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 백패킹 하면서 꼭 삼시세끼 챙겨야 하나요?

  • 글·사진 김강은 벽화가
  • 사진 양수열 기자
    입력 2021.04.05 10:08 | 수정 2021.04.05 10:25

    굴업도 청소한 젊은 아웃도어 마니아들의 클린백패킹 ‘와글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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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업도 개머리언덕을 누비며 쓰레기 수거를 한 ‘두잇나우’ 참가자들.
    백패킹만의 매력이 있고, 백패커마다 다른 스타일이 있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논하기는 어렵지만, 지속가능한 백패킹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더 클린한 문화가 절실해 보인다. 어떤 실천이 필요한지, 어떻게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지 ‘월간<山> 두잇나우 캠페인’에 동참한 클린하이커들과 이야기 나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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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 틈에 숨기듯 버려놓은 매트리스를 어렵게 수거했다.
    백패킹 어떻게 입문했나?
    손지훈 입사 3년차 때, 일이 잘 안 풀려서 힘든 시절 동호회에 들어 백패킹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에는 80리터 밑으로는 박배낭으로 보지도 않았다. 자주 부상을 입고 잘 안 다니게 되다가, 몇 년 전 제로그램클래식 행사를 통해 경량 백패킹에 입문했다. 이번에는 40리터 배낭을 꾸려왔다.
    김예지 그저 자연이 너무 좋았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연 속에 하루 종일 머물면서 해 지는 것, 밤에 빛나는 별, 새벽에 해 뜨는 것도 모두 보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 하루를 온전히 자연 속에서 살 수 있는 것이 백패킹의 매력인 것 같다.
    김강은 좋았던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알려진 야영지에 가면 자리 텃세를 부리는 사람도 있고, 싸움이 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한정된 곳을 많은 사람들이 누리면서 서로 배려하지 않으면 최악의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그런 기억 때문에 그후로 잘 다니지 않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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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고 마시는 백패킹에서 다른 즐거움을 모색하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을 공유했다. 자연 속에서 명상을 즐기는 김예지씨.
    백패킹 즐기는 자기만의 방법 소개
    김강은 새롭게 유입되는 백패커, SNS를 보고 배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먹고 마시는 문화뿐 아니라 다양한 백패킹 문화를 보여 주는 것 또한 중요한 것 같다. 평소에 어떻게 백패킹을 즐기는지 자신만의 방법들을 소개해 달라.
    이승령 백패킹의 즐거움은 바쁘게 돌아가는 문명과는 잠시 거리를 두고 자연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택한 것이 독서였고 느릿하게 종이 책을 읽으니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극대화되는 것 같다. 휴대폰은 잠시 비행기모드로 설정해 놓으니 이보다 더 평화로울 수 없다.
    김예지 백패킹을 하며 하루 3끼 챙겨먹는 것에 대한 회의가 왔다. ‘삼시세끼’ 촬영하러 간 것도 아니고, 사실 어떻게 보면 평소에 잘 챙겨 먹는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잘 차려 먹어야 되나 싶었다. 종일 요리하고 정리하고, 또 요리하고 배부른 상태로 잠자리에 드는 백패킹 루틴에 권태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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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속에서 스마트폰으로 e북을 읽는 것을 즐기는 손지훈씨.
    요즘은 백패킹 하며 명상을 한다. 유튜브를 틀어놓고 선생님 지도 따라서 10~15분 정도 명상을 한다. 명상이라 하면 생소하고 거창한 느낌인데 그냥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 안부인사를 하듯, ‘어떤 생각 가지고 살아?’ 하며 자기 스스로의 안녕을 묻는 것과 같다. 팁이 있다면 본인이 좋아하는 향을 챙기자. 꼭 아로마오일 아니어도 바디로션을 작은 공병에 덜어 다니면 무게에 대한 부담도 없다.
    손지훈 텐트를 치고 마시는 콜라 한 모금이 진짜 큰 행복이다. 여유로울 땐 e북을 챙겨보고, 밤에는 별도 마음껏 본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김강은 야영지에서 조용히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추천한다. 그림을 통해 자연을 관찰하고 느끼는 폭이 넓어진다. 또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경험은 백패킹을 더욱 이색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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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영시 책 읽기를 즐기는 이승령씨.
    자연친화적인 백패킹 위해 필요한 것은?
    김강은 우리가 이렇게 자연 속에서 야영을 하는 것 자체가 탄소를 발생시키고 지구에 해를 가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백패킹을 즐기면서도 조금 더 환경을 위하는 ‘지속가능한 백패킹 문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떤 실천이 필요할까?
    이승령 백패킹은 처음이지만 이번 클린백패킹을 위해 다른 야영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줍는 것뿐만 아니라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최대한 음식은 도시락통이나 텀블러에 담아 왔고, 과자 개수도 많이 줄여서 왔다.
    김예지 지양해야 할 것은, 과하게 즐기는 것이다. 그것이 백패킹의 정의가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캠핑 하면 불멍을 해야 되고, 꼭 고기를 구워야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SNS에 예쁘게 연출된 화면 뒤에선 많은 것들이 필요하고 쓰레기를 발생시키는데, 이게 미디어의 폐해인 것 같다.
    백패킹을 하다가 물티슈 노이로제에 걸린 적도 있다. 이번엔 최대한 줄여 5장까지만 써보자는 생각으로 한 번 쓰고 버리지 않고, 적게 쓰려고 노력했다. 이번 야영에 내가 배출한 쓰레기를 펼쳐놓고 기록해 보았는데, 다음엔 무엇을 줄일 수 있을지 감이 온다. 이렇게 자기만의 룰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손지훈 미국의 3대 트레일 중 하나인 PCT 일부 구간을 걸을 때 다음 하이커들을 배려해 대소변까지 적절히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그런 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클린백패킹이라고 해도 백패킹 본연의 즐거움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클린’이라는 게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다. 모든 것을 다 주우려고 생각하기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줍고 또 이런 문화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동참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김예지 맞다. 요즘 세대 불문하고 등산하는 게 힙한 운동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이런 사소한 것을 실천하는 걸 예민하고 까탈스럽다고 말하기보다 쿨하고 멋진 모습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서로 응원해 주면 좋겠다.
    김강은 이야기를 나눠보니 물자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자연을 즐기는 것, 타인을 배려하는 에티켓, 애초에 쓰레기를 줄이는 것, 내가 버리지 않은 쓰레기더라도 깨끗이 청소하고 오는 것 모두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백패커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문화인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야영한 장소 10m 반경으로 청소하고 오는 ‘Leave Good Trace’ 캠페인을 지금 당장 실천해 보면 어떨까. 모두 동참한다면 성숙하고 건강한 백패킹 문화가 정착될 거라 확신한다.  
    본 기사는 월간산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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