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산행기] 구덕산에서 심신의 권태를 풀어내다!

  • 박정도 부산시 사하구 다대로
    입력 2021.05.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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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덕산 숲길에 선 필자.
    나이 스물다섯 살에 육군 병장으로 군대를 전역하고 지금까지 줄곧 직장생활을 했다. 직장은 초기에 세 곳을 전전하다가 지금 근무하는 곳은 네 번째 직장이다. 초기 세 곳의 직장은 1~3년 근무했다. 그러다가 힘든 경쟁 끝에 들어온 현 직장에서 27년째 근무 중이다. 직장생활을 전부 합치면 35년째이다.
    직장생활에서 받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나 일상의 권태감을 나는 산행으로 다스리며 살아간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산자수명한 국토여서 전국 곳곳에 산이 즐비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산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해양도시 부산에도 동네 앞산 같은 아담한 산이 많다. 산행은 비용이 들지 않고 경제적으로 즐길 수 있는 안전한 취미생활이기 때문이다. 얼마전에는 부산 서구에 자리한 구덕산을 찾았다. 구덕산은 여러 번 찾았지만 찾을 때마다 친근한 느낌이 든다. 높이가 562m인 구덕산九德山은 부산광역시 서구 서대신동 서쪽에 있는 산이다. 사상구 학장동과 사하구 당리동의 경계에 솟아 있다. 부산의 등줄기인 금정산맥 말단 부분에 자리하고 있으며, 북동쪽으로는 엄광산에, 남서쪽으로는 시약산에 이어져 있고, 남동쪽 산록에서는 보수천이 발원한다.
    구덕산 이름은 근래에 붙여진 이름으로 ‘구九’나 ‘덕德’이 불교와 관계 깊은 글자이므로 불교 계통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서 시작된 하천에도 구덕천, 보수천 등의 불교적인 이름이 붙어 있다. 또한 구덕산에 구덕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없다.
    구덕산은 전형적인 노년 산지의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짙은 산림과 깊은 계곡이 발달해 있다. 보수천의 발원지인 동쪽 산록에는 부산 최초의 급수원인 구덕수원지가 자리 잡고 있으며, 경치가 빼어나 산행객이 널리 찾는다. 주변엔 유명한 구덕터널과 구덕운동장이 있다.
    산새의 멜로디, 오욕칠정 어루만져
    구덕산은 주로 부산 서구 서대신동 꽃마을을 통해 찾아간다. 산자락엔 ‘구덕문화공원’과 ‘편백숲 명상의 길’이 있어서 언제 가도 산행객으로 북적인다. 하산한 뒤에 꽃마을의 여러 음식점에서 오리 불고기나 시래기 국밥 등을 먹을 수 있어서 산행하기가 퍽 수월하다. 파전이나 도토리묵, 두부김치 안주에 막걸리를 즐기는 사람도 아주 많다. 음식점마다 산행한 손님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산행 당일 집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구덕운동장 주변으로 가서 다시 꽃마을로 가는 마을버스를 바꿔 탔다. 날씨가 좋아서 산행 인파는 무척 많았다. 봄이어서 그런지 생각 이상으로 산행 인파가 북적였다. 나는 산행객 무리에 섞여 천천히 산을 올랐다.
    여러 산을 자주 찾는데 산을 오를 때에는 기분이 상큼했다. 일상의 무료함이나 직장생활의 따분함은 산에 있는 동안에는 말끔하게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시원한 바람은 온몸에 묻은 세파의 때를 벗겨 주는 듯했고 산새의 멜로디는 오욕칠정의 감정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았다.
    산 정상에서 준비해 온 김밥 도시락과 간식을 먹었다. 낮은 산이지만 땀을 흘린 뒤에 먹는 밥은 황제가 즐기는 밥상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그래서 ‘시장이 반찬’이란 속담이 생기지 않았나 싶었다.
    산 정상 부근에서 점심을 먹은 뒤에 충분하게 쉬었다가 하산 길에 들어섰다. 충분하게 쉰 터라 피곤하지는 않았다. 내려오는 길에는 구덕문화공원에 들렀다.
    2004~2007년에 걸쳐 조성한 구덕문화공원은 전원풍의 자연경관과 전통문화가 함께하는 문화와 휴식의 공간으로서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교육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교육역사관, 선조들의 삶과 지혜를 체험할 수 있는 민속생활관, 석부작과 아열대 수목이 있는 목석원예관, 전시와 각종 행사를 개최하는 다목적관, 무인석 등이 전시된 옛돌마당, 야생화 등 자연체험학습장을 갖춘 들꽃동산,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편백숲 명상의 길 등이 있다.
    구덕문화공원에서 여러 문화시설을 구경하며 여유를 즐겼다. 전에 보지 못했던 여러 미술 조형물도 설치돼 있어서 들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었다. 곳곳에 숨어 있는 조형물을 감상하다 보니 시간은 금방 흘렀다.
    집으로 바로 가기가 허전해 꽃마을 음식점을 들르기로 했다. 탁자마다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구석진 곳 빈자리에 앉아 막걸리와 파전을 주문했다. 갈증이 좀 있었는데 시원한 막걸리 한잔이 들어가니 신선이 부럽지 않았다. 음식점에서 막걸리 한 병 비우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약간 심신이 노곤했지만 기분은 매우 상쾌해 휘파람이 나왔다.
    나를 태운 버스는 목적지를 향해 슬그머니 움직였다. 다음날부터 다시 힘찬 하루를 시작한다는 각오를 다지며 산행의 추억을 되새겼다.
    '본 기사는 월간산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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