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무돌길] 광주·담양·화순을 이어주던 1000년 옛길

  • 글·사진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고문
    입력 2021.02.05 11:21

    대도시 걷기길 '광주 무등산 무돌길'
    지난 2010년 복원…역사박물관이 따로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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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돌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던 길이다. 재 넘어 마을을 넘나들던 옛길에서 선조들의 발걸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무돌길은 1,000년 전부터 있었던 옛길이다. 무등산無等山(1,187m)을 지붕삼아 사는 광주사람, 담양사람, 화순사람들이 마을과 마을 사이를 들과 재를 넘어 다니면서 나무를 팔고 생필품을 주고받던 생명의 길이다. 산업화 이후 무등산 주변으로 일주도로가 뚫리면서 이 옛길은 점차 잊혀 오랫동안 기록으로만 남아 있었다.
    2007년 9월, 스페인 산티아고순례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제주올레가 열리며 걷기 열풍이 시작되었다. 걷기를 통해 지역의 역사, 문화, 건강을 버무린 새로운 여행문화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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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길 출발지 각화저수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훌륭한 산책로 구실을 한다.
    무등산 사랑으로 만든 길
    이 시기에 무등산을 한 바퀴 도는 옛길을 주목하는 사람이 있었다. 무등산 사랑이 유별난 (사)무등산무돌길협의회 김인주(67) 상임의장은 1910년 발행된 고지도 하나만 달랑 들고 무돌길 복원에 나섰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때로는 나무를 베고, 돌로 길을 만들고, 괭이로 길을 다졌다. 토지 소유자를 찾아가 설득하고, 풀베기 작업을 하다가 벌에 쏘이기도 일쑤였단다. 길을 내는 비용은 회원들의 재능기부와 회비로 충당했다.
    길을 내느라 해질 무렵까지 산에 있는 김인주 의장을 차로 데려오는 것은 부인 노영희씨의 몫, “힘드셨겠네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제가 많이 양보합니다”라는 부창부수 답변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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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촌마을 돌담길, 마을을 지날 때는 조용히 예의를 지켜야 한다.
    무돌길은 무등산의 옛 이름인 ‘무돌뫼’에서 착안했다. ‘무돌길’ 서체도 만들고 문화유적을 바르게 알리는 스토리 발굴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어느 정도 골격을 다진 후 행정의 지원을 이끌어 내면서 2010년 10월 무등산둘레길 51.8km를 하나로 잇는 무돌길을 개장했다.
    무돌길은 광주광역시 동구와 북구, 전남 담양과 화순에 걸쳐 32개 마을을 걸으며 무등산 자락에 깃든 과거와 현재의 풍경을 만난다.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둘레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짧지만 하루 만에 둘러볼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다. 1박2일 또는 구간별로 나누어 걷는 것이 좋다. 전체적으로 안내도가 촘촘히 잘 설치되어 있어 GPS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산을 넘어가는 길도 있지만 해발 200~300m 정도밖에 되지 않아 누구나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다만 제6길 경상마을에서 호남정맥과 만나는 백남정재까지 30여 분간 오르막이 좀 힘들다. 나머지는 대부분 능선을 에둘러 가기 때문에 편안하다. 인적이 드문 구간들도 통과하므로 혼자 걷기보다는 일행과 함께 걷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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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돌길은 방향과 거리, 표지기가 촘촘히 설치되어 있어 길 헤맬 염려는 없다.
    마을 곳곳에는 예쁜 카페와 음식점이 있어 가벼운 등산복 차림에 물 한 병과 간식만 챙겨 걸어도 된다. 다만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을 통과할 때는 조용히 지나고 무단으로 주민의 집에 들어가지 않는 등 예의가 필요하다. 당연히 농작물이나 임산물 채취는 금물이다.
    무돌길은 세계적인 명품 길 반열에 오를 만하다. 첫 번째 이유는 도로가 지역과 경계를 나누기 전까지 무등산 밑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무등산을 어머니 삼아 그 젖줄을 먹고 살았다. 덕분에 무돌길은 노천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돌길 곳곳에는 청자·백자를 굽던 충효동요지, 복조리마을 등이 있고 나무꾼 이야기, 옹기장수, 김덕령 장군 등의 스토리가 있다. 계곡을 따라서는 풍암정, 취가정, 환벽당, 식영정, 소쇄원, 독수정 등 남도의 누정이 밀집되어 있다. 송강 정철이 노래한 ‘성산별곡星山別曲’의 무대도 이곳이고, 시인묵객의 가사문학을 탄생시킨 배경도 바로 이 무돌길의 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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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길 출발지인 독수정, 특히 가을에는 주변 정원림에 있는 상사화가 일품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리는 길
    두 번째 이유는 무등산 정신이다. 무등無等, 즉 ‘등급이 없다’는 사상은 곧 광주光州의 민주주의정신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무돌길에는 나라가 위태로울 때 분연히 일어섰던 호남 의병들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백남정재는 의병이 다녔던 고갯길이고, 둔병재는 임진왜란·병자호란 때 관군들이 결기를 다졌던 곳이다. 의병장 죽봉 김태원 장군 전적비, 의병장 김덕령을 모신 충장사도 무돌길에 있다. 1989년 5월 의문사 당한 민주화운동가 이철규 열사의 피란길이 바로 무돌길이다.
    도시에 가까운 길은 개발로 인해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했지만 아직도 민주화를 외치던 학생과 시민의 함성이 곳곳에 남아 있다. 무돌길의 총거리를 51.8km로 정한 것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해서다. 김인주 의장은 “무등산과 무돌길은 불의에 항거한 광주 정신의 요체이며 민주화의 성지”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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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령 의병장의 호를 딴 ‘익호송’. 금곡마을 직전 언덕에 있다.
    세 번째 이유는 무등산의 지질학적 가치다. 광주·전남의 진산鎭山인 무등산은 호남정맥 1,902km 구간 중 가장 높다. 최고봉인 천왕봉을 중심으로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서석대와 입석대는 천연기념물 제465호다.
    2013년 3월에는 우리나라에서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6번째 국가지질공원답게 규봉암 지공너덜지대를 비롯한 지질명소 23개소, 역사문화명소가 22개소가 있다. 멸종위기종인 수달, 구렁이, 삵, 말똥가리, 흰목물떼새, 독수리, 맹꽁이, 참매 8종을 비롯해 천연기념물 등 총 2,296종이 서식하고 있다. 무돌길은 인간이 숲, 식물 동물과 함께 숨 쉬는 공간이고, 공존共存의 깨달음을 주는 곳이다.
    무돌길은 무등산을 축으로 1~4길은 광주시 북구에서 관리하고, 5~6길은 담양군에서, 7~11길은 화순군, 12~15길은 광주시 동구에서 관리한다. 1길 싸리재길, 2길 조릿대길, 3길 덕령길, 4길 원효계곡길 등 길마다 고유지명이 있다. 총 15길에 거리는 51.8km, 이 길을 한 번에 다 걷는다면 약 25시간이 걸린다. 
    호남의 누정문화 엿보는 ‘누정특별길’
    15길 외에 특별길이 두 곳 더 있다. 4길 평촌마을에서 갈라지는 ‘누정특별길’은 수려한 경관과 더불어 호남의 대표적인 누정문화가 밀집되어 있다. ‘일동지삼승一洞之三勝’이라고, 한 마을에 국가 명승 107호 환벽당, 40호 소쇄원, 57호 식영정이 있다. 또한 취가정, 영일 정씨 집성촌인 지곡마을, 조선시대 가사문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사문학관도 이곳에 있다. 또 다른 특별길인 ‘무돌완성길’은 15길이 끝나는 중흥동에서 민주화의 분화구였던 전남대학교를 경유하는 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걷기 좋은 길은 1길에서 4길까지다. 되돌아오는 버스가 있어서 귀가에 용이하다. 일반적으로 각화동 시화마을 또는 문화대교 아래에 있는 각화저수지를 들머리로 삼는다. 총 14.4km에 약 6시간이 걸린다.
    무돌길 구간 안내
    광주광역시 북구 구간 제1길 싸릿길 3km,  약 50분 / 제2길 조릿대길 2km, 약 40분 / 제3길 덕령숲길 2.5km, 약 40분 / 제4길 원효계곡길 4km, 약 50분
    전라남도 담양 구간 제5길 독수정길 3km, 약 50분 / 제6길 백남정재길 3.5km, 약 60분
    전라남도 화순 구간 제7길 이서길 4km, 약 60분 / 제8길 영평길 4km, 약 60분 / 제9길 안심길 4km, 약 50분 / 제10길 수만리길 3km, 약 50분 / 제11길 화순산림길 3km, 약 50분

