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레포츠] 문경 패러글라이딩 “하나, 둘, 셋 뛰세요”…두 발은 어느덧 허공에

  • 글 손수원 기자
  • 사진 김종연 기자
  • 취재협조 대한패러글라이딩스쿨 도움말 정진 상급조종사, 손선 조종사
    입력 2021.06.03 10:00

    규정 지키면 매우 안전…대한패러글라이딩스쿨에서 정식 교육 받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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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산 활공장에서 날아오른 패러글라이더가 유유히 하늘을 날고 있다. 패러글라이딩은 낙하산처럼 안전하면서도 행글라이더처럼 활공을 즐길 수 있다.

    새의 깃털을 모아 날개를 만들어 미궁에서 탈출한 이카루스는 드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며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가고 싶었다. 결국 이카루스는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날개가 타버려 바다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카루스의 날개’는 인간의 덧없는 욕망을 의미하지만, 인간이 개발한 패러글라이딩은 하늘을 동경하고 날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레포츠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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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러글라이딩 탠덤비행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암벽등반보다 접근하기 쉬운 레포츠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하기 위해 문경 단산 활공장을 찾았다. 지난해 가을, 단산을 기점으로 한 종주산행을 하러 온 이후 두 번째다. 넓은 활공장에는 대한패러글라이딩스쿨의 교육생들이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패러글라이더Paraglider는 낙하산Parachute과 행글라이더Hangglider의 합성어입니다. 낙하산은 운반이 용이하고 안전합니다. 행글라이더는 빠르게 활공할 수 있습니다. 이 두 장점을 합친 것이 패러글라이딩입니다.”

    정진 상급조종사는 “패러글라이딩도 알피니즘에 의해 파생된 레포츠”라고 말했다.

    “198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등산가와 모험가들이 스카이다이빙용 낙하산으로 산사면을 달려 이륙하던 것이 패러글라이딩의 시작이었어요. 1984년 프랑스 산악인 장 마크 쿠오뱅Jean Mark Cuovins이 등반 후 쉽게 하산하기 위해 기존의 스카이다이빙용 낙하산을 개조해 알프스와 에베레스트에서 하강비행에 성공했습니다. 이것이 본격적인 패러글라이딩의 효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패러글라이더는 단순한 보자기 형태였으나 점차 행글라이더와 접목되면서 상승비행 및 조종사의 비행 방향 조정과 활공이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비행체로 발전했다. 오늘날은 장비의 재질, 공기역학의 기술적 해석이 추가되면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능과 안정성을 가지게 되었다.

    “암벽등반보다 접근하기 쉬운 레포츠입니다. 패러글라이딩은 탠덤Tandem(조종사와 함께 체험자가 비행하는 것) 비행으로 누구나 체험할 수 있으니까요.”

    직접 탠덤 비행을 해보기로 했다. 체험자가 갖춰야 할 장비는 따로 없다. 날씨가 따뜻해 얇은 장갑과 바람막이 점퍼 정도만 입으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와 하늘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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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종사가 이륙 전 캐노피(날개)를 펼치고 있다.

    헬멧을 쓰고 탠덤 비행을 위한 하네스(비행 시 앉아 있는 기체)에 몸을 묶는다. 하늘을 나는  데 이렇게 간단해도 되나 싶다. 대한패러글라이딩 스쿨 임성휴 팀장이 자신과 기자의 몸을 서로 묶고 간단하게 비행 브리핑을 했다. 임 팀장은 현現 패러글라이딩 국가대표 감독이기도 하다.

    “자, 앞에 산을 바라보시고 슬슬 걷다가 뛰라고 하면 뛰는 겁니다. 자, 이제 뜁니다! 뛰어요!”

    후다닥 몇 발자국이나 뛰었을까 금세 허공에서 발길질을 하고 있다. 활공장이 뒤로 물러서고 기체가 하늘에 둥실 떠오른다. 이륙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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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탠덤비행을 위해 활공장을 이륙하고 있다.

    놀이기구와 비교 금지, 짜릿한 스릴

    “자, 엉덩이를 하네스 뒤에 편하게 붙이시고. 이제 하늘과 땅을 마음껏 바라보고 즐기세요.”

    600~800m 사이의 고도를 날고 있지만 전혀 무섭지 않다. 오히려 얼굴을 때리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져 기분이 업 된다. 손을 들어 만세도 불러보고 허공을 향해 발길질도 해본다. 지난 가을 취재했던 단산~운달산~성주봉 능선이 발밑에 있다. 다리를 벌벌 떨며 내려왔던 수리봉 대슬랩도 발아래에 있으니 작은 바위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초보자는 이륙 후 착륙장까지 바로 오기 때문에 보통 10분 전후로 비행을 합니다. 중급 과정에 들어서면 신세계가 펼쳐져요. 1,000m 이상 고도로 올라가 하루 종일 비행할 수도 있지요. 문경에서 동해안까지 가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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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러글라이딩은 입문 후 하루이틀 뒤에 바로 개인 비행이 시작되어 빨리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임 팀장은 더 재미있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하더니 좌우로 기체를 움직여 바이킹 놀이기구처럼 움직였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하늘과 땅이 좌우로 마구 기울어진다.

