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산행] 연희시리즈 막걸리+서울 안산, MZ세대 취향 저격! ‘인싸템’이 된 막걸리

  • 글 손수원 기자
  • 사진 김종연 기자
  • 취재협조 대동여주도
    입력 2021.04.21 09:36

    ‘재야의 고수’가 차린 양조장…젊은 층 겨냥한 맛과 감성으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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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양조장 외관은 어김없는 카페 분위기다.
    흔히 ‘양조장’이라 하면 시골마을에 위치한 ‘술도가’를 상상하기 마련이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막걸리에도 ‘크래프트Craft(수제)’ 바람이 불고 있는 요즘은 도시 한가운데서도 양조장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전통주 양조장 ‘같이’도 그런 ‘신세대 양조장’ 중 하나이다.
    연희동을 술로 푼 ‘연희시리즈’
    양조장 ‘같이’의 외관은 예쁜 카페를 연상시킨다. 예전 목공소 자리를 새로 꾸며 양조장으로 만들었는데, 막걸리를 만드는 장소는 부엌과 발효실, 창고가 전부이다. 나머지 공간은 넓은 평상을 놓고 입구 쪽에는 작은 테이블을 놓아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지난해 4월에 들어온 후 막걸리를 판매한 것은 11월부터였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양조장이지요.”
    신생 양조장이지만 최우택(38) 대표의 술 제조 경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특히 가양주를 만드는 양조장과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서 ‘최우택’이라는 이름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그는 ‘재야의 고수’로 알려졌다. 2015년 강릉단오제 대한민국 전통주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2017년 궁중술빚기대회 금상 수상 등 각종 양조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서강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과 사회학을 전공했다. 그런 그가 술을 빚게 된 것은 대학생이던 2008년부터였다. ‘배상면주가’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연 전통주 강좌를 듣고 난 이후 전통주의 매력에 푹 빠졌다. 
    2009년 학사장교로 군 생활을 하면서 한국전통주연구소 등 세 곳의 양조전문교육기관에서 술 빚기를 배웠고, 2013년에는 건국대학교 산업대학원에서 양조학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당시 제가 배우던 한국전통주연구소에서 양조장을 차리려고 했다가 여의치 않아 놀리는 빈 공간이 있었어요. 그 공간에 공방을 차려서 운영하자고 제안했어요. 그렇게 해서 생긴 것이 전통주 공방 ‘서로서로’였습니다.”
    이 공방은 전통주연구소 출신 멤버들이 모여 술을 빚고, 연구하는 장소다. 최 대표는 공방을 관리하며 5년 동안 내공을 쌓았다. 그리고 2020년, 최 대표는 드디어 ‘하산’ 선언을 했다. 
    “무협영화에 ‘이제는 더 배울 것이 없으니 하산하겠습니다’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물론 제가 모든 것을 다 배웠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시 막걸리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제 양조장을 차려서 운영해 보고 싶었어요.”
    최 대표는 “막걸리에 관한 TV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2019년부터 도심에 작은 양조장이 생기는 것을 보면서 2010년에 이어 다시 막걸리의 시대가 올 것이란 걸 예감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산’한 최 대표는 지난해 4월, 연희동에 전통주 양조장 ‘같이’의 문을 열었다. 
    “연희동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공간입니다. 처음에 연희동에 양조장을 차릴 때도 이 점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외국인학교, 화교거리, 홍제천 봄꽃, 카페거리, 하숙촌 등 연희동의 다양한 모습을 술로써 풀어 가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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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수 쌀을 씻고 술을 빚는 최 대표는 “도심의 양조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라고 말한다.
    세계의 유명 술을 전통주로 재해석
    양조장을 차린 후 허가를 받기 위해 식약처와 국세청 등을 들락날락거리는 시간이 길어지며 10월 중순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막걸리를 만들 수 있었다. 그때 만든 ‘연희시리즈’가 12월 초 처음으로 소비자에게 선보였다. 
    “처음에는 연희유자와 연희매화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연희민트와 연희팔각이 탄생했습니다.”
