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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전라도의 숨은 명산] 전남 백패킹 성지… 주월산~방장산 종주

글·사진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고문
  • 입력 2021.06.2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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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림 휴양숲에서 호젓한 ‘숲캉스’도
보성 초암산 576m

 암릉지대인 초암산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파노라마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암릉지대인 초암산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파노라마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보성 초암산草庵山(576m)은 과거 금화산金華山으로 불렸다. 산세가 완만한 전형적인 흙산으로 현재는 백패킹의 성지로 널리 알려졌으며 전남을 대표하는 철쭉 명산이기도 하다. 초암산 정상 부근부터 철쭉봉 주변까지 1.5km 능선에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초암산은 철쭉이 만개하는 계절에만 반짝 인기를 끄는 산이 아니다. 산꾼들은 계절에 상관없이 주월산舟越山(556.9m), 방장산方丈山(535.9m)과 연계해 원점회귀하는 종주 코스로 즐겨 찾는다. 

들머리에서 초암산 정상까지만 치고 오르면 나머지 구간은 완만해 산행거리(16.2km)에 비해 크게 힘들지는 않다. 주월산~방장산 구간은 호남정맥 구간에서 가장 편안한 비단길 수준의 길이다. 주월산 패러글라이더장 활공장에서 바라보는 득량평야(간척평야)의 조망은 압권이다. 

초암산과 주월산은 ‘윤제림允濟林’의 일부다. 독림가 윤제允濟 정상환(1923~2005) 선생의 호를 따서 만든 윤제림은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주월산과 초암산 정상까지 조성된 337ha(약 100만 평)의 숲 정원이다. 

선생이 1964년부터 가꾼 숲에는 숲속의 집, 오토캠핑장, 체험장 등 산림을 활용한 시설이 있어 시민에게 사랑받고 있다. 2020년 전남도 민간정원 12호로 선정되어 1, 2, 3차 산업이 융합된 6차 산업 종합휴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들머리인 수암주차장에는 깨끗한 화장실과 등산지도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들머리인 수암주차장에는 깨끗한 화장실과 등산지도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바위가 하늘로 솟구친 초암산 정상

종주 산행은 초암산에서 출발해 주월산~방장산 순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산행을 하면 방장산 초입에 벌목장이 있기 때문에 시작부터 불편하고 오르막 구간이 더 많아진다. 보성군 겸백면 수남리에 위치한 초암산 수남주차장에는 대형버스와 소형차를 주차할 수 있다. 현대식 화장실도 있으며, 그 옆에는 대형 등산 안내도가 있다. 

‘정상 2.8km’ 이정표까지는 소나무와 굴참나무가 자라는 완만한 오르막이다. 초암산 암질의 특징은 커다란 바구니를 엎어 놓은 것 같은 화강암이다. 그래서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바위가 많다. 40여 분 지난 곳에 ‘급경사·완경사’ 안내판이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가더라도 나중에 다시 만나기 때문에 체력에 따라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수남절터삼거리에서 정상으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곳에서 0.8km 지점에 백제시대 고찰로 알려진 금화사 터가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은 초암산 정상 부근 평지를 금화사 터라고 주장한다. 틀린 이야기다. 사찰 터를 잡을 때는 산기슭에 자리를 정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산 중턱의 큰 바위를 벽 삼아 대웅전을 배치한다고 한다. 금화사 터에는 마애석불과 석축, 와편 등이 남아 있다. 

수남절터삼거리에서 5분 정도 가면 커다란 공룡알을 닮은 바위지대와 목탁바위를 지나고, 10분 정도 더 오르면 수종이 철쭉으로 바뀌며 초암산 정상 부근의 기암들이 눈에 들어온다. 철쭉 많은 산의 특징이 그렇듯 이곳에도 큰 나무가 자라지 못해 그늘이 없다. 한여름에는 땀깨나 뺄 듯하다.

초암산에는 둥근 바구니를 엎어 놓은 듯한 독립된 바위가 많다. 사진은 목탁바위.
초암산에는 둥근 바구니를 엎어 놓은 듯한 독립된 바위가 많다. 사진은 목탁바위.

수남사거리는 정상으로 가는 길과 광대코재로 가는 길이 나뉜다. 초암산 정상은 제암산帝巖山(807m) 바위 정상과 비교된다. 제암산은 단일 암괴가 우뚝 솟아있는 반면, 초암산은 망호암望虎巖이라고 부르는 거석이 하늘을 향해 솟구친 형상이다. 정상 옆으로 백패킹 하기에 좋은 헬기장과 철쭉제 제단이 있다. 

정상 북쪽으로 광주 무등산(1,187m)과 화순 모후산(919m)이 조망되고, 서쪽으로는 영암 월출산(809m)이, 남쪽으로는 바다 건너 고흥 팔영산(608m)이 바라다 보인다. 동쪽으로는 보성 존제산(703.8m)과 호남정맥 주능선 등이 한눈에 조망된다.

주월산 정상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전국의 동호인이 즐겨 찾는다.
주월산 정상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전국의 동호인이 즐겨 찾는다.

호남정맥을 따르는 길

수남사거리로 다시 내려가 포토존 전망대를 지나고, 사방으로 이름 모를 산 마루금이 요동치는 듯한 모습을 보며 걷는다. 원수남삼거리를 거쳐 밤골재삼거리, 철쭉봉까지 1.5km 거리는 고도차가 거의 없는 평탄한 오솔길 수준이다. 

