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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경상도의 숨은 명산 : 거제 앵산] ‘꾀꼬리 봉우리’ 오르면 남해바다가 한눈에 쏙!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21.05.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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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산 정상은 전망이 좋아 동쪽으로 거가대교와 가덕도가, 그 오른쪽으로 대금산과 강망산을 비롯해 남쪽에 지나온 석름봉 능선도 시야에 들어온다.
앵산 정상은 전망이 좋아 동쪽으로 거가대교와 가덕도가, 그 오른쪽으로 대금산과 강망산을 비롯해 남쪽에 지나온 석름봉 능선도 시야에 들어온다.

화창한 봄날, 오랜만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의 산을 찾았다. 톱니바퀴 같은 해안선을 따라 쪽빛 바다가 펼쳐지고, 굽이진 산길에는 계절의 향기를 좇아 피어난 갖가지 야생화가 화사함을 자랑한다. 드넓은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자연의 하모니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면 더 아름답게 다가온다.

‘거제巨濟’라는 지명이 쓰인 것은 신라 경덕왕 때부터이다. ‘거巨’는 거제도가 큰 섬임을 뜻하고, ‘제濟’는 구救한다는 의미가 있어 ‘크게(많은 사람을) 구제救濟하는 섬’이라 일컫는다. 예부터 전해지는 ‘거제 계룡산하 구백만巨濟 鷄龍山下 救百萬’이란 말이 있다. 이는 6·25전쟁 당시 10만 명의 포로와 1·4 후퇴로 20만 명의 피란민이 거제도에서 구제되었고, 이후 산업화로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의 여파로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얻게 된 때문이라 한다. 특히 거제 사람들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옥포대첩을 이 나라를 ‘크게 구한巨濟’ 일로 기억하고 있다.

거제는 비록 섬이지만 크고 작은 산이 유독 많다. 그렇다 보니 거제도의 서쪽 끝 거제대교에서 남쪽 홍포에 이르는 거제지맥(도상거리 52.1km)과 섬의 남북을 잇는 북거제지맥(도상거리 43.7km)의 산줄기가 십자로 산과 산을 이어 주고 있다. 특히 거제의 진산鎭山인 계룡산을 비롯해 가라산, 노자산, 대금산, 선자산, 북병산, 산방산, 앵산, 옥녀봉, 국사봉 등 400~500m대의 10대 명산은 산꾼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음은 굳이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신우마리나아파트 갈림길을 지나 만나는 정자 쉼터의 남쪽 전망. 매립공사가 한창인 고현항 뒤로 계룡산 줄기와 산자락 시가지, 갯가에 자리한 삼성중공업 조선소.
신우마리나아파트 갈림길을 지나 만나는 정자 쉼터의 남쪽 전망. 매립공사가 한창인 고현항 뒤로 계룡산 줄기와 산자락 시가지, 갯가에 자리한 삼성중공업 조선소.

거제의 10대 명산 중 앵산鶯山을 올랐다. 앵산은 우리말로 ‘꾀꼬리 산’이다. 산의 형상이 꾀꼬리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이란다. 남서쪽의 연초면 오비리 쪽이 꽁지이고, 북동쪽의 하청면 해안 쪽이 머리라고 한다. 꾀꼬리가 날아가는 방향인 북동쪽의 칠천도에서 보면 앵산은 크게 세 개의 봉우리로 이뤄졌다. 가운데 봉우리를 중심으로 좌우의 낮은 봉우리는 새가 날개를 펼친 듯한 모습을 연상케 한다. 5월이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황금빛 꾀꼬리는 예로부터 부귀와 영화의 상징인 우리 민족의 새이다. 완연한 봄을 맞은 남녘 바닷가의 섬 산에서 꾀꼬리라도 볼 수 있을까? 산꾼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앵산 산행이 시작되는 소오비다리 시내버스정류장.
앵산 산행이 시작되는 소오비다리 시내버스정류장.