    “윙오버Wing Over라는 기술이에요. 방향이 바뀔 때마다 무중력의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더 스릴 넘치는 것도 있어요.”

    임 팀장은 또 다시 기체의 방향을 틀더니 빙글빙글 돌며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와, 이건 진짜다. 롤러코스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날 것’의 스릴이다. 

    “스파이럴spiral입니다. 빙글빙글 돌면서 1초에 10m 정도 급강하해요. 그래서 ‘롤러코스터’라고도 불러요. 아찔하지요?”

    하늘에서만큼은 거칠 것 없이 자유로워 보이는 패러글라이딩이지만 해도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규정이 명확히 있다. 이 규정만 준수하면 안전하다. 가끔 들리는 패러글라이딩 사고는 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서 발생한다.

    “위험하다고 느끼면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기체가 자동으로 자세를 회복하거든요. 자동차는 운전대를 놓으면 더 위험해지지만 패러글라이딩은 무서우면 가만히 있어도 됩니다. 말로는 참 쉬워 보이지요, 하하.”

    어질어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제 내려갈 시간, 착륙장이 발아래다. 조종사가 안정적으로 착륙할 수 있게 가지런히 발을 모으고 기다렸다. 사뿐하게 착륙 성공! 방금 전에 있었던 단산 활공장이 벌써 까마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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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산 북쪽 운달산과 성주봉 능선이 발아래에 펼쳐진다.

    하늘 나는 기분 “어메이징!”

    “첫 비행이 어떠셨나요? 높은 산에 올라 내려다보는 것과는 또 다른 멋이 있지요?”

    취재를 주선한 손선씨가 소감을 물어봤다. 비록 탠덤비행이었지만 “어메이징!”이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패러글라이딩은 나이가 많아도 할 수 있는 건전하고 안전한 레포츠입니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치매예방에도 좋아요. 조종사(P3) 자격을 얻으면 해외에서도 탈 수 있어요. 히말라야와 알프스에서 패러글라이딩하는 모습, 얼마나 멋져요. 하지만 입문하는 방법을 몰라 망설이는 경우가 많아요. 앞으로 대한패러글라이딩스쿨을 통해 패러글라이딩 인구가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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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륙장에 멋지게 착륙한 조종사.

    패러글라이딩 “이것이 궁금해요”

    Q 고소공포증이 있는데도 배울 수 있나?
    A 패러글라이더를 조종하면서 집중하고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고소공포증을 느끼지 않는다. 내가 자동차 운전석에 앉으면 편안한데 조수석에 타고 있으면 긴장하는 것과 같다.

    Q 재미있나?
    A 입문한 후 하루 이틀 뒤에 바로 개인 비행이 시작되기 때문에 시작과 동시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

    Q 비행면허가 꼭 있어야 하나?
    A 그렇다. 활공장 사용 시 관리소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면허가 없으면 안 된다. 무면허 비행사고 발생 시 처벌받는다.

    Q 패러글라이딩 배우는 연령층이 어찌되나?
    A 비교적 연령층이 높은 스포츠다. 30대(30%) 40대(25%) 50대(25%) 60대(20%) 정도이다. 70대부터 시작하시는 분도 있다.

    Q 여성도 배울 수 있나?
    A 패러글라이딩은 바람을 타고 비행하는 기술이다. 남자는 힘으로 바람을 이기려 하고, 여성은 바람을 다스리려 한다. 그래서 여성이 부드럽게 비행을 더 잘한다.

    Q 장비가 없는데도 배울 수 있나?
    A 스쿨에서 장비를 무상 대여해 교육받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후 개인 장비를 구입하면 된다.


    대한패러글라이딩스쿨

    (사)패러글라이딩협회의 공인교육기관이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패러글라이딩과 관련한 전 과정을 교육하고 있다. 현 패러글라이딩 국가대표 감독인 임성휴 팀장의 지도하에 운영되고 있다. 지도강사는 비행이론과 실기교육을 담당하고, 교관은 교육생의 비행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최초 입문과정과 연습조종사(P2), 조종사(P3), 상급조종사(P4), 전문조종사(P5), 2인승 조종사까지 모든 면허와 관련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스쿨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시험(필시/실기)을 통과하면 정식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문경을 비롯해 평창·단양·합천·포항 등 전국의 활공장을 다니며 비행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www.para1009.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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