철쭉봉은 이름처럼 철쭉나무가 무성하다. 그늘은 없지만 조망도 섭섭지 않다. 철쭉봉에서 광대코재까지 2.3km는 평길 같아서 빠른 걸음으로 30분이면 충분하다.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광대코재는 초암산과 존제산의 경계선이자, 호남정맥과 만나는 지점이다. 40m 정도 더 직진하면 광대코봉(622m)에 닿는다. 멀리서 보면 광대의 얼굴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무등산, 계당산, 존제산, 주월산 등에 둘러싸여 있어 산군의 중심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광대코재에서 1.6km 거리에 무남이재가 있다. 급경사를 10분 정도 내려오면 길이 완만해지고, 임도에서 직선으로 숲길을 따르면 5분 후 무남이재에 닿는다. 무남이재는 수남리와 조성면 대곡리를 잇는 고갯길이다. 옛날 득량 바다에 큰 해일이 일면 바닷물이 고개까지 밀려와서 ‘물 넘은 고개’라 불렀다고 한다. 이것의 발음이 변해 지금의 무남이재가 되었다는 설이다. 발  아래로는 남해고속도로 겸백터널이 지나간다. 오른쪽에 윤제림 후문 입구가 있다. 

무남이재에서 주월산 정상까지는 2km 거리다. 10분 정도만 오르면 무남이봉(428m)이다. 우측으로는 정상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곧장 오르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 있다. 좌측으로 보이는 골프장은 보성CC이다. 보성CC는 클럽하우스에 미술관이 있고 방장산이 바람을 막아 주어 겨울에도 라운딩하기 좋아 골퍼들에게 인기가 좋다. 

무남이봉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숲은 서어나무와 산벚나무, 줄참나무가 무성하다. 40분이면 주월산 주차장이 있는 임도와 만난다. 이곳에 쉼터와 화장실이 있다. 도로 위쪽으로 주월산 정상석과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뱃머리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이곳에 서면 고흥 팔영산 특유의 여덟 봉우리 마루금이 보인다. 옛날 득량면 앞 바닷물이 이곳까지 들어오면 배가 이 산을 넘어갔다고 하여 주월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너머로 일직선으로 뻗은 득량만 방조제와 바둑판 같은 득량평야가 장관이다. 전남 최대의 득량만 간척지는 일제강점기인 1937년, 득량 금능에서 고흥군 대서까지 8km 바다를 막아 만든 거대한 농토다. 득량평야 한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높은 종합기상관측탑이 있다. 높이가 307m로, 파리 에펠탑 높이 324m에 버금간다. 

주월산에서 방장산 정상까지 3.1km 거리는 편안한 흙길이다. 산악오토바이 출입금지를 위해 방지목을 지그재그로 설치했다. 배거리재는 바람이 잘 통해 약초와 야생화가 자라기 좋은 조건이다.

방장산에서 수남마을로 내려오는 길은  벌목으로 인해 길이 무척 사납다.
방장산에서 수남마을로 내려오는 길은 벌목으로 인해 길이 무척 사납다.

벌목장 지나면 산행 완료

방장산 정상에는 KBS 방장산중계소가 위치해 조망이 막혀 있다. 하산은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른다. 10분 정도 내려가면 수남·호동 갈림길에 닿는다. 오른쪽 ‘겸백 수남마을 2.1km’ 방향으로 내려간다. 이제 호남정맥과 이별한다. 

경사면에 있는 벌목현장은 공사장을 방불케 한다. 편백나무가 듬성듬성 남아 있어서 더욱 황량해 보인다. 좋지 않은 길을 따라 15분 정도 내려가야 한다. 숲이 울창한 임도를 20분 더 내려가면 ‘등산로 입구’ 이정표가 나타나고 실질적인 산행은 종료된다. 이곳에서 수남주차장까지 2km 정도를 더 걸어야 한다. 

왼쪽 논 끝에 있는 지하터널을 무시하고 오른쪽 농로를 따라간다. ‘보성녹차휴게소’ 입간판 아래 지하통로가 있다. 지하통로를 지나 1km만 더 가면 수남주차장에 도착한다.

산행길잡이

■수남주차장~목탁바위~초암산~철쭉봉~광대코재~무남이재~주월산(패러글라이딩 활공장)~방장산~농로~터널~수남주차장(약 16.2km, 약 5시간 30분 소요)

■수남주차장~목탁바위~초암산~철쭉봉~광대코재~무남이재~윤제림~수남주차장(약 10.4km, 약 4시간 소요)

교통

광주 유스퀘어터미널에서 보성으로 가는 직행버스가 오전 7시 10분부터 2시간마다 1대씩 총 7번 운행한다. 요금 어른 8,100원. 1시간 20분 소요. 보성터미널에서 택시(061-853-6363)를 타면 수남주차장까지 1만8,000원 정도 나온다. 15분가량 걸린다. 군내버스를 이용하려면 보성터미널에서 겸백(수남) 방향 버스를 탄다. 요금 900원. 

볼거리 

초암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전통한옥마을인 강골마을이 있다. 시계가 멈춘 것처럼 조선시대 양반 가옥의 전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광주이씨 집성촌으로, 각종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촬영장소로 이용된다. 열화정과 이금재 가옥, 이용욱 가옥, 이식래 가옥 등이 중요 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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