    광주광역시 동구 구간 제12길 만연길 3.5km, 약 50분 / 제13길 용추길 3km, 약 40분 / 제14길 광주천길 4.8km, 약 60분 / 제15길 폐선푸른길 4.5km, 약 60분
    오는 5월 15일(토) 전국 무돌길걷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문의 무등산무돌길협의회 사무국 070-8888-0518. 
    홈페이지 www.mudolgil518.or.kr
    교통
    광주시내버스 두암81번, 용전86번, 금호36번, 금남55번, 송암74번이 제1길 출발지인 각화중 앞에 하차한다. 광주로 돌아오는 버스는 4길에 있는 가사문학면사무소 앞에서 충효187번, 충효1187번을 이용하면 된다. 배차간격 30~70분, 1일 16회(막차 21:40) 운행. 요금 성인 1,500원. 담양, 화순지역 구간은 대체로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먹거리
    충장사(금곡동) 단풍나무집(062-266-6360) 백숙 4만5,000원, 금곡마을(062-265-1183) 돌담게장백반 1인분 1만 원, 충효동 외할머니집(062-972-3824) 추어탕 7,000원, 떡갈비 7,000원, 가사문학면 절라도식당(061-381-4744)  돼지떡갈비 1만5,000원, 오페라하우스(061-381-6162) 황태구이, 곤드레돌솥밥 1만3,000원, 화순 너와나목장(061-373-2202) 흑염소탕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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