길은 남파랑길과 북거제지맥 교대로 지나

산행은 연초면 오비리의 소오비다리 시내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해 정자 쉼터~오비재~석름봉(301m)~연사재~230.7m봉 우회~북거제지맥 갈림길~364.7m봉~폐헬기장~앵산 정상~508.3m봉(삼각점)~안부 쉼터~솔병산(437.4m)~241m봉~외안계 시내버스정류장에서 끝을 맺는다.

석름봉을 거쳐 앵산에서 솔병산을 연결한 남북 종주산행으로 전체 산행 거리는 약 12km이다. 산행은 소오비다리(신오교) 옆에서 시작하지만, 사실상 고현버스터미널이 출발점이다.

버스터미널을 벗어나 거제대로의 건널목을 건넌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바다를 왼쪽에 끼고 해안도로를 따른다. 연초천변의 덕산베스트타운 아파트단지 옆의 신오교를 넘어 소오비다리 시내버스정류장에서 산으로 오른다. 계단 길을 올라가면 길은 산 사면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진다. 서쪽으로 푸른 물결이 찰랑대는 고현만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잇따른 묘지를 만나고 곧 벤치가 있는 신우마리나아파트 갈림길에 닿는다.

인근 주민들이 산책을 겸해 이용하는 오비재의 체육시설.
인근 주민들이 산책을 겸해 이용하는 오비재의 체육시설.

이제부터 산길은 산등성이를 따라간다. 이 길은 거제를 통과하는 ‘남파랑길(코리아둘레길로 부산광역시 오륙도에서 전라남도 해남군 땅끝까지 1,463km의 탐방로)’의 일부 구간이기도 하다. 직진하면 경사가 가파른 통나무 계단 길이다. 한 굽이 올라서면 벤치와 정자가 있는 쉼터. 서쪽과 남쪽의 전망이 훤하다. 매립공사가 한창인 고현항 뒤로 계룡산의 산줄기가 좌우 옥녀봉과 백암산으로 펼쳐진다. 산자락 시가지에는 콘크리트 건물이 숲을 이루고 갯가에는 거대한 삼성중공업 조선소가 자리한다.

소오비다리 시내버스정류장에서 산으로 오르면 길은 산 사면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진다.
소오비다리 시내버스정류장에서 산으로 오르면 길은 산 사면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진다.

211.7m봉을 지나 경사가 완만한 숲길은 동쪽으로 휘어지며 곧 운동기구가 설치된 오비재에 이른다. 다시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한 비탈길로 잇는다. 벤치를 지나 능선 길은 왼쪽으로 꺾이며 운동기구와 함께 이정목이 선 연중마을 갈림길. 곧이어 지름길을 버리고 급경사로 치오르면 석름봉(301m) 정상이다. 정자에 삼각점(거제 424, 1986 재설)이 자리하고, 누군가 손글씨로 ‘석름봉’이라 쓴 돌을 세웠다. 남동쪽 전망이 트여 연초면소재지 주변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그 뒤로 약수봉과 와야산을 잇는 산릉이 가깝고 너머에 국사봉도 머리를 내민다.

발걸음을 옮겨 조망이 좋은 연초바위를 지나 급경사를 내려서면 연사재다. 고개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포장도로는 서쪽 오비마을과 동쪽 연초마을을 이어주던 옛길이다. 특히 널찍한 잔디밭은 인근 학교의 소풍 장소로 인기 있었다. 지금은 운동시설과 화장실, 정자가 있어 쉼터를 겸한 체육공원이다. 여기서 남파랑길과 헤어져 정면 능선으로 잇는다. 230.7m봉을 비켜 산허리로 우회해 한 굽이 급경사로 오른다. 산길은 서쪽으로 완만하게 틀어 곧 정자 쉼터를 지나 북거제지맥을 만난다.

 2층 전망대를 지나 보이는 앵산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와 정상석이 자리한다.
2층 전망대를 지나 보이는 앵산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와 정상석이 자리한다.