    연희시리즈는 막걸리지만 막걸리 같지 않다. 언젠가 마셔본 듯 익숙한 맛이면서 막걸리로는 생소한 맛이다. 연희시리즈는 각자 맛의 콘셉트가 있다. 
    “‘연희매화’는 벨기에 술 ‘람빅’을 콘셉트로 한 술입니다. ‘연희유자’는 ‘인디언페일에일IPA’의 맛을 막걸리로 재연했습니다. 가장 인기가 좋은 ‘연희민트’는 ‘모히토’를 연상케 하는 맛이고, ‘연희팔각’은 동유럽, 지중해의 우조, 라키, 삼부카를 연상케 합니다.”
    최 대표가 매화, 유자, 민트, 팔각을 재료로 택한 것은 콘셉트로 하는 술의 맛을 우리나라 전통주로 재해석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연희시리즈는 모든 것이 직관적이다. 좋은 술을 마시고, 다음에 다시 마시고 싶어도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다시 찾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게 이름을 지었다.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연희매화는 석탄주를 기반으로 한 술이고, 연희유자는 삼양주인 호산춘을 기반으로 한 술입니다. 연희민트는 동동주라고 불리는 부의주를 기반으로 민트를 첨가한 술입니다. 하지만 이런 자세한 과정을 일반 소비자는 잘 모르니 ‘연희’라는 단어에 대표적으로 들어가는 재료의 이름을 붙여 직관적으로 이름을 지은 것입니다.”
    이름뿐만 아니라 라벨 디자인에도 매화, 유자, 민트, 팔각 그림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재료를 표현하는 대표 색도 매화는 빨강, 유자는 주황, 민트는 연초록, 팔각은 연분홍색이다. 이 색은 술병의 뚜껑 라벨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색깔만 봐도 이것이 무슨 술인지 알 수 있게 한다. 
    가격도 직관적이다. 연희매화의 도수는 12%이다. 그래서 가격도 1만2,000원이다. 연희민트는 9%라서 9,000원, 연희유자는 10%라서 1만 원이다. 
    이런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연희시리즈는 출시 이후 SNS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굳이 홍보를 하지 않더라도 알음알음 입소문을 탔고, 지난 1월 초에는 이른 아침부터 양조장에 줄을 서고 대기표도 동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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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희매화’는 매화를 띄워 맛과 향을 낸다.
    민트초코 맛 막걸리, SNS에서 화제
    최 대표가 4종의 막걸리를 내왔다. 작은 술잔에 따라 마셔보니 제 각각 개성이 강하다. 분명 어딘가에서 한 번쯤 마셔본 맛이다. 연희매화는 신맛이 강하지만 체리향이 은근히 맴돈다. 이것은 람빅 맥주의 특징이기도 하다. 연희유자는 감귤향이 나는 IPA 맥주 맛이고, 연희민트는 어김없는 모히토 칵테일 맛이다. 깔끔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담은 이국적인 맛, 이제까지 마셨던 막걸리와는 맛의 질감이 전혀 다르다. 
    종류별로 시음하다 보니 입안에 한껏 머금고 짭짭거리며 마시는 재미가 있다. 연희시리즈를 종류별로 찾아 마시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사실 최 대표도 이런 점에 주목했다. 
    “5년 동안 공방을 운영하면서 술 맛을 내는 기본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콘셉트를 어떻게 잡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죠. 수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즌 별로 맛을 조금씩 변형해 한정판을 만들었습니다. 가령 올해 2월에는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연희민트에 수국을 첨가해 ‘연희민초’를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민트 초콜릿’ 맛입니다.”
    민트초콜릿 맛 막걸리를 그 누가 생각했을까. 하지만 ‘연희민초’는 대성공이었다. 요즘 ‘민트초코’라는 요즘 대세를 막걸리로 재연했을 뿐만 아니라 ‘특별하고 재미있는 희귀 아이템’을 찾아다니는 소위 ‘M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덕분이다. 
    화이트데이 때는 연희매화에 딸기를 더해 로제와인 느낌이 나는 한정판 ‘연희로제’와 연희유자에 수국을 넣어 ‘호가든’ 맥주의 맛을 재현한 ‘연희블랑’을 묶어 한정판 선물 세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3월 14일이니 가격은 3만1,400원, 31세트만 판매했다. 
