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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그린뉴딜' 특집] 미세먼지 짙으면 꿀벌 비행시간 늘어

글 박정원 선임기자
  • 입력 2021.03.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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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거리 짧아져 꽃꿀 찾는 데 시간 더 걸려… 생태계에 영향 최초 규명
식목의 달 특집 ‘그린뉴딜’ <3> 미세먼지
2. 피해 사례 및 현황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피해는 극심하다. 기침을 자주 한다거나, 목이 따갑거나 통증을 느끼는 증세, 극심한 두통, 비염 및 비염 알레르기, 안구건조증, 피부 및 두피 가려움, 심혈관 질환 등 그 증상은 서서히 나타날 수도 있고, 이미 만성으로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극심한데 하물며 생태계에는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줄까?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이 서울대 정수종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세계 최초로 미세먼지가 꿀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가 1㎍/㎡ 증가하니 꿀벌이 꽃의 꿀을 얻기 위해 식물을 찾는 시간이 32분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꿀벌의 평균 비행시간은 황사 이전에는 45분이었으나 고농도 미세먼지 이후에는 77분으로 평소보다 비행시간이 1.7배 증가했으며, 황사 발생 이후에도 꿀벌의 길 찾기 능력은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비행시간이 평균 71%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 증가가 꿀벌의 비행시간 증가와 매우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낸 세계 최초의 결과로 평가받는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가시거리가 짧아져 운전이나 항공운항에 불편을 주는 것은 이미 확인된 바 있지만 인간뿐만 아니라 생태계 구성원에게도 영향을 주는 실험결과를 최초로 밝힌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에 초미세먼지 고농도가 빈번한 봄철에 꿀벌의 정상적인 채밀 활동에 영향을 주어, 벌꿀 생산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말해, 미세먼지가 심하면 꿀벌 채밀활동시간이 오래 걸려 결과적으로 벌꿀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결과로 해석된다.

이 연구는 중국 북경식물원에서 2017년 4월 27일부터 5월 7일까지 꿀벌 400마리에게 무선주파수식별장치RFID를 표식한 뒤 고농도 초미세먼지 발생 전후 꿀벌의 비행시간을 비교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논문 주저자인 조유리 서울대 박사과정 연구원은 “미세먼지로 인한 화분 매개자 활동에 관한 연구는 세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연구책임자인 서울대 정수종 교수는 “미세먼지로 인해 인간뿐만 아니라 생태계 구성원이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연구가 장기적, 체계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립산림과학원 박찬열 연구관은 “전국에 설치된 산림 미세먼지 측정넷 20개소 60지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이 산림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생태와 진화 분야의 저명 국제저널 <Ecology and Evolution> 2021년 1월 23일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외에 미세먼지는 농작물과 수생식물에도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황이나 이산화질소가 많이 묻어 있는 미세먼지는 비가 내릴 때 산성비를 내리게 하는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다. 산성비는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건 물론이고, 토양과 물을 산성화시켜 토양 황폐화, 식목 고사 등을 야기한다. 또 공기 중에서 카드뮴 같은 중금속은 미세먼지에 묻어 농작물, 토양, 수생식물에 피해를 입힌다. 결국 미세먼지는 동물과 식물의 모든 생태계에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낳는다.

이와 같이 미세먼지의 피해를 줄이는 가장 친화적인 방법은 나무심기뿐이다. 산림청은 이에 따라 올해 2만 ha에 4,8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예정으로 2050 탄소중립 원년으로 선포했다. 도시 내 녹색공간을 159개소 조성해서 쾌적한 녹지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도시숲 조성으로 얻는 미세먼지 저감효과와 기후완화, 대기정화 등의 효과는 여러 실험과 사례분석 및 지속적인 연구로 입증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국립산림과학원이 시화산단 완충숲 조성 후 미세먼지 농도 측정결과 주거지역이 산업단지보다 미세먼지 27%, 초미세먼지 26% 저감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최근 3년 동안 미세먼지 농도 나쁨(50㎍/㎡ 이상) 일수는 주거지역이 75일로 나타나, 산업단지의 109일보다 31%나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도시숲의 미세먼지 저감효과는 서울 홍릉숲과 주변 도심비교, 경기도 물향기수목원의 초미세먼지 절반가량 저감 등으로 이미 효과가 확인됐다.

따라서 도시숲의 확충은 깨끗한 공기, 이산화탄소 감소, 대기질 개선, 에너지 절약 등의 효과를 낳고, 나아가 도시열섬·폭염·미세먼지 등 악화된 도시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코로나19로 인해 심신이 지친 코로나블루 도시민들에게 휴식·치유의 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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