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부 다이어리 : 네팔 술 이야기] 네팔 전통 술과 히말라야의 조화, 이 맛이야!

  • 글·사진 거칠부(필명)
    입력 2021.04.08 10:19

    고산지역을 걸으며 맛 본 전통 술들… 창, 니가르, 럭시, 똥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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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류주인 럭시는 소주처럼 맑다.
    2017년 5개월간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때, 네팔어 책을 가지고 다녔다. 현지어를 배워보고 싶었다. 네팔어는 우리말과 어순이 비슷해서 단어만 대충 조합해도 다들 알아들었다. 하루는 걷다가 가이드에게 이렇게 말했다.  
    “멀라이 창 먼 뻐르처.”(나는 창을 좋아해요)
    가이드는 크게 웃었고 그 뒤로 창Chang이 있는 곳마다 꼬박꼬박 챙겨 주었다. 티베트 전통술인 창은 우리나라 막걸리와 비슷하지만 달지 않고 도수가 더 낮다. 집집마다 맛이 다르며 주로 기장, 쌀, 밀, 옥수수, 보리 등을 발효시켜서 만든다. 일부 지역은 버터나 달걀을 넣어 만들기도 한다. 창은 꼬도Kodo로 만든 것을 최고로 치는데, 꼬도를 많이 재배하는 네팔 동부지역의 창이 가장 맛이 좋다.    
    꼬도는 우리나라 기장과 비슷하다. 기장은 손가락처럼 길쭉하지만 네팔은 다섯 손가락을 오므린 모양이다. 꼬도를 수확할 때는 줄기를 베지 않고 꼬도 부분만 잘라서 등에 진 도꼬Doko(대나무 바구니)에 넣는다. 잘 말린 꼬도는 발효시켜서 술을 빚거나 가루를 내서 디도Dhido라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창은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는데 개인적으로 여름에 시원하게 마시는 게 좋았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나는 국내 산행을 할 때면 지역 막걸리부터 찾았다. 지역마다 다른 막걸리 맛을 보는 게 좋았고, 막걸리 후기를 쓰기도 했다. 그랬기에 네팔 동쪽부터 서쪽까지 걸으면서 다양한 창을 맛보는 즐거움이 컸다. 이곳에서 창은 목마름과 배고픔을 해결하는 음료이자 양식이었고, 우리나라에서 농사일을 하다가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는 것처럼 네팔사람들도 그랬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요리사가 창을 챙겼다가 내놓기도 했고, 현지인 집에서 점심으로 삶은 감자에도 창은 기본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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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 동부에서는 가운데 통에 증류된 럭시를 모은다.
    네팔 동부 솔루쿰부Solu Khumbu 지역에선 독특한 창을 만났다. 초양Chhoyang(890m)에서 마신 창은 보리가 섞여서 회색빛이 돌고 약간 씁쓸했다. 도바네Dhobhane(930m)에선 버터로 만든 창이 있었는데, 의외로 비릿하지 않고 새콤한 요구르트 맛이 났다. 하지만 자우 바리Jau Bari(2,300m)의 달걀로 만든 창은 달걀 비린내가 나서 입에 맞지 않았다.  
    헬람부Helambu 지역은 저지대에다가 부침이 심해 폭풍 땀을 흘렸다. 그때마다 가이드는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창부터 찾았다. 현지인들은 마대자루 같은 것으로 창을 즉석에서 내려줬다. 땀 흘린 후 땅바닥에 앉아서 마시는 시원한 창은 그야말로 오아시스였다. 창을 주문하면 보통 1.5ℓ에서 2ℓ가 나오는데, 어떤 아주머니는 양동이채 가져다 주기도 했다.
