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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북미 원주민 고대 벽화에 ‘등반 볼트’ 설치해 경악

글 오영훈 기획위원
  • 입력 2021.05.0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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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 발견 즉시 뽑히고 등반단체 일제 규탄 성명

고대 암각화가 그려진 암벽에 설치된 볼트. 사진 대린 레이.
고대 암각화가 그려진 암벽에 설치된 볼트. 사진 대린 레이.

미국 유타주에서 북미 원주민의 고대 벽화 유물에 한 등반가가 볼트를 설치한 사실이 밝혀져 볼트는 발견 즉시 뽑히고, 각 등반단체들에게 지탄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벽화는 지금으로부터 적어도 700년, 최대 2,000년 이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법률은 1966년부터 암각화나 고고학 유적지 등 문화유산이 있는 지역의 암벽등반을 금지하고 있다. 아무리 유명한 암장이라도 문화유산이 발견되면 폐쇄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사건은 유타주 아치스국립공원에서 발생했다. 콜로라도주에서 온 한 등반가가 여러 개의 볼트를 설치하고 자신이 개척한 루트를 루트 정보 공유 웹사이트 <마운틴프로젝트>에 발표했다. 이를 우연히 본 지역 산악가이드는 5.3급 수준으로 볼트 없이 등반해도 되는 루트에도 볼트를 설치한 것과, 원주민 고대 벽화가 그려진 지역에 루트를 개척한 것을 깨닫곤 즉각 출동해 볼트를 전부 뽑아버렸다.

산악언론들은 이러한 등반 행태는 등반가들에 대한 불신과 비난을 초래해 암벽등반 자체에 대한 존립 기반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산악회와 접근권위원회, 인디언크릭의 친구들, 솔트레이크등반가연합회, 콜로라도서부 등반가연합회 등은 일제히 이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벽화들은 과거의 유물로서 가치를 가질 뿐 아니라 현재 미국 원주민 후손들에게 중요한 전통 자산이라며 산악계는 이들과 함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암각화 바로 옆에 확보지점 볼트가 설치돼 있다. 사진 대린 레이.
암각화 바로 옆에 확보지점 볼트가 설치돼 있다. 사진 대린 레이.
'본 기사는 월간산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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