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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신안특집] CNN도 반했다 ‘수선화 천국’

월간산
  • 입력 2021.04.1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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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선도에 정착한 현복순 할머니가 가꾼 꽃밭, 섬의 랜드마크 되다

신안군 지도읍의 수선화 꽃밭. 매년 3월 말이면 200만 송이의 수선화가 장관을 이룬다. 올해는 랜선 축제로 열릴 예정.
신안군 지도읍의 수선화 꽃밭. 매년 3월 말이면 200만 송이의 수선화가 장관을 이룬다. 올해는 랜선 축제로 열릴 예정.

낡고 허름한 마을의 집 지붕에 색을 입혔다. 사계절 꽃피는 섬을 테마로 했다. 선도에는 노란색 수선화, 반월도에는 보라색 라벤더, 병풍도에는 주홍색 맨드라미, 도초도에는 푸른색 수국…. 섬마다 특색 있는 꽃과 나무를 심고 지붕과 가로등, 버스정류장도 꽃 색깔에 맞췄다. 

노랗고 하얀 수선화 물결.
노랗고 하얀 수선화 물결.

그리스의 지중해 섬마을처럼 인공과 자연이 절묘하게 녹아들어간 풍경은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고 CNN같은 외신들까지 주목했다. 신안군의 ‘컬러 마케팅’ 얘기다. 거대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감성을 자극하는 작고 소박한 아이디어가 마을의 분위기를 바꾸고 관광객까지 불러모은 것이다.

선도에서 제일 먼저 수선화를 
가꾼 현복순 할머니.
선도에서 제일 먼저 수선화를 가꾼 현복순 할머니.

신안군의 ‘컬러 마케팅’

신안군 선도는 남북으로 14㎞, 폭 2㎞인 작은 섬이다. 육지와 연결되지 않아 배를 타고 가야 하는데다가 유명한 특산물이나 볼거리가 없어 구태여 찾아갈 일도 찾는 이도 별로 없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섬이었다. 160여 가구 27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섬에 지난 2019년 봄, 마을 인구의 수십배에 달하는 외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3월이면 온 마을을 노랗고 하얗게 물들이는 수선화를 보러 온 관광객들이었다. 수선화는 ‘설중화雪中花’라는 별명처럼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라는 아름다운 청년이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여 물 속에 빠져 죽은 그 자리에 핀 꽃이라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꽃말은 ‘자존自尊’.

지도읍 선도 노랑. 섬의 대표 꽃인 수선화 색깔.
지도읍 선도 노랑. 섬의 대표 꽃인 수선화 색깔.

손주 돌보듯 가꾼 할머니의 수선화

선도가 ‘수선화 섬’으로 알려지게 된 데는 은퇴 교사의 숨은 이야기가 있다. 초등학교 교사 현복순씨는 30여 년 전 선도의 자연풍광에 반해 초등학교 교사로 퇴직하자마자 번잡한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선도에 정착했다. 정원가꾸기를 좋아한 그는 앞마당과 주변 밭에 꽃과 나무를 심었고 10여 년 전부터는 여러 종류의 수선화 구근을 수집해 손주 돌보듯 정원을 가꾸었다. 집 주변은 자연스레 꽃동산이 됐고 동네 사람들도 ‘수선화 할머니’를 따라 꽃을 심기 시작했다. 

도초면 우이도 진리 코발트 블루. 김환기 화백이 많이 사용한 색깔.
도초면 우이도 진리 코발트 블루. 김환기 화백이 많이 사용한 색깔.

마침내 2019년 3월, 신안군과 마을주민들은 버려진 황무지와 농지를 개간해 축구장 16개 크기 12.3㏊에 달하는  국내 최대 수선화 단지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전 세계 100여 종의 수선화 200만 송이를 심어 ‘수선화 축제’를 열었다. 인구 270명 남짓한 섬에 열흘 동안 1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현복순 할머니 스토리를 명품 수선화 축제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선도의 수선화 축제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면 취소된 상태다.

안좌면 반월도 보라. 도라지꽃이 많이 피는 섬의 대표 색깔.
안좌면 반월도 보라. 도라지꽃이 많이 피는 섬의 대표 색깔.
 증도면 병풍도 주홍. 섬주민들이 가꾼 맨드라미 색깔.
증도면 병풍도 주홍. 섬주민들이 가꾼 맨드라미 색깔.

‘일곱송이 수선화’를 들으며 페달을

수선화 섬 선도에서는 전기자전거를 빌려 자전거투어를 할 수 있다. 수선화 꽃길과 마을길을 돌면 3km 남짓이지만 자전거를 빌려 타고 섬 안쪽과 외곽까지 일주하면 20km 정도의 코스가 되어 해안길과 함께 수선화 꽃길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브라더스 포Brothers four의 ‘일곱송이 수선화seven daffodil’를 들으며 최대한 느긋하게 페달을 밟을 것을 권한다. 

허망하게 잘려나간 튤립 100만 송이
코로나 여파로 작년이어 올해도 ‘축제’ 취소

한껏 물오른 튤립 100만 송이가 아리따운 자태도 뽐내지 못한 채 허망하게 잘려나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임자도의 자랑인 튤립 축제가 취소됐다. 코로나 때문이다. 신안군은 지역경제 손실이 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신안군은 지역경제 손실을 막기 위해 코로나19 확산 추세를 살펴보며 비대면 랜선축제로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3차 대유행 이후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조용한 전파’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어쩔수 없이 이같이 결정했다. 임자대교 개통과 함께 지리적 접근성이 크게 향상돼 축제가 취소되더라도 수많은 상춘객이 임자도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신안군은 임자도 방문 자제 홍보와 함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튤립 개화 전 꽃봉오리를 제거해 상춘객들의 현장 방문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방침. 박우량 신안군수는 “올해도 축제가 취소돼 아쉬움이 크지만 지역사회 감염확산을 차단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튤립 축제의 아쉬움은 있지만 임자도는 그외에도 볼거리가 풍부한 섬이다. 먼저 대광해수욕장. 걸어서 1시간 20분, 자전거로 30분이 걸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넓은 해수욕장이다. 전장포항은 국내에서 가장 질좋은 젓갈용 새우가 나는 임자도 근해에서 새우젓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밖에도 용난굴, 풍차전망대, 해변승마공원, 염전 등 튤립 축제가 취소된 아쉬움을 달래기에 부족하지 않다.본 기사는 월간산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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