    2014년 무스탕Mustang 야라Yara(3,650m)에서 창을 내리는 과정을 처음 보았다. 그곳 사우니(여자주인)는 구멍 뚫린 그릇에 발효된 곡물을 넣고 손으로 직접 짜서 내렸다. 이때 물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맛과 도수가 좌우됐다. 지역에 따라 창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주는 곳도 있었다. 다울라기리Dhaulagiri 지역의 어느 마을에선 쌀이 죽처럼 풀어진 창을 내줬는데 텁텁하고 맛이 없었다. 
    무스탕 땅게Tangge(3,240m)에선 웬 아낙이 기부를 부탁하며 창을 놓고 가기도 했다. 잘 숙성된 창은 맛이 기가 막혔고, 웬 떡이냐 싶어서 흔쾌히 기부했다. 그런데 내가 다른 걸 하는 사이 아낙이 창을 도로 가져가버렸다. 나는 아끼면서 마셨던 건데 안 마시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참고로 티베트 문화에선 술통과 술잔 가장자리에 야크버터나 짬빠Champa(볶은 보릿가루)를 묻혀 주는데, 이는 자신의 집에 찾아온 손님에 대한 인사다.
    히말라야 지역 대부분은 티베트 문화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팔 서부에서도 창은 빠지지 않았는데 맛은 동부만 못했다. 그렇다고 모두가 창을 마시는 건 아니다. 훔라 지역 일부는 창을 아예 만들지 않았다. 그들은 아리안계 체트리족이라 럭시Raksi(네팔 증류주)만 마신다고 했다(티베트인들은 몽골리안 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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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1 솔루쿰부에서 버터로 만든 창. 새콤한 요구르트 맛이다.2 솔루쿰부 현지인 집에서 점심으로 감자와 함께 창이 나왔다. 3 무스탕에서 창을 내리는 과정. 구멍 뚫린 그릇에 발효된 곡물을 넣고 손으로 짜서 내린다.
    귀한 손님에게 내어주는 술, 니가르
    창에 관한 즐거운 추억 중 하나는 2019년 도르파탄Dhorpatan 지역을 걸을 때였다. 도르파탄은 즉흥적이었다. 계획에 없었고 길을 아는 것도 아니었다. 산 하나를 넘어 마을을 만날 때마다 체력소모가 심했지만, 창은 즐거움의 일부가 되었다. 현지인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며, 그들의 부엌에 같이 앉아 불을 쬐고 창을 데워서 마셨다. 물을 양껏 섞은 창은 싱거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날 밤 징그럽다 싶을 정도로 하늘을 꽉 채운 별들이 얼마나 황홀했던지, 우주 한가운데에 홀로 있는 듯했다. 
    푸팔 페디Phuphal Phedi(3,940m)에서 마신 창은 또 어땠는지. 마른 풀이 깔려 있는 천막숙소에서 좋아하는 물라 어짜르(네팔식 무장아찌)에 따뜻한 창을 마셨다. 나는 매번 ‘혼술’을 했지만 그마저도 낭만적이었다. 그날 밤 생쥐 한 마리가 내 등산화 안에 집을 짓고 쌀 한 줌까지 가져다 놓은 줄도 모르고, 나는 안에 들여다 놓은 닭들과 함께 곤하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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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물을 섞지 않은 니가르는 금세 취기가 오른다. 우 무스탕에서 기부를 권하며 창을 가져왔다. 술통과 컵의 가장자리에 있는 덩어리는 야크버터로 손님에 대한 인사다.
    여러 종류의 창을 마셔봤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니가르Nigar다. 니가르는 창 주변에 맑게 고인 부분인데 막걸리로 치면 위에 맑게 뜬 부분과 비슷하지만 물을 타지 않은 원액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보통 3,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만들며 1년에서 3년 정도 걸린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양이 적어서 현지인들도 굳이 니가르가 있다고 내색하지 않는다고 한다. 귀한 손님에게만 내주는 특별한 술이다. 
