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걷어찬 캠퍼들…강천섬을 잃었다

입력 2021.03.31 10:20

쓰레기·잔디훼손·음주난동 이어지자 강천섬 내 야영, 낚시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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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로로 훼손된 잔디를 살펴보고 있는 김강은씨. 사진 이현준(클린하이커스) 2. 비닐 봉투에 담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불법투기된 쓰레기. 사진 이현준(클린하이커스)
초보 캠퍼들의 성지로 여겨지는 강천섬(경기도 여주시 강천면)이 오는 6월 1일부터 문을 닫는다. 여주시청은 오는 5월 31일까지 계도기간을 두고, 6월 1일부터는 강천섬 일원에서 낚시 및 야영·취사 행위를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국가하천인 강천섬 시설물에 대한 관리권이 2021년 1월을 기점으로 기존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여주시로 이관되었기 때문에 이뤄졌다. 여주시 관계자는 “쾌적한 하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하천구역 내 금지행위를 지정하고, 강천섬 활성화 방안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강천섬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시 조성된 자연휴식지로 국토종주자전거길, 천연 잔디광장, 은행나무 길 등 다양한 체험과 백패킹과 캠핑을 통한 힐링 장소로 인기가 높아 매년 이용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특히 서울권에서 접근성이 좋아 초보 캠퍼들의 캠핑 입문 장소로 각광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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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조치 전에 촬영한 여주 강천섬에서 야영을 즐기는 행락객들. 사진 여주시청
하지만 이용객들의 무단 쓰레기 투기, 하천구역에서 무분별한 낚시, 화로 사용으로 인한 잔디훼손, 음주난동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깊어지는 상태였다. 여주시 관계자는 “화장실에서 무단으로 전기를 끌어다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고, 작은 화재사고도 여러 차례 일어난 바 있었다”며 “알박기 텐트나 보이지 않는 곳에 몰래 담배꽁초를 투기하는 것은 물론, 캠퍼들 간의 다툼, 지역주민과의 마찰 등이 늘 상존했다”고 말했다.
이에 여주시에서는 깨끗하고 쾌적한 강천섬 이용 및 하천의 오염 방지를 위해 하천구역 내 금지행위(낚시, 야영, 취사) 지역 지정을 위해 행정 의견수렴을 통한 계도기간을 거친 후 단속을 진행할 계획이다. 6월부터는 1차 위반 시 100만 원, 2차 위반 시 200만 원, 3차 위반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단 내수면 어업법 제6조 규정에 의거 내수면 어업면허를 받은 자의 어업행위와 수생태계 보존을 위한 학술조사, 어종조사 등 부득이한 경우는 예외다.
이항진 여주시장은 “강천섬의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해 강천섬 활성화 방안수립 용역을 통해 지역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지역여건에 적합한 활성화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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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 금지 행정명령 이전에 촬영한 부산 기장군의 차박 행렬. 사진 조선일보DB
강천섬 이어 캠핑 성지 줄폐쇄 이어질까?
캠핑, 백패킹, 차박은 코로나19로 여행지 선택의 폭이 줄어들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국토교통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캠핑인구는 약 60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하며, 캠핑카 등록대수도 2014년 4,000여 대에서 6년 사이 6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일반 차량을 캠핑용으로 튜닝하는 법안이 지난 2020년 2월 발표된 직후 3개월 만에 튜닝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 증가한 바 있어 당분간 차박 및 캠핑 유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캠핑시장이 성장한 만큼 시민의식은 성숙되지 못해 일종의 문화지체현상을 빚고 있다. 실제로 ‘캠핑 성지’로 거론된 곳에서는 캠퍼들의 몰상식한 행동이 종종 목격돼 비난을 받았다. 강원도 강릉 안반데기에서는 캠퍼가 몰래 고랭지 채소를 수확해 가고, 쓰레기를 투기하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이 일부 장소에 ‘야영과 취사는 물론 주정차를 금지한다’는 안내판을 세우기도 했다.
강천섬에 앞서 먼저 야영 행위를 금지시킨 지자체도 많다. ‘해안 차박의 성지’로 불렸던 부산 기장군은 반복되는 쓰레기 불법투기와 주차난, 고성방가로 인한 주민의 민원이 끊이지 않자 지난 1월부터 해안가 차박 금지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한 달의 계도기간 동안 약 400건이나 단속됐다. 별을 보며 감성 캠핑을 즐길 수 있었던 영월군 별마루천문대도 지난해 10월부터 물 부족, 쓰레기 무단 투기 등으로 인한 민원이 늘어남에 따라 천문대 주차장의 차박 행위를 일절 금지하고, 24시간 운영했던 야외화장실 이용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후 11시로 제한했다.
캠핑 전문가들은 “쓰레기 되가져가기, 정해진 장소 외 취사 및 화로 사용하지 않기 등 성숙한 캠핑 문화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캠핑이 자연 그대로를 즐기는 쉼의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캠핑 성지 줄폐쇄로 인해 더욱 음성화된 캠핑이 만연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캠핑 장비점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지난 1년 동안 캠핑 경험을 축적한 이들이 캠핑 공간이 줄어듦에 따라 국유림이나 사유림, 일반 도로변 등으로 흩어질 우려가 있다”며 “캠퍼들의 자성과 관련 법 정비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월간산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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