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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좌충우돌 삼남매의 달마고도 ‘365 워킹데이’

최영옥 경기도 김포시 김포한강8로
  • 입력 2021.06.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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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산행기

달마고도 트레킹 중인 삼남매.
달마고도 트레킹 중인 삼남매.

어느 날 갑자기 메아리를 타고 내 마음에 살포시 두근거리는 제안이 내려앉았다. 해남 땅끝 달마고도 둘레길(17.74km)을 종주하는 워킹 데이Walking Day 행사에 도전해 보자는 큰오빠의 메아리였다.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결국 좌초되어 아쉬움을 자아냈던 키나발루 트레킹을 이것으로 대체하자는 것이었다.

우리 5남매는 귀를 쫑긋 열고 이벤트 참여방법을 검색해 접수했다. 셋째와 넷째는 일정상 함께하기 어려워 첫째와 둘째, 그리고 막내인 나만 참석하게 됐다. 올해 첫째는 칠순을 맞이했고, 둘째는 퇴임했으며, 막내인 나는 환갑이다. 서로 인생의 중대 시점을 넘기고 있는 지금 이렇게 뜻깊은 여행을 같이 할 수 있어 무척 기뻤다. 셋째와 넷째는 비록 몸은 멀어도 마음으로 함께 걷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길을 나선다. 반짝반짝 별빛 따라 달리고 또 달려 마침내 달마고도 워킹데이 출발지인 미황사다. 여명의 빛을 받아 타오르는 미황사 뒤로 병풍처럼 드리워진 달마산의 장관에 환호를 지른다. 미황사 종무소에서 스탬프북을 챙기고, 달마고도에 발 도장을 쿵하고 찍어 본다. 달마고도 365 워킹데이는 연중 열리는 행사로, 달마고도 둘레길에서 지나는 6개 인증지점인 관음암터, 문수암터, 노지랑골, 도시랑골, 몰고리재, 너덜에서 스탬프 인증을 완성한 후 제출하면 인증서, 완주 스탬프북, 완주메달을 집으로 발송해 준다.

기암 장관, 포근한 산길, 거친 너덜 이어져

늘 그러했듯 든든한 오빠들의 등을 바라보며 걸음을 뗀다. 우리가 걸어야 하는 일정은 미황사~달마봉(봉화대·489m)~관음봉(434m)~큰바람재~관음암터(샘)~문수암터~미라골잔등~노지랑골~도시랑골~몰고리재~너덜~미황사로 길게 일자로 뻗은 달마산을 타원 모양으로 도는 원점회귀 노선이었다.

이번 트레킹은 개인적으로 매 걸음마다 간절히 소망과 희망을 담아 기도하듯 걸었다. 내 걸음의 수만큼 쌓아 올린 작은 기도들에 누군가 응답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굽이굽이 넘고 또 넘는 암릉의 묘미가 마치 작은 공룡능선을 넘는 듯했다. 멋진 기암들의 장관에 취해 환호와 만세로 화답하며 하하호호, 우리의 메아리는 구름을 타고 퍼진다. 큰바람재는 이름 못지않게 태풍 같은 거친 바람을 쏟아내 비틀비틀 우리를 춤추게 한다. 온통 바다로 둘러싸인 달마산의 풍광은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낸다. 걷고 또 걷다 보면 포근한 산길이, 때론 너덜 산길이 마중 나와 주었다. 방긋 웃으며 인사해 주던 각시붓꽃, 돌가시양지꽃, 동백꽃들의 꽃길 선물도 받는다. 멀고 험한 산길도 함께하기에 걸음마다 꽃길이겠다. 

그렇게 우리는 관음암터, 문수암터, 노지랑골, 도시랑골, 몰고리재, 너덜에서 총 6개의 인증을 모두 모으며 달마고도 명품길을 완주했다. 완주의 감동은 마치 해풍처럼 거칠게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본 기사는 월간산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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