    창이 있는 곳이라고 해서 반드시 니가르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운 좋게 오지를 걸을 때마다 종종 마실 기회가 있었다. 니가르는 첫맛과 뒷맛이 깔끔하며 입에 착 붙는다. 그만큼 도수가 세서 맛있다고 연거푸 마시다간 자신도 모르게 취한다. 물을 섞어서 내리는 창과 비교해 보면 도수가 훨씬 세다. 
    창이 만들어지는 기간은 고도에 따라 다르다. 안나푸르나 마낭Manang(3,540m)처럼 높은 곳은 일주일, 네팔 수도인 카트만두Kathmandu(1,280m)는 2~3일, 그보다 낮은 곳은 하루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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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로지(식당 겸 숙소) 사우니 (여자주인)가 똥바를 준비하고 있다. 우 칸첸중가 올랑춘골라에서 똥바를 만들기 위해 절구에 꼬도를 빻고 있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술, 똥바
    히말라야를 걷다 보면 독특하게 마시는 술을 보게 되는데 바로 똥바Thongba다. 똥바를 처음 마셔 본 건 칸첸중가Kanchenjunga 얌푸딘Yamphudin(2,080m)에서였다. 창을 좋아하는 내게 가이드는 똥바를 권했고, 쌀쌀한 저녁에 마시는 똥바 한 잔은 몸을 따뜻하게 했다. 고도를 높일수록 추운 날이 많았고 우리는 그때마다 자연스럽게 똥바부터 찾았다. 똥바는 주로 국경과 가까운 고산마을에서 마실 수 있었다. 어느 집이든 똥바가 없는 곳이 없었고, 불가에 앉아서 똥바를 마시는 게 하루 일과 중 가장 행복했다.   
    티베트 전통술인 똥바는 발효시킨 꼬도에 따뜻한 물을 부어서 대나무 빨대로 마신다. 특히 꼬도를 많이 재배하는 칸첸중가 지역이 유명하며, 다른 곡물을 섞지 않아야 맛이 깔끔하고 진하다. 어떤 지역은 꼬도에 보리나 옥수수를 섞기도 하는데, 이렇게 섞인 똥바는 아무래도 맛이 떨어진다.
    만드는 법은 먼저 꼬도를 여러 번 씻는다. 불순물이 잘 제거돼야 맛이 좋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씻은 꼬도는 삶아서 절구에 넣고 빻는다. 그런 다음 누룩을 섞어서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숙성시킨다. 보통 15~30일 정도 걸리지만 1년 이상 숙성시키면 보약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으면 미역국을 주듯이 이곳에서는 오랫동안 숙성된 똥바를 준다고 한다.
    가이드가 똥바 마시는 법을 알려 줬다. 우선 대나무 빨대 위를 손가락으로 막고 똥바에 넣었다가 뺀다. 그런 다음 빨대를 거꾸로 세워서 딸려 나온 물을 빼낸다. 빨대를 청소하는 방법이다. 똥바잔에 따뜻한 물을 부으면 술이 우러날 수 있게 10분 정도 둔다. 이때 빨대로 똥바를 젓지 않는 게 좋다. 나중에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똥바는 따뜻한 물을 부어서 4번까지 우려 마실 수 있다. 도수는 약한 편이며 맛은 청주와 비슷하다. 손님에게는 수시로 따뜻한 물어 부어 주는 게 예의고, 마시고 난 똥바 찌꺼기는 가축의 먹이로 준다.
    고산마을의 똥바잔은 화려하게 장식된 나무통이다. 예전에는 대나무를 구워서 만들었는데 요새는 거의 없다고 한다. 대나무 빨대에 장식이 되어 있는 것은 집안 어른이나 손님용이다. 고도가 낮아지면 알루미늄 재질의 현대식 잔으로 바뀐다. 그마저도 없으면 작은 바가지에 담아 주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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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화려한 전통 똥바잔. 장식이 된 대나무 빨대는 집안의 어른이나 손님용이다. 우 커피에 럭시를 섞어서 만드는 무스탕 커피. 쌀, 설탕, 야크버터를 섞기도 한다.
