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여성 최초, 에베레스트 남릉·북릉 모두 올랐다

  • 글 서현우 기자
  • 사진 클라임하이히말라야
    입력 2021.02.19 09:08

    [셰르파 스토리ㅣ펨바 도마 셰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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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에베레스트 정상에 선 펨바 도마.
    셰르파로서 성공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육체적으로 강건해야 하는 것은 물론, 고소적응 능력도 타고나야 한다. 단순히 등산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문화가 다른 세계 각국에서 온 등반가들과 원만한 관계도 유지해야 하며, 지속적인 고객 유치를 위해 사업가적 수완도 뛰어나야 한다.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고산 등반계에서 이러한 필요조건을 만족하는 셰르파는 대부분 남성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1993년 파상 라무 셰르파가 네팔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후, 여성 셰르파들도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중에서 파상 라무에 이어 가장 돋보인 활약을 펼친 셰르파가 바로 펨바 도마Pemba doma 셰르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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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 사이라니 레미(왼쪽)를 안고 있는 펨바 도마와 남편 라잔 타파.
    ‘2세 고아’, 에베레스트를 꿈꾸다
    펨바 도마는 1970년 7월 7일 네팔 솔로쿰부의 남체 바자르에서 태어났다. 갓 두 살이 됐을 때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펨바 도마는 조부모에게 맡겨졌다. 펨바 도마의 조부모는 남체 바자르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펨바 도마의 조부모는 에드먼드 힐러리경이 네팔에 설립한 26개의 학교 중 하나인 쿰중학교에 그녀를 입학시켰다. 당시 네팔은 남녀구분이 명확한 전형적인 동양 국가였으나, 펨바 도마는 이 학교에서 공부하며 여성도 적극적으로 사회에 진출해 활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또한 조부모의 게스트하우스에 무거운 짐을 메고 헐떡거리며 도착하는 수많은 외국인들을 보며 이들이 그 머나먼 길을 걸어 오르려는 산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갖게 됐다. 이 둘이 연결되어 펨바는 당시 할아버지 다와 체링Dawa Tsering과 함께 마을 주변을 산책할 때면 왠지 모르게 언젠가 저 멀리 구름 속에 솟아 있는 흰 산, 에베레스트를 오르게 될 것을 예감했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셰르파들이 20세 전후 트레킹 포터로 본격적인 가이드 일에 뛰어들지만, 펨바 도마는 그렇지 않았다. 20대 초반의 펨바 도마는 더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프랑스로 건너가 생후 9개월 여자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며 학교를 다녔다. 
    펨바 도마는 2년간의 프랑스 생활을 통해 프랑스어를 비롯해 무려 9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등반을 위해 필요한 돈도 어느 정도 벌었고, 유럽의 선진 등반 학교에서 등반 기술도 공부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공부를 마친 펨바 도마는 네팔로 돌아와 에베레스트를 오를 기회를 엿보며 꾸준히 체력을 단련하고 등반 기술을 숙달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스위스에서 4명의 여성이 포함된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2000년 5월 등정을 시도한다는 소식을 듣고 해당 원정대에 동행을 신청했다.
    꿈에 그리던 에베레스트 원정이었지만, 현실은 꿈과 달랐다. 원정대 내부에 의견다툼이 잦았다. 결국 원정대 대장은 대원 중 단 한 명과 세 명의 가이드만 정상 공격에 참가키로 하고, 나머지는 베이스캠프에 대기하라고 했다. 스스로 정상에 오를 역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한 펨바 도마는 이에 불복하고 단독 등반을 결정, 2000년 5월 19일 네팔 여성 최초로 북릉을 통해 에베레스트를 올랐다. 
    당시 펨바는 “너무 피곤해서 걷다가도 몇 분간 잠들곤 했다. 한 번은 잠시 휴식하는 동안 영원히 잠들지 않기 위해 지나가던 한 러시아 산악인에게 5분간 머물러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동료들은 어딨냐’고 묻기에 ‘혼자 정상에 오르고 이제 하산 중이다’라고 답하자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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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펨바 도마의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다.
    트레킹회사부터 자선단체까지 운영…
    로체 등반 중 짧은 생 마감
    경이로운 에베레스트 단독 등반에 성공한 그녀는 즉각 고국에서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2년 뒤 네팔 정부는 그녀에게 네팔 여성 원정대를 이끌고 에베레스트 남면을 등반할 수 있도록 무료 등반 허가를 내주었다. 펨바 도마는 락파 치리 셰르파와 함께 2002년 5월 16일 에베레스트 정상에 서며 네팔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남릉과 북릉 모두를 통해 오르는 기록을 수립했다.
    펨바 도마는 하산한 후 곧장 라잔 타파와 결혼, 이듬해인 2003년 딸 사이라니 레미Sairani Lhemi를 낳았다. 또 남편과 함께 ‘클라임하이 히말라야Climb High Himalaya’라는 이름의 등반 대행사를 차리며 사업가로 변신했다. 
    또한 그녀는 ‘세이브 더 히말라얀 킹덤Save the Himalayan Kingdom’이라는 이름의 자선 재단도 설립했다. 이 재단은 신분이나 가난에 구애 받지 않고 모든 네팔 어린이들에게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특히 재단 조성 초기, 후원금이 부족하자 펨바 도마가 탁월한 외국어 구사 능력을 발휘해 해외 각지에서 후원금을 마련해 올 수 있었다고 한다.
    펨바 도마는 회사 경영과 딸 양육, 자선사업가 활동까지 병행하면서도 등반을 멈추지 않았다. 2005년 9월에는 초오유를 올랐고, 2007년 5월에는 로체를 등정했다. 그러나 로체가 그녀의 마지막 산이 됐다. 그녀는 로체 등정 직후, 8,000m 지점에서 하산하던 도중 실족해 짧은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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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4년에는 펨바 도마를 기리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내건 자선 퀴즈 대회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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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5월 23일, 펨바 도마 사망 13주기를 기리며 열린 추모 행사에서 그녀의 고향 남체 바자르에 세워진 동상에 지역 주민들이 가타를 둘러 주고 있다. 사진 니마 누루 셰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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