    “매번 똑같은 술만 만들면 재미없잖아요. 시즌에 따라 맛을 달리하는 이벤트를 열면 술을 사서 마시는 재미도 있고 저도 술 만드는 재미가 더해지고. 기계가 도는 대규모 양조장이 아니라 제가 일일이 기획하고 손으로 만들어 내는 크래프트 막걸리라 가능한 일이죠. 이런 게 청년이 만든 소규모 양조장이 할 수 있는 장점이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싶어요.”
    ‘함께’라는 ‘가치’ 추구할 것 
    최 대표는 술을 만들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라는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같이’라는 양조장 이름도 그래서 탄생했다. ‘같이’에는 ‘함께’라는 뜻도 있지만 ‘가치’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우선 ‘청년들이 함께 만드는 술’이라는 가치를 만들기 위해 라벨 디자이너에게 판매수익에 따라 저작권료를 지불한다. 보통 건당 디자인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끝난다. 기부도 한다. 설을 맞아 제작한 선물 세트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했다. 
    “4만5,000원짜리 세트를 팔면서 세트당 5,000원씩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소비자가 5만 원에 구입하시면 1만 원을 기부하는 것이고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기부에 참여해 주셨어요. 60세트를 팔아 약 65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60세트를 다 팔면 300만 원이입니다. 그중 70만~80만 원을 기부할 수 있다면 멋진 일이 아닐까요?”
    현재 최 대표 혼자 술을 만들다 보니 많은 수량을 만들 수 없지만 일단 세상에 나온 술은 모두 매진되며 ‘선한 영향력’의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다른 가게와 협업도 최 대표의 아이디어다. 선물세트를 제작할 땐 어김없이 다른 가게의 명물 제품을 함께 구성한다. 지난 설날 세트의 경우 연희시리즈 3병과 연희동 롱버트의 훈제연어와 훈제치즈, 연남동의 한식부페 김치 부각을 안주로 곁들여 구성했다. 
    지난 3월 7일에는 연남동의 중식주점 ‘개화연’과 함께 컬라보레이션 파티인 ‘백주대낮’을 진행하기도 했다. 개화연은 중국 백주로 유명하다. 이곳의 백주에 연희시리즈 막걸리를 섞은 것이 ‘혼돈주’다. 중국 고량주와 한국의 막걸리가 만나는 자리였다. 
    연희시리즈는 앞으로 2종이 더 나와 6종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현재 5번째 막걸리인 ‘연희홍차’가 출시를 대기하고 있다. 대표적 카페거리가 있는 연희동을 상상하며 만든 막걸리다. 연희홍차 역시 홍차의 종류를 달리해 시즌마다 새로운 맛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야말로 연희시리즈를 한 번만 마시고 끊을 수 없는 이유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술을 만든다면 이런 재미는 없을 거예요. 비록 지금은 저 혼자 만들기에 양조장에 오셔도 바로 막걸리를 살 수 없고 예약판매만 하는 등 고객에게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같이’라는 이름처럼 가치 있는 술을 함께 즐기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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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택 대표는 양조 업계에서 ‘재야의 고수’로 불리며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크래프트 막걸리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전통주 양조장 ‘같이’
    양조장 겸 막걸리 판매장을 겸하고 있다. 현재 최 대표 혼자 막걸리를 만들기에 생산량이 많지 않아 막걸리 판매는 거의 예약을 받아 이루어진다. 인스타그램 ‘togetherbrewing’을 통해 소식을 전해 듣고 예약도 할 수 있다. 연희시리즈를 바로 맛보려면 식당이나 주점을 이용하면 된다. 양조장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하거나 전화로 문의할 것. 
     
    술 빚기 체험도 운영한다. 최소 3인 이상, 1인당 5만 원씩의 수강료와 재료비를 내면 연희민트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체험이 끝난 후에는 약 1.5ℓ의 연희민트와 연희시리즈 1병을 제공한다.
    문의 0507-1385-7300.
    본 기사는 월간산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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