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 여성, 완주 앞두고 안타까운 죽음

입력 2021.04.27 10:15 | 수정 2021.04.27 14:57

설악산 저항령에서 폭설로 탈출 시도…설악동 1㎞ 남겨 두고 사망

설악산에서 실종된 대간 종주 여성 K씨(49세)가 4월 23일 실종 50여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설악산국립공원 관계자들의 증언을 참고하여 그녀의 입산 후 행적을 보았을 때, 놀랍고 안타까운 면이 많다. 과연 K씨는 어떤 산행을 했는지 쫓아가 보자.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온 K씨는 2월 28일 일요일 새벽 5시 16분 한계령에서 대청봉 방면으로 홀로 입산했다. 산불방지 입산금지가 3월 2일부터인 것을 감안하면, 이틀에 걸쳐 백두대간 설악산 구간을 종주할 계획이었다.  
지인들 말에 따르면, 백두대간 구간 종주 중이던 K씨는 한계령에서 종착지인 진부령까지 40㎞를 홀로 종주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3월 1일에 지인 몇 명과 진부령(대간 종착지)에서 조촐한 기념식을 열려고 했다고 한다. K씨는 2월 28일 설악산 구간을 주파하여 마등령에서 비박하고 다음날인 3월 1일 비법정 구간인 저항령~황철봉~미시령 구간을 종주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K씨는 오전 10시 36분 중청대피소를 지나 대청봉으로 향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고, 희운각에서 어느 등산객에게 오후 1시 40분쯤 목격되었다. 다만 대청봉에서 공룡능선 방면으로 가려면 중청대피소 앞을 지나야 하지만 CCTV에 그 모습이 없었다. 법정 등산로를 이용하지 않고 비법정 구간인 대청봉~희운각 사이의 대간 능선을 탄 것으로 추측된다. 
희운각대피소 앞에서 K씨를 목격한 등산객은 “이날 기온이 비교적 따뜻했는데 우모복 상의와 우모복 바지를 입은 것이 특이해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다음날 3월 1일 오전 11시쯤 남편에게 마지막 전화를 했다. K씨는 “지금 하산 중이다. 배터리가 다 됐다”고 했다고 한다. 위치에 대한 얘기 없이 오직 하산 중이라고 한 것. 
문제는 3월 1일 새벽 1시10분부터 일대에 내린 비가 아침 8시쯤부터 눈으로 변해 설악산에 1m의 기록적인 폭설이 쌓였다. 휴대폰 기지국에 따르면 가장 마지막으로 전파가 잡힌 곳이 설악동 C지구이다. 해당 통신사 관계자의 “기지국 반경 2㎞ 내에 있어야 K씨의 전파가 잡힌다”는 말을 따라 유추하면 대간 능선을 탈출해 설악동으로 하산하기 직전이었다는 의미다. 
K씨의 이날 행보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이전 대간 산행을 보면 대체로 15~20㎞ 거리의 당일 산행을 많이 했는데, 이날은 다른 산보다 더 어려운 설악산 구간인데도 40여㎞를 무리하게 주파하려 했다는 것. 대청봉에서 희운각까지 편한 법정 등산로를 두고 비법정 길을 이용해 내려왔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것. K씨는 아마도 불법을 감수하면서까지 백두대간 주능선을 타려 고집했던 것 같다. 
K씨가 발견된 곳이 저항령 계곡 하류, 설원교 도착 1㎞ 전임을 감안하면 폭설을 만나 저항령에서 설악동으로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산행 속도를 감안하여 추측하면 3월 1일 아침 마등령을 출발하여 오전 9시쯤 저항령에 닿았으나 폭설을 만나 설악동 방향으로 탈출을 시도한 것. 
등산로가 없고 험준한 이 계곡 지형과 폭설을 감안하면 하산 중 상당한 체력이 소모가 있었던 걸로 보인다. 거의 탈출에 성공하여 마지막 1㎞를 남겨두었으나, 하산을 마치기 직전 탈진과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예상된다. 
3월 1일 오전 11시 마지막 전화통화를 119구조대에만 했더라도 생존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절박한 순간에도 K씨는 가족을 안심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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