    네팔 소주로 통하는 럭시
    “선생님, 쏘주?”
    “소주가 있어요?”
    내가 되묻자 요리사가 럭시를 가리켰다. 전에 같이 다닌 한국인들이 럭시가 한국의 소주와 비슷하다고 알려 준 모양이다. 나는 럭시를 2016년 가네시히말Ganesh Himal에서 처음 마셨다. 현지인의 집에서 포터들과 마신 럭시는 너무 밍밍해서 원래 싱거운 술인 줄 알았다. 그런데 칸첸중가에서 요리사가 건네준 럭시는 달랐다. 한 모금에도 ‘나 술이요’ 하고 성깔을 드러냈다. 독한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럭시는 맞지 않았고 이후에도 잘 마시지 않았다.
    럭시는 발효된 꼬도를 증류해서 만들며 제대로 만든 원액은 50도가 넘는다. 무색투명하며 보드카 맛이 나고, 물을 얼마나 섞느냐에 따라 도수 차이가 크다. 럭시를 만드는 방법은 우선 삼단 솥의 맨 아래에 발효된 꼬도를 넣고 불을 땐다. 맨 위에는 찬물 통, 가운데는 증류된 럭시가 모일 수 있는 별도의 용기를 둔다. 증기가 찬물 통 바닥에 닿아 방울방울 맺히면서 용기에 모이는 원리다. 럭시를 모으는 방법은 지역에 따라 약간 다르다. 동부는 가운데 통에 모으고(나중에 솥을 분리해야 한다), 서부는 가운데 통에 호스를 연결해서 바깥에 모은다.  
    창, 니가르, 똥바, 럭시의 기본은 창이다. 발효된 꼬도(곡물)에 물을 타서 내리면 창이 되고, 오래 두었다가 맑은 부분을 따르면 니가르가 된다. 그리고 따뜻한 물을 부어서 대나무 빨대로 마시면 똥바가 되고, 증류하면 럭시가 된다. 꼬도의 질은 어떤 술을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똥바가 가장 좋고 럭시가 가장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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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칸첸중가 토르통에서 똥바를 마시는 포터들. 추울 때 마시면 몸이 따뜻해진다. 우 가네시히말의 꼬도밭. 줄기를 베지 않고 꼬도 부분만 자른다.
    커피에 럭시를 섞은 술, 무스탕 커피
    무스탕 커피를 처음 들었을 때 처음엔 커피 종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무스탕 지역에서 유래한 커피색을 가진 술 이름이었다. 무스탕 마르파Marpha(2,670m)에서 시작된 무스탕 커피의 역사는 15년 정도다. 무스탕 사람들은 외국인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커피에 럭시를 섞어서 따뜻하게 만들었고 그게 차츰 입소문을 탔다고 한다. 
    무스탕 커피를 처음 마셔본 건 마칼루Makalu 홍곤Hongon(2,323m)에서였다. 쉬는 날 저녁 보조가이드가 모두를 위해 무스탕 커피를 만들어 주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먼저 냄비에 쌀, 야크버터, 설탕을 넣고 볶았다. 설탕이 녹으면서 커피색으로 변하면 마지막에 럭시를 부었다. 기본은 커피와 럭시지만 이후 개선되면서 여러 가지를 첨가하게 됐다고 한다. 
    이렇게 완성된 무스탕 커피는 쌀의 구수함과 버터의 부드러움, 설탕의 단맛과 럭시의 쓴맛이 어우러졌다. 전체적으로 구수하고 달달한 맛이 강해서 술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따뜻한 무스탕 커피는 그야말로 술술 들어갔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저녁과 어울리는 술이었다. 하지만 럭시가 들어간 독주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에 조심해야 할 술이다. 
