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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백년가게] 산행의 감동을 완성하는 맛집엔딩!

글·사진 KTX매거진
  • 입력 2021.03.05 10:02
  • 수정 2021.11.1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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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  건봉국밥
고향 가고 싶지만 못 갈 때 들르는 집

국밥은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지는 한국의 대표 음식이다. 배순화 대표는 ‘찾아오는 손님을 배불리, 맛있게 먹이겠다’는 신념으로 1987년 순천 아랫장에서 ‘건봉국밥’을 시작했다. 배 대표는 매일 100㎏의 사골을 고아 국밥 베이스로 사용한다. 저녁에 3시간 끓이고, 이튿날 새벽부터 온종일 또 우려내는 고된 작업이다. ‘건강을 받들다’는 뜻의 상호가 내포한 창업 신념처럼 물가를 따지지 않고 좋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손님상에 내놓는다.

진심을 담아 국밥을 끓인 세월이 34년. 순천은 물론 여수와 고흥, 구례, 보성 등 인근 지역 사람들도 건봉국밥에 얽힌 추억 한 자락을 품고 산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 손잡고 와서 국밥을 먹던 이들이 학교 졸업하고 일을 찾아 외지로 떠났지만, 그들에게 건봉국밥은 고향의 맛과 다름없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세를 내는 작은 공간이었으나 지금은 주변 건물까지 사서 3층짜리 번듯한 건물을 지었고, 전국에서 손님이 찾아오는 식당은 84석, 직원 11명에 이를 만큼 규모가 커졌다.

규모만 확장되었을 뿐 한결같다. 5년간 간수 뺀 신안 천일염과 해남 배추로 김장 하고, 순천만에서 나오는 새우로 젓갈을 담그며 매일 사골을 곤다. 1997년부터 막내아들 김광산씨가 합류해 어머니의 진심을 잇는다. 국밥 한 그릇에 어머니와 아들의 삶이 녹아 있다.

주소 전남 순천시 장평로 65
문의 061-752-0900
메뉴 국밥류 8,000원, 모듬수육 3만 원(대)

무학산  함안갈비&곱창
곱창전골이 입에 착 붙어 안 떨어지네요

입에 착 달라붙는 곱창전골 때문에 숟가락을 놓을 수 없다. ‘함안갈비&곱창’ 김순희 대표에게 손맛의 비결을 물으니 “손에서 무슨 맛이 나오겠습니꺼? 좋은 재료를 씁니더”라며 우문현답을 내놓는다.

1975년에 오픈해 46년째. 처음에는 기본 반찬이 열네 가지나 되었고, 특별한 메뉴판 없이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뚝딱 조리해 내놨다.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갖췄기에 가능했을 터. 메인 메뉴와 밑반찬은 손수 만든다. 창업 당시부터 밥은 아무리 먹어도 추가 금액을 받지 않는 게 이 식당의 전통이다.

맛과 정성, 인심이 가득 담긴 김 대표의 요리가 주변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엄마가 차린 집밥’으로 소문난 것은 당연지사다. 테이블 60개가 넘는 규모였음에도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2000년 초,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어머니의 부름을 받은 장남 황준필씨는 시대에 맞게 식당을 업그레이드했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갈비와 삼겹살, 낙지볶음, 곱창으로 메뉴를 간소화했다.

또 주변 상권을 분석해 30년간 장사하던 곳에서 현재의 자리로 가게를 옮겼다. 최근 전국 어디서나 함안갈비&곱창의 모든 메뉴를 맛보도록 온라인 상품을 준비 중이다. 차남 황희종씨는 포장·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2호점을 운영, 손자 태원씨는 한국조리과학고에 진학했다. 가업을 잇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 100년을 바라본다.

주소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양로 15 2층
문의 055-255-6200
메뉴 참숯돼지갈비 1만 원, 한우돌곱창전골 1만2,000원

계룡산  단골닭강정
공주에 왜 왔냐고요? 이집 닭강정 맛보러!

한때 공주산성시장에는 30여 개의 통닭 가게가 골목을 이뤘다. 1983년, 전금옥 대표가 골목에 들어올 때도 시장은 통닭을 들고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으나 치킨 브랜드가 영역을 넓히기 시작하며 가게는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단골닭강정’ 또한 어려움을 겪었다.

전 대표는 순댓국, 오리주물럭, 삼계탕 등을 판매해 위기를 극복해 보려 했다. 하지만 고작 몇 명이 앉을 뿐인 작은 가게에서 품이 드는 요리를 하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고생하며 다양한 메뉴를 유지해 나가도 줄어든 손님의 발길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2000년대 초, 전 대표는 한 가지 결심을 한다. 온전히 닭강정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엔 대중적인 메뉴가 아닌 닭강정을 개발하고자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건강한 맛에 우선순위를 두고 매일 새로운 소스를 만들어 먹어 보고 평가했다. 그렇게 탄생한 닭강정은, 지금은 단골닭강정에 들르기 위해 공주를 찾는 이가 있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비결은 성실이다. 전 대표는 염지 첨가제를 일절 쓰지 않고 시장에서 매일 구매한 채소를 직접 갈아 소스와 반죽을 만든다. 생닭 역시 그날 도축한 것만 사용한다. 모든 재료는 저울로 양을 정확하게 잰다.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성실하게 지켜 온 원칙이다. 그 노력 덕분에 이곳 닭강정에는 자연의 맛과 향이 가득하다.

주소 공주시 산성시장2길 99
문의 041-855-7352
메뉴 뼈강정 1만5,000원, 순살강정 1만6,000원

용화산  통나무집닭갈비
그날 잡은 닭다리만 사용, 밑반찬도 삼삼

부모님이 운영하던 통나무집닭갈비를 두 아들이 맡은 지 11년째. 그동안 소양강댐 인근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하던 음식점은 3개 점으로 규모가 커졌고, 물려받으며 시작한 택배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두 청년의 젊은 기운은 음식점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첫째 김성철 대표가 사업을 확장하면, 둘째 김성인 대표가 내실을 다지는 식이다.

두 형제의 부친은 1978년에 음식점을 개업했으며, 1991년부터 지금의 자리로 옮겨 닭갈비집을 운영했다. 형제는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장사를 익혔고, 스무 살부터는 용돈을 벌기 위해 식당에서 살았다.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 초기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뚝심과 손맛에 식당이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을 보며 두 형제는 비전을 보았다.

김성철 대표는 2017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숯불에 구운 닭갈비를 선보이는 통나무집닭갈비 2호점을 내고 도맡았다. 변화를 주었으나 형제가 꼭 지키는 원칙이 있다. 바로 부모님이 맛을 내던 방식. 닭고기를 잴 때 양념장과 양파즙을 섞어 반나절 숙성해 육질은 부드럽게 하면서 잡내를 없앴다. 김치는 직접 담그고,  밑반찬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 것. 김성철 대표는 맛의 비결에 대해 “그날 잡은 닭다리만 사용하고, 신선한 재료를 쓰는 것이 유일한 비결”이라며 다부진 소신을 밝힌다.

주소 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763
문의 033-241-5999
메뉴 닭갈비 1만1,000원, 막국수 7,000원

* 이 기사는 KTX매거진과의 기사협약에 의해 제공합니다.

'본 기사는 월간산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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