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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숲과 사찰] 경봉 큰스님의 불호령 “나무 베려거든 나를 밟고 가라”

월간산
  • 입력 2021.05.0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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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산 독수리가 품은 통도사 ②
훼손되지 않은 영남 알프스엔, 숲 지킨 스님들 있다

 통도사가 지어지기 전 그 터에는 아홉 마리 독룡이 살고 있었다. 여덟 마리는 내쫓았는데 그중 한 마리 용은 연못에 있게 해주면 절을 지키겠다고 하여 남겨 두었다. 구룡지 전설이다.
통도사가 지어지기 전 그 터에는 아홉 마리 독룡이 살고 있었다. 여덟 마리는 내쫓았는데 그중 한 마리 용은 연못에 있게 해주면 절을 지키겠다고 하여 남겨 두었다. 구룡지 전설이다.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산하는 민둥산과 벌거숭이 숲 천지였다. 조선왕조 말기와 6·25 전쟁 때는 말할 것도 없었다.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의 산이 헐벗은 시절에도 사찰 숲만은 울창했다.

천리포수목원을 세운 민병갈 원장 자서전을 보면 1950년대 한국의 처참한 산림 현실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그 가운데 ‘전쟁과 땔감·식량을 구하기 위한 무분별한 벌목으로 전국의 산과 숲이 몸살을 앓았지만 사찰 주변 숲만은 보전 상태가 양호하다’고 감탄하는 대목이 있다. 민 원장은 숲이 잘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로 스님들의 노력을 꼽았다. 절마다 산감을 두고 숲을 지켜낸 결과였다.

통도사 역대 고승들의 사리탑과 탑비를 봉안한 부도전.
통도사 역대 고승들의 사리탑과 탑비를 봉안한 부도전.

전국이 민둥산인데도 사찰림은 건재

근대 한국 불교의 선지식인 경봉 큰스님은 관청에서 통도사 경내 소나무를 베려 하자 직접 노구를 이끌고 나와 막았다고 한다. 스님은 경내는 물론, 사찰림에서 자라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 함부로 다루지 못하게 했다. 태어나서 수명을 다할 때까지 말없이 서있는 수목 한 그루조차 가볍게 여기지 않았던 스님의 생명존중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영남 알프스가 지금과 같은 자연환경을 지켜 오며 산악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은 영축산 통도사와 가지산도립공원 내 170여 개 말사들이 ‘산감’으로서의 소임에 충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통도사 산문에서 바라보면 독수리 머리 모양의 영축산(1,058m) 정상이 보인다. 독수리가 양 날개를 활짝 편 채 품안에 절을 안고 있다. 통도사는 대한불교조계종 15교구의 본사이며, 전국 100여 개 말사와 국외 10여 개 포교당을 관장하는 큰 절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통도사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다.

1375년 역사를 집대성한 <신편 통도사지></div>.
1375년 역사를 집대성한 <신편 통도사지>.

중국 스님들도 경배한 佛寶 사찰

신라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모셔온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대웅전 뒤편 금강계단에 봉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도 부처님 사리를 모신 절이 있었지만 잦은 전란과 공산혁명의 와중에 대부분 파괴되고 유실됐다. 그래서 중국 스님들이 통도사까지 와서 금강계단에 예를 갖추기도 했다고 한다. 통도사가 한국을 대표하는 불보佛寶사찰인 이유이다.

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15년(646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고려때 사세寺勢가 더욱 커져 선종 때(재위 1084~1094) 사찰과 마을의 경계표지라 할 수 있는 국장생 석표를 세울 만큼 대규모로 증축됐다. 장생 석표는 사찰의 경계 영역을 나타내거나, 살생 금지 등의 신성 구역을 표시하거나 부정한 액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솟대와 같이 마을 어귀나 사원에 세웠다. 이 장생이 훗날 장승으로 발전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금강계단. 신라의 자장율사에 의해 건축된 후 수차례 개축을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금강계단. 신라의 자장율사에 의해 건축된 후 수차례 개축을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통도사 역사 집대성 <신편 통도사지>

통도사는 그 큰 규모만큼 한국 불교를 빛낸 수많은 고승과 문화재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절이다. 올해 초 1375년 통도사 역사를 종횡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신편 통도사지>가 2년 만에 완간됐다.

2책 1,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사료집으로 편찬 도감을 맡은 광우 스님은  “통도사의 창건이념과 중심사상을 정리하고 1375년의 역사만큼이나 많은 고승과 창건 이래 오랜 세월 창건과 중창을 거듭해 온 전각과 당우를 정리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통도사의 유무형의 유산을 기록하고 총림에 설립된 선원, 율원, 염불원, 강원의 역사를 대략 정리했다” 고 밝혔다.

본 기사는 월간산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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