    히말라야를 걸으면서 다양한 전통주를 경험했고, 그럴 수 있음이 즐거웠다. 그러나 실은 소소한 즐거움을 모두 덮어버릴 만큼의 괴로움도 있었다. 마칼루 지역을 걸을 때는 총체적 난국이었다(나는 10명의 스태프와 함께 다녔다). 포터 3명이 술에 취해 가이드와 싸우면서 그만 두었고, 정상을 앞두고 속수무책인 칼바람 앞에서 후퇴해야 했다. 
    먼 길을 돌아가기로 하고 하산하는데, 속상한 나와는 달리 포터들은 양레 카르카Yangle Kharka(3,557m)에서 밤새도록 럭시를 마셨다. 그들은 새벽 3시가 넘도록 술에 취한 채 돌아다녔다. 가이드와 보조가이드는 방음도 되지 않는 방에서 큰 소리로 얘기했다. 참다못한 외국 손님들이 몇 번이나 벽을 두들기며 항의했지만 그들에겐 들리지 않았다. 나는 부끄럽고 화가 나서 그들을 찾아가서 떠들지 말라고 소리쳤고, 그들은 혀 꼬부라진 소리로 횡설수설했다.
    아침에 가이드가 사과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교체된 포터들 중 한 명이 포터들의 침낭을 럭시와 바꿔 먹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침낭을 찾았지만 일이 복잡해지면서 나중엔 경찰까지 불러야 했다. 어찌어찌 마무리가 됐지만 나는 그 모든 원인이 ‘술’이라고 생각했다.
    고소적응 전 음주 피해야
    이후로 나는 술을 마시는 가이드나 포터들에게 강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겪어보니 술과 담배를 모두 하는 사람이 가장 좋지 않았다. 그들은 담배를 피운다고 수시로 멈추며 시간을 끌었고, 걸으면서 자주 가래나 침을 뱉었다. 술을 좋아하는 포터들은 현지인의 집이나 로지에서 몰래 술을 마시거나, 저녁에 과음해서 다음날 일정에 지장을 주었다. 
    동행자를 구할 때도 음주 여부는 중요했다. 그런 확인 없이 떠났던 2019년 북인도 히말라야는 내게 악몽이 되었다.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부터 그들은 매일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기 위해 돈을 모았고, 마을을 만날 때마다 술을 샀다. 가이드에게 술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다. 48일 일정에 5,000m급 고개 13개를 넘어야 하는 힘든 여정이었다. 고소적응이 되고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을 때 술을 마셨더라면 어땠을까. 결국 7명 중 4명은 일정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2014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모 산악회 남자 셋이 시작부터 술을 마셨다. 그들은 가이드의 만류에도 괜찮다면서 매일 저녁 소주를 꺼냈다. 결과는 뻔했다. 고령자를 제외하고 모두 정상을 밟았지만, 고소적응에 실패한 그들은 마지막 산장에서 출발도 하지 못했다. 
    술과 관련된 여러 사건은 술에 관대했던 내 생각을 바꾸었다. 이제 나는 히말라야 동행자를 구할 때 음주 여부부터 묻는다. 그리고 현지에서 자제할 수 있는지 또 묻는다. 혼자 걷는 히말라야에서 가이드와 포터를 구할 때도 마찬가지다. 현지 여행사에 부탁해서 술을 하지 않는 사람들로 구하며, 혹여 술을 하더라도 일하는 중에는 반드시 금주할 것을 당부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고소적응이 되기 전에 술을 마시거나, 트레킹 중에 과음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고산지대에서는 무엇보다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잘 적응한 후에 즐기는 전통주 한 잔은 활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산에 대한 자만, 술에 대한 무절제와 과욕, 자신의 체력에 대한 과신은 무엇보다 스스로를 고단케 한다. 가장 이상적인 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지만, 현실적인 대안은 적응부터 하는 것이다. 히말라야에서 준비되지 않은 채 마시는 술은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본 기사는 월간산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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