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자연 영화] 남북극 얼음 23년간 28조t 사라져…재앙은 지금 여기에서 멀지 않다

  • 글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입력 2021.03.25 09:35

    환경-자연 영화 <8> 투모로우

    우리가 방심하고 있는 동안 지구 온난화의 후유증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2019년 한 해 동안 그린란드에선 5,320억 톤t의 빙상氷床(육지를 뒤덮은 얼음층)이 녹아내렸다. 7월 한 달에만 2,230억 t이 녹았는데, 이는 2000년대 1년 평균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 해에 걸쳐 녹았던 양이 단 한 달 만에 녹은 것이다.
    기후학자들이 그린란드 빙상에 주목하는 것은 이곳 얼음이 녹으면 세계 해수면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05~2017년 사이 세계 해수면은 한 해 평균 3.5mm 높아졌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이 가운데 약 22%는 그린란드 빙상이 녹은 양이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지난해 5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그린란드와 남극에서 육지를 덮은 얼음층인 빙상이 16년 사이 5조880억 t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기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기후 자료들을 육지의 얼음만 예측하는 새로운 모델에 넣어 빙상의 손실을 계산했다. 그 결과, 기후 시나리오에 따라 21세기 내에 얼음이 8조8,000억 t에서 35조9,000억 t까지 사라질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8조8,000억 t)는 온실가스 저감을 많이 했을 경우의 시나리오이고, 후자는 온실가스 저감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의 시나리오이다. 연구팀은 “이는 1만2000년 사이에 가장 큰 감소 속도”라고 우려했다.
    세계 해수면 3.5cm 높아질 것 
    북극권 바다 위에 떠있는 빙하와 남극의 빙상 유실도 심각하다. 영국 리즈대와 에딘버러대 연구팀에 따르면 1994~2017년 사이 남극과 북극권에서 녹아내린 빙상과 빙하의 양을 모두 더하면 28조 톤에 이르며 이는 “세계 해수면을 3.5cm 높일 수준의 양”이라고 분석했다. 극지방 얼음이 녹는 속도가 10년마다 57%씩 빨라진 것으로 나타난 것도 문제다. 연구팀은 “최악의 경우 그린란드와 남극 빙상이 녹으면 이번 세기말까지 세계 해수면이 최고 30cm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빙하 녹은 물의 증가는 바다의 염분 농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위험하다. 염분 농도가 바닷물의 움직임과 순환에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라 세계 기후에 극단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 재난영화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2004)는 바로 그 점을 다룬다. 
    기후학자인 잭 홀(데니스 퀘이드) 박사는 남극에서 빙하의 깊은 부위를 탐사하던 중 지구에 이상 변화가 일어날 것을 감지한다. 얼마 후 잭은 국제회의에서 지구의 기온 하락에 관한 연구발표를 한다.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되어 결국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재앙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보수적인 학자들은 믿을 수 없는 추측일 뿐이라며 비웃는다.
    그 사이에 17세 고교생 아들 샘 홀(제이크 질렌할)은 학교 대표로 퀴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다. 그런데 아들이 탄 비행기가 이상 난기류를 겪게 되고, 일본에서는 주먹만 한 우박으로 인한 피해가 TV를 통해 보도되는 등 지구 곳곳에 이상기후 증세가 나타난다.
    해양 온도를 추적하는 영국의 과학자 테리 랩슨(이안 홈)은 바다 곳곳의 온도가 13℃나 떨어졌다는 소식을 잭에게 알려 준다. 자신이 예견했던 빙하시대가 곧 닥칠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잭은 앞으로 일어날 재앙으로부터 아들을 구하러 가려던 중 백악관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잭은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시민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북반구 위쪽에 있는 사람들은 이동하기 너무 늦었으므로 포기하고 우선 중부지역부터 최대한 사람들을 멕시코 국경 아래 남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사이 로스앤젤레스에 초대형 토네이도가 휘몰아쳐 건물 외벽이 종잇장처럼 뜯겨 나가고, 해안 도시가 침수되는 등 이상기후가 초래한 큰 재해들이 여기저기서 발생한다. 미국 정부의 대피령에 이동을 시작한 사람들은 일대 혼란에 휩싸인다.
    아들 샘 일행은 빙하가 뉴욕을 덮치자 도서관에 고립된다. 샘은 도서관에 머물러 있으라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혹한과 굶주림 속에서 함께 고립된 사람들을 격려하며 버티고, 잭은 고립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 얼음으로 뒤덮인 뉴욕으로 향한다.
    <투모로우>를 연출한 롤랜드 에머리히는 독일 출신 감독으로 “사이즈로 승부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거대한 스케일과 물량 공세로 블록버스터 대박을 터뜨리는 스타일이다. 1996년 최고의 흥행작 <인디펜던스 데이>, 일본 영화 리메이크작 <고질라>(1998)를 만들었고, 2019년에는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대작 <미드웨이>를 연출했다.
    <투모로우>는 할리우드의 특수 효과를 최대한 발휘한 수작이다. LA 초대형 토네이도, 도쿄 우박 장면 외에도 한기가 마치 괴물처럼 무시무시한 속도로 등장인물들을 쫓아오면서 주위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모습 등 관객들을 숨 막히게 하는 장면들이 많다.
    맨해튼 해일 장면 압도적 
    특히 뉴욕 맨해튼 마천루 사이로 엄청난 해일이 밀려오는 장면은 압도적이다.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촬영진은 맨해튼 거리 세트 주변에 높이 1m짜리 콘크리트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10개의 대형 분출기로 분당 2만 리터의 물을 뿜어내도록 했다. 초대형 환풍기를 동원해 실감 나는 폭우와 홍수 장면을 표현하고, 유체 시뮬레이션 기술을 이용해 해일이 택시를 덮치는 장면이나 회오리바람 등을 실제처럼 재현했다.
    이 영화가 개봉된 후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투모로우>는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재난영화의 대명사로 언급되고 있다. 영화 뒷부분에서 미국 대통령의 죽음으로 사태 수습의 총책임자가 된 부통령은 말한다.
    “우리는 분노한 자연 앞에서 선 인류의 무력함을 깨달았습니다. 인류는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구의 자원을 마음대로 쓸 권한이 있다고. 그러나 그건 오만이었습니다.”
    타이틀 원제는 ‘The Day After Tomorrow’, 즉 모레다. 하지만 국내 개봉 당시 영화제목을 <투모로우>로 하는 바람에 ‘내일’이 됐다. 원제는 ‘당장은 아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다가올 수 있는 날’을 의미한다.
    워낙 실감 나는 화면과 잘 짜인 구성 덕분에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정말 저렇게 급격히 빙하기가 도래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마저 갖게 된다. 다행히(?)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기후변화는 100년 이상에 걸쳐 서서히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명과 산업의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졌듯 지구 환경의 악화 또한 예상을 넘어서는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아무런 피해 없이 우리의 천연자원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틀렸습니다”라는 잭 홀 박사의 영화 속 대사가 그래서 울림을 갖는다. 러닝타임 123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흡인력이 있는 <투모로우>는 제58회 영국 아카데미상에서 ‘특수시각효과상’을 받았다.
    '본 기사는 월간산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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