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중청대피소 철거… 등산객 안전도 ‘철거’될 판

  • 글 서현우 기자
  • 사진 조선일보DB
    입력 2021.05.31 07:30 | 수정 2021.05.31 13:55

    Focus-기로에 선 설악 중청대피소
    설악산국립공원 “시설 낡고 환경 훼손… 내년 봄 공사”
    산악계 “등산객 안전 무시”… 철거 반대운동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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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청대피소 뒤로 운무에 싸인 대청봉이 우뚝 솟아 있다.

    유보됐던 설악산 중청대피소의 철거 계획이 2022년 4월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라고 복수의 관계자가 전했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2017년 처음 “시설 노후화, 환경 훼손 등의 사유로 2019년에 중청대피소를 철거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의견 수렴을 이유로 일정을 미룬 바 있다. 한편 이 소식을 접한 산악계 일각에선 철거 반대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설악산국립공원 관계자 A씨는 “올 겨울이 끝나는 내년 4월부터 원활한 공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때부터 철거 작업이 시작될 전망”이라며 “확정된 것은 아니고 가닥을 잡아 놓은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또한 A씨는 “철거라고 해도 숙박시설만 없애는 것이고, 긴급대피 및 구조 기능, 고지대 생태환경조사 거점 역할 등은 계속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거 사유는 시설이 노후화돼 시설 안전도 D등급 판정을 받은 점, 경관 및 고산 환경 훼손 등이다.

    수용 인원 100명의 중청대피소가 철거되는 대신 희운각 대피소(현 수용 인원 30명)가 80명 규모로 증축된다. 이 공사는 올해 안에 마무리될 계획이다. 즉 희운각대피소 증축에 맞춰 중청대피소가 철거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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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청대피소에 식수가 수송되고 있다. 대피소의 매점 기능 또한 점진적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대피소 숙박 기능 없어질 것

    중청대피소 철거는 지난 2019년 발표된 ‘국립공원공단 대피소 관리계획’의 첫 단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전 의원이 “대피소가 대피시설이 아니라 숙박시설로 이용되고 있으며 환경도 오염시키고 있다”고 지적하자, 국립공원공단은 중·장기적으로 국립공원 소재 내 20개 대피소의 숙박 및 매점 기능을 폐지하고 친환경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2년이 지나면서 이 계획은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이 지난 5월 본지에 전한 ‘국립공원 대피소 개선계획’에 따르면 먼저 지난 2020년에는 대피소를 ‘휴양 및 편의시설’에서 ‘보호 및 안전시설’로 분류하는 법규 개정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숙박 기능을 없애기 위한 법리적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담요 대여 폐지, 물품판매 항목 축소(17종→10종), 신재생에너지 사용률 확대(57%→71%) 등의 사업이 이미 추진 완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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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울 눈이 쌓인 중청대피소. 안중국 교장은 중청대피소가 없어지면 겨울 설악산 종주 산행이 더욱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종주 등산객 위협할 수도

    한편 중청대피소 철거가 본격화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산악계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안중국 국립등산학교 교장은 “종주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청대피소가 철거되면 결국 희운각대피소를 이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희운각대피소까지 내려가는 길이 무척 가파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초보자들의 경우 오색이나 한계령에서 올라오다 보면 다리 힘을 전부 소진하게 되는데, 이 상태로 희운각으로 내려가다 보면 실족 사고가 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북서풍이 매섭게 부는 겨울철에는 더 사고 위험성이 높아져요. 코로나로 대피소 이용이 중단된 지금 종주 등산객들의 하산길인 귀면암 부근에서 자주 실족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것도 궤를 같이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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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9월 설악산 중청대피소에 등산객들이 몰려 통로까지 점유한 채 새우잠을 자고 있다. 신창현 전 의원은 대피소의 본질이 대피 시설이 아닌 숙박 시설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등산객들의 산행 자유도와 버킷리스트를 빼앗는 부당한 처사라는 불만도 제기됐다. 설악산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산악인 B씨는 “중청대피소가 없어지면 산행 동선은 획일화되고, 일부 종주는 불가능해진다”고 비판했다.

    “중청대피소의 가장 큰 장점은 당일 컨디션이나 기상 조건에 따라 유연하게 산행 동선을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색에서 올라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컨디션이 나쁘면 다시 오색으로 퇴각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내설악이나 외설악으로 내려설 수도 있어요. 그런데 희운각이나 소청으로 가면 이러한 선택지가 확 줄어듭니다. 계속 가던 대로 갈 수밖에 없어요.

    특히 준족이 아니면 불가능해지는 산행도 있습니다. 먼저 뭇 등산인들의 버킷리스트인 대청봉 일출입니다. 희운각대피소나 소청대피소에서 자고 일출 전 대청봉에 도착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서북능선 종주도 큰마음 먹고 준비하지 않는 한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겁니다.”

    또한 B씨는 “고산 식생 파괴는 지구온난화가 주범인데 마치 등산객들이 범인인양 몰아세우고 산을 반쪽짜리로 만들려고 한다”며 “등산객들이 만든 오염은 등산객이 회수할 수 있도록 하거나, 신기술을 쓰면 될 일이다. 등산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합심해서 대피소 철거를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산악단체들이 움직여 줘야 한다’는 산악계의 요구에 대해 대한산악연맹 손중호 회장은 “5월 말 연맹임원회의 때 연맹의 공식 입장을 정리할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본 기사는 월간산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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