의 절반이 자전거로 이동하고 있다. 모든 시민이 녹지에서 300m 이내에 살 수 있는 도시 모델을 추구해 왔다. 시의회는 2012년 풍력발전용 터빈 100여 개 건설, 생활폐기물의 바이오가스 전환, 플라스틱 물질 재활용, 지열 자원 개발, 축구장 40개 규모(20만m²)의 태양광 패널 설치 등이 포함된 계획을 채택했다. 
    코펜하겐의 교통 담당자는 “코펜하겐의  자전거, 버스, 지하철, 기차와 보트는 모두 연결돼 있어요. 80km 내에서 자동차 없이 다닐 수 있지요. 2040년까지 모든 차량을 바이오가스, 액체수소, 전기차로 대체할 계획입니다. 차량 배터리는 태양광과 풍력에너지로 충전하게 됩니다”고 말한다. 
    셋째 주제 ‘경제’. 에너지를 비롯한 소비를 줄이면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모델을 바꾼다면 성장 없이도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가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 보완화폐를 발행하고 있는 스위스 비르은행WIR Bank이 그 경우다. 
    자금대출에 소극적인 기존 은행들에 맞서 기업인들이 1934년 설립한 비르은행은 보완화폐 ‘비르 프랑’을 발행해 상호신용시스템을 제공한다. 경제 위기로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더라도 기업을 계속 운영하고 저비용 투자가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기업들은 호황기에는 주요 통화인 스위스 프랑을 이용하다가 통화 위기 발생 때 비르 프랑 거래를 늘려 신용경색을 피한다. 
    넷째 주제 ‘민주주의’.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은 아이슬란드 시민들은 금융권의 부정행위를 방조한 정부를 몰아내고 25인의 시민단을 주축으로 온라인을 통해 수천 명이 참여, 새로운 헌법 개정안을 발안했다. 비슷한 일의 재발을 방지하고 정치권력을 시민의 손에 두겠다는 시도였다. 
    더불어 살게 하는 게 핵심 
    다섯째 주제 ‘교육’.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해 정책을 결정하는 시민은 어떻게 양성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내일> 제작진은 핀란드로 찾아간다. 40년 전 채택된 교육 시스템은 지식 전승보다 아이들 각자의 가능성을 최대한 발현 하도록 돕고 있었다.
    영화는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다.
    “이게 핵심이다. 더불어 살게 하는 것. 완벽한 학교나 민주적, 경제적 모델은 없다. 이 여행에서 새로운 세계관을 본 것 같다. 권력과 권위가 피라미드 중앙에 집중되지 않고 모든 게 자연 속에서처럼 상호 의존적으로 연결되는, 그런 다양성이 진정한 힘이다.”
    2016년 프랑스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세자르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내일>은 수십 시간의 환경 교육을 한 편의 영화에 담아낸 수작이라 평가받는 시민 1만266명이 참여한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돼, 프랑스 관객 110만 명을 동원하고 세계 30개국에 배급될 정도로 호응이 컸다.
    인터뷰와 통계수치들이 간혹 따라잡기 버겁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참 부지런히도 세계 여기저기를 찾아다녔구나’하고 인정하게 된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 인도 출신의 생태사상가 반다나 시바, 생태농업의 선구자 피에르 라비 등 전문가들이 들려 주는 식견도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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