정상 일망무제 전망 일품

지맥 길을 따라 차츰 고도를 높인다. 모처럼 전망이 좋은 바위를 만난다. 정면에 앵산과 솔병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른쪽으로 비스듬한 산릉 끝자락의 바다 가운데 칠천도가 떠 있다. 그 뒤로 창원시 진해구의 장복산, 시루봉, 천자봉이 희미하다. 잠시 내려섰다가 오르면 364.7m봉. 반복되는 짧은 오르내림의 능선 길은 시원한 전망을 계속해서 안겨 준다. 소사나무 군락지를 지나 광청사 갈림길에 닿고, 뒤이어 폐헬기장과 이정목이 서 있는 한곡마을 갈림길이다. 능선을 따라 직진하면 곧 2층 전망대가 눈앞이다. 곧장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앵산 정상석이 반기는 꾀꼬리의 날갯죽지에 올라선다.

2등 삼각점이 설치된 508.4m봉에서 방향을 틀어 북쪽의 솔병산으로 향한다.
2등 삼각점이 설치된 508.4m봉에서 방향을 틀어 북쪽의 솔병산으로 향한다.
쌍봉으로 이뤄진 앵산은 무엇보다 전망이 좋아 360도 방향을 거의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동쪽으로 거가대교와 가덕도가, 그 오른쪽으로 대금산과 강망산을 비롯해 남쪽에 지나온 석름봉 능선도 시야에 들어온다. 서쪽에는 가조도와 그 뒤로 통영·고성의 최고봉인 벽방산도 보인다. 정상석 뒤쪽으로 내려서면 안부 삼거리다. 직진하면 2등 삼각점(거제 22, 1992 재설)이 설치된 508.4m봉 갈림길. 방향을 틀어 북쪽의 솔병산을 쳐다보고 경사가 가파른 통나무 계단 길로 내려선다. 석포리 갈림길인 삼거리 안부 쉼터에서 직진해 솔병산으로 향한다.

올라선 솔병산率兵山(437.4m)은 숲에 갇혔다. 솔병은 ‘군사를 거느린다’는 뜻인데, 그 유래는 알 수 없다. 나무에 걸린 솔병산 팻말만이 정상임을 알려 준다. 북쪽으로 북거제지맥을 더듬어 내려간다. 길은 희미하나마 큰 어려움은 없다. 241m봉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편백나무 숲을 지나 임도를 만난다. 곧 왕대나무가 쭉쭉 뻗은 대숲을 빠져나가면 시내버스정류장이 있는 외안계 고개에 닿으며 산행을 멈춘다. 북거제지맥은 여기서 천마산(151m)을 지나 칠천도 화전산(164.2m)이 마주 보이는 바닷가에서 끝난다.
©동아지도 제공
©동아지도 제공

산행길잡이
고현버스터미널~소오비다리 시내버스정류장~정자 쉼터~오비재~석름봉(301m)~연사재~230.7m봉 우회~북거제지맥 갈림길~364.7m봉~폐헬기장~앵산 정상~508.3m봉(삼각점)~안부 쉼터~솔병산(437.4m)~241m봉~외안계 시내버스정류장 <5시간 30분 소요>

교통
부산 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에서 거제 고현의 맑은샘병원 앞까지 가는 시내버스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다. 산행이 마무리되는 외안계 버스정류장에서 32, 37번 시내버스를 타면 고현버스터미널까지 갈 수 있다.

숙식(지역번호 053)
고현버스터미널 인근에 맨하탄모텔(637-1831), 모텔 라인69(638-3688), 그린힐모텔(638-0029) 등 숙소가 많다. 고현시장은 거제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시장이다. 특히 시장 안팎에는 횟집에서부터 분식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거리 집이 많다. 충남식당의 순대국밥, 순대리아의 떡볶이와 순대, 뚜껑집 부대찌개, 솜씨김밥 등등. 시장 인근의 구천식당(636-2122)과 동남식당(638-4448)은 생선찜과 조림, 구이 전문점.

본 기사는 월간산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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