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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비슷비슷한 진달래·산철쭉·철쭉, 이렇게 구별하세요

글·사진 김민철 조선일보 기자
  • 입력 2021.05.0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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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봉 철쭉이 세석평전 철쭉보다 잘 나가는 이유
야생화 이야기, 5월 산 이 꽃

지리산 바래봉에서 만난 철쭉(왼쪽)과 산철쭉(오른쪽)
지리산 바래봉에서 만난 철쭉(왼쪽)과 산철쭉(오른쪽)

5월 지리산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가다 보면 철쭉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1980년대엔 해마다 5~6월 세석평전에서 철쭉제가 열렸다. 문순태의 <철쭉제>는 이 철쭉제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마흔 살의 검사인 ‘나’는 6·25 때 지리산에서 죽은 아버지 유골을 수습하고자 30여 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과거 우리 집 머슴으로 6·25 때 아버지를 죽인 박판돌 등과 함께 사망 추정 장소인 지리산 세석평전으로 향한다.

작가는 철쭉이 피어 있는 세석평전을 ‘질펀한 철쭉꽃밭’이라 표현하고 있다.

영산홍 묵은잎
영산홍 묵은잎

문순태 소설 <철쭉제>

‘무지개 빛으로 찔러 오는 햇살 사이로 온통 산에 붉은 물을 뿌려 놓은 것 같은, 세석평전의 철쭉꽃밭이 질펀하게 펼쳐져 있었다. (중략)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늘 끝까지 붉게 물들여져 있는 듯했다. 암, 수 원앙이 어울려 비비꼬는 비단 금침이불 하나로 세석평전 삼십여 리를 덮어버린 것 같은 꽃밭은 불난 것처럼 이글이글 타올랐다.’

박판돌은 세석평전에서 아버지 유골이 묻힌 위치를 알려 준다. 수습 과정에서 ‘나’는 박판돌의 아버지가 ‘나’의 아버지에게 살해당했음을 알고 오히려 박판돌에게 용서를 구해야 함을 깨닫는다. 그에게 화해의 악수를 청하고 세석평전에서 꺾은 철쭉 한 가지를 주는 것으로 소설이 끝나고 있다. 6·25의 상처와 화해하는 과정을 다룬 전형적인 ‘분단문학’ 작품이다.

문순태의 <철쭉제>를 읽고 늦은 봄 휴가를 내 지리산에 간 적이 있다. 키가 2~5m 정도이고 좀 연한 분홍색 꽃이 피는 나무가 철쭉이다. 꽃이 연한 분홍색이라 ‘연달래’라고도 부른다. 철쭉은 꽃잎 안쪽에 붉은 갈색 반점이 선명하다. 철쭉은 아주 싱그러운 향기도 갖고 있다. 둥근 잎이 5장씩 돌려나는데 주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철쭉을 보면 소설에서처럼 ‘붉은 물을 뿌려 놓은 것 같은’ 정도는 아니고 흰색에 가까울 정도로 색이 연한 꽃이다. ‘붉은 물’ 대신 ‘연분홍 물’이라고 했으면 더 정확했을 것이다. ‘불난 것처럼 이글이글 타올랐다’는 표현도 좀 과한 것 같다.

진달래
진달래

산철쭉 다른 이름은 ‘수달래’

5월 오대산 선재길을 걷다 보면 냇가를 따라 진한 분홍색 꽃이 핀 것을 볼 수 있다. 이건 산철쭉이다. 산철쭉은 철쭉보다 색깔이 ‘진한’ 분홍색이고, 잎 모양은 진달래와 비슷한 긴 타원형이다. 산철쭉은 오대산에서처럼 계곡 등 물가에 많이 피어 ‘수달래’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지금은 지리산 철쭉제 하면 세석평전 철쭉제보다 바래봉 철쭉제를 떠올리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둘 다 철쭉제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세석평전과 바래봉 철쭉은 종류가 다르다. 바래봉 철쭉은 진분홍 산철쭉이고, 세석평전 철쭉은 연분홍 철쭉이다. 바래봉 산철쭉 색깔이 휠씬 진하다. 그래서 세석평전 철쭉보다 바래봉 산철쭉을 더 높이 치는 사람들도 있다.

잎보다 꽃 먼저 피는 진달래

철쭉, 산철쭉 꽃과 모양이 비슷한 진달래꽃은 5월엔 대부분 지고 없다. 진달래는 3~4월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기 때문에 나머지 철쭉류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진달래는 또 꽃잎이 매우 얇은데, 가지 끝에서 3~6개의 꽃송이가 모여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피는 것을 볼 수 있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양끝이 좁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진달래꽃으로 유명한 곳은 여수 영취산, 강화 고려산, 대구 비슬산, 창녕 화왕산 등이다.

진달래는 먹을 것이 없던 시절 꽃잎을 따 허기를 채운 꽃이기도 하다. 그래서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 참꽃, 철쭉은 독성 때문에 먹을 수 없다고 개꽃이라 불렀다. 진달래꽃을 본 김에 꽃잎을 따먹어보니 약간 시큼한 맛이 났다.

4~5월 도시 공원이나 화단에서는 산철쭉과 비슷하지만 꽃이 작고 색깔은 더 화려한 꽃들을 볼 수 있다. 원예종 영산홍이다. 영산홍은 색깔에 따라 연산홍, 자산홍, 백철쭉 등으로 푯말을 달아놓은 경우도 있는데,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있는 대로 모두 영산홍으로 부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영산홍
영산홍

영산홍은 산철쭉보다 꽃이 작아

영산홍은 일본에서 철쭉류를 개량한 원예종이라 ‘왜철쭉’이라고도 부른다. 영산홍은 아직 학문적으로 어떤 특징을 가진 것이라고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 종이다. 대체로 잎이 작고 좁으며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반상록이 많다.

영산홍 중에는 산철쭉과 비슷하게 생긴 품종도 있어서 둘을 구분하는 것은 전문가들도 어려워하고 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산철쭉은 겨울에 잎이 다 떨어지지만 영산홍은 초봄에도 작고 좁은 잎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초봄에 묵은 잎이 붙어 있으면 영산홍이다.

정리하면, 산에서 잎이 없이 꽃만 피었으면 진달래, 잎과 꽃이 함께 있으면 철쭉이나 산철쭉이다. 그리고 꽃이 연분홍색이고 잎이 둥글면 철쭉, 꽃이 진분홍색이고 잎이 긴 타원형이면 산철쭉으로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공원이나 화단에서 꽃이 작으면서 화려한 색깔을 뽐내고 있으면 영산홍이라고 할 수 있다. 피는 시기는 진달래는 3~4월로 가장 빠르고, 산철쭉이 4~5월, 철쭉은 가장 늦은 5~6월이다. 영산홍은 4월부터 5월까지 피는 것을 볼 수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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