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여행지] 거창 덕천서원, 스러져가는 것의 품격

  • 글 신준범 차장대우
  • 사진 거창군청
    입력 2021.03.12 09:35

    거창읍 망덕산 기슭, 서원 호숫가 벚꽃 자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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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드러지게 핀 거창 덕천서원 벚꽃.
    미인박명은 벚꽃을 두고 말하는 것인지 모른다. 도가 지나치게 아름다워, 비나 바람이 시기하여 그토록 빨리 지는 것인지 모른다. 벚꽃의 백미는 낙화다. 이토록 격조 있는 황홀한 몰락은 어떤 미인도 흉내 낼 수 없는 경지의 미학이다. 봄꽃 구경의 첫 손가락에 벚꽃을 꼽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행여 경남 거창을 찾았다면, 마음 단속을 단단히 해야 한다. 곳곳에 화사하게 핀 절세미인의 유혹에, 외통수 연애에 빠져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두산 산행은 벚꽃으로 마무리해야 해피엔딩이다. 거창엔 벚나무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덕천서원을 추천할 만하다. 우두산에서 20km 떨어진 덕천서원은 거창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다. 장점이라면 꽃이 조용하다는 것. 수다스러운 꽃이 어디 있겠냐마는 꽃놀이 인파로 북적이는 진해와 섬진강변에 비해 유명세가 덜해 거리두기가 가능하다.
    덕천서원은 거창읍내의 남서쪽에 자리한 망덕산 기슭에 있다. 거창읍내에서 3km 거리이기에 접근이 수월하다. 산청과 청주에도 같은 이름의 서원이 있으므로, 내비게이션에 입력할 땐 주소(거창읍 장팔길 594)로 목적지를 확인해야 한다.
    영천 이씨 종중 소유인 덕천서원은 1979년 영천 이씨 후손인 이학두씨가 선조들을 기려 부지 3만3,000여 ㎡에 조성했다. 정면 4칸·측면 1칸 규모의 덕천서원과 낙남재, 성인사, 대앙정, 금성대군 정민공 신도비, 낙남처사 신도비, 호산정, 연못, 호산 이학두 선생 행적비, 정민공 금성대군 기념탑, 충장공 대전 이선생 기념탑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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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서 본 덕천서원을 가득 채운 벚꽃.
    감당 어려운 덕천서원 봄바람
    덕천서원 벚꽃은 3월 말경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동백과 목련이 있어 벚꽃 개화 전에 찾더라도 섭섭하지 않게 손님맞이를 한다. 목련은 흰 목련과 자목련 둘 다 있다. 주먹보다 크게 와락 피는 특유의 씨알 굵은 낭만을 색색으로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벚꽃까지 조화를 이루면 대충 찍더라도 SNS에서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는 사진을 건질 수 있게 된다.
    나무와 서원만 있었다면 심심했을 것이다. 작은 호수와 망덕산에서 흘러내린 계곡이 있어 벚꽃과 은은한 조화를 이룬다. 호숫가에 자리한 팔각정에 올라가면 봄의 한가운데에 서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봄이 화사한 건 벚꽃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리지어 폭발적으로 피어난 벚꽃을 보고서야 비로소 봄임을 실감하는 것이 한국인의 DNA라, 벚꽃 자생지에 가장 많은 상춘객이 몰리는 것인지 모른다.
    덕천서원에 바람이 분다면 제 아무리 무뚝뚝한 사내라도 감당치 못할 게다. 연분홍 꽃비에 취해 정신 줄 놓지 않고선 떠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봄날의 우두산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법, 덕천서원 벚꽃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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