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연재:예비역 장군의 산티아고 순례길] 팬텀 전투기 몰던 군인은 왜 카메라를 들었나

  • 사진·글 금기연 취미사진가
    입력 2021.05.21 09:33

    산티아고 순례길에 반해 5년간 세 번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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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과 불안의 시작점
    30년간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한 예비역 장군 금기연씨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반해 2016년부터 지금까지 세 번을 완주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칠 때마다 사진으로 남겼고, 이 사진이 점점 호평을 얻어 여행 사진작가가 되기에 이르렀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졌지만, 사진으로나마 산티아고 순례길의 감동을 월간<산>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설렘과 불안의 시작점>
    프랑스길의 출발점인 ‘생 장 피에 드 포흐’에서 시작해 피레네를 넘는 첫째 날입니다. 해발고도 200m에서 시작해 1,430m까지 올랐다가 다시 900m로 내려가니 고도변화가 심한 날입니다. 변화가 심한 것은 고도만이 아닙니다. 산이 높으니 하늘이 맑다가 흐리다가, 또 어느 순간엔 일부분에만 햇빛이 비쳐 사진과 같이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순례자들은 설레면서도 과연 무사히 순례를 마칠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으로 길을 재촉합니다. 한편으론 순간마다 달라지는 경이로운 모습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합니다.
    <순례자>
    야고보 사도의 유해가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향하는 순례길은 유럽 전역에서 시작해 큰 길만도 10여 개가 됩니다. 그중 가장 순례자가 많은 곳이 799㎞의 프랑스길입니다. 순례자는 산을 넘고 들판을 가로질러 오로지 자신의 발로만 걸어갑니다.
    손에 든 지팡이와 등에 멘 배낭으로 쉽게 분간이 되지요. 국적과 나이, 직업은 물론, 성별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사연이 담긴 과거를 뒤로하고 오로지 산티아고를 향해 갑니다. 모든 것을 묻어버리고 새로운 내일을 향해 자연의 작은 한 부분으로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모습, 순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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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신비
    <자연의 신비>
    자연은 참 신비합니다. 더 없이 맑던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모여 하늘과 땅이 컴컴해지기도 합니다. 어딘가 조금 벌어진 구름 틈새로 빛내림 현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쨍쨍 내리쪼이는 햇빛과 엄청난 눈보라가 동시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천지창조가 연상되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한 장면을 마주한 것은 큰 축복이었습니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어둠이 있어 빛이 더욱 밝게 빛나고 값지듯 2,000리 800㎞를 걸어서 도달하는 산티아고 대성당은 기쁨과 가치가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작은 깨달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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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보라 속 노란 화살표
    <눈보라 속 노란 화살표>
    철지난 눈과 함께 세찬 비바람까지 함께하는 눈보라를 만났습니다.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세찬 바람에 다들 서로 팔짱을 끼거나 부둥켜안고 함께 걸어야 했습니다.
    일부는 넘어져 다치기도 했고, 되돌아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국내에서의 악천후 산행 경험이 많았기에 당황하는 일행을 다독여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악천후 속에서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알려 주는 ‘노란 화살표’는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순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인생의 화살표를 찾거나, 찾으려고 애를 쓴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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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볕 뒤 짙게 낀 구름
    <햇볕 뒤 짙게 낀 구름>
    길을 걷다 보면 생각과는 다르게  행동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바로 눈앞에는 햇볕이 쨍쨍 내리쪼이는데 조금 떨어진 저곳에서는 짙게 낀 구름 아래로 철지난 눈이 내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순례길은 눈 내리는 저곳을 지나야 합니다.
    생각 같아서는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렸다가 가고 싶지만 일정상 그리 여유를 부릴 형편이 되지 못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이 또한 축복입니다. 좀처럼 오기 힘든 곳이니 한 번 왔을 때 좋고 궂은 여러 가지 경험을 한꺼번에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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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에게 천사가 되는 길
    <서로에게 천사가 되는 길>
    우연히 마주친 서양 순례자들과 한참동안 같이 이야기하며 걸었습니다.
    계속 사진을 찍으면서요. 숙소에서 쉬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함께 걸었던 그 친구들이었습니다.
    다짜고짜 “레인보우, 레인보우”를 외치며 저를 이끌었습니다.
    덕분에 아름다운 쌍무지개를 담았습니다. 이렇게 순례자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도와줍니다. 그래서 다들 순례 중에 천사를 만난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천사가 되는 것은 순례길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가능한 일입니다. 새봄부터는 자주 천사가 되어야겠습니다.
    '본 기사는 월간산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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