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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山’으로 산을 그린 김종태 화백

월간산
  • 입력 2021.06.16 09:49
  • 수정 2021.06.1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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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태 회장, 40년간 해동서예학회 이끌면서 정력적인 시·서·화 활동

한자 山자의 초서이다.
한자 山자의 초서이다.

작은 산을 차곡차곡 쌓아 웅혼한 봉우리를 빚어놓았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봉우리마다 수많은 한문 초서체 뫼 산山자가 점점이 박혀 거대한 봉우리들을 이루고 있다. 이것은 산행에 대한 집념인가, 산에 대한 외경인가. 산을 소재로 한 그림을 적지않게 접해 왔지만 이런 작품을 본 적은 처음이다. 압축과 여백과 생략의 미를 강조한 걸 보면 영락없는 동양화인데, 후기인상주의 화가 쇠라의 점묘화처럼 공간을 깨알같이 작은 글씨의 조합으로 채운 걸 보면 서양식 작법이다.

山자가 서양화법을 이용, 여백 없이 산을 채운 그림이다.
山자가 서양화법을 이용, 여백 없이 산을 채운 그림이다.
금제 김종태 화백은 40여 년간 서예의 정도를 걸어온 한국 서예계 거목. 해동서예학회를 이끌면서 전통 한글 궁체를 바탕으로 한문과 한글의 전통 필법을 융합해 선화체라는 독창적이면서 현대적인 한글서체를 개발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국화의 비움의 화법을 적용해 그린 현대 문인화이다.
한국화의 비움의 화법을 적용해 그린 현대 문인화이다.

산은 그에게 예술의 원천인 동시에 동과 서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자유로운 예술적 영감을 담는 그릇인 셈이다. 지금까지 300여 개에 달하는 산을 올랐고, 오른 봉우리들은 그의 붓을 통해서 또다른 뫼 산자로 이루어진 산으로 재창조되고 있다.

김 화백은 본업이 서예가인 만큼, 한자의 제자 원리 중 하나인 상형의 원리를 그림에 독창적으로 응용한 자연(산)을 그려왔다. 그의 산수화는 동양의 정신을 화폭에 구현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뫼 산자를 재료로, 심心과 산山이 일체된 경지를 그려낸 표현 기법의  참신함과 기발함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해가 뜨는 이른 아침 안개가 기운을 받아 골짜기를 빠져나가는 산의 움직임이다.
해가 뜨는 이른 아침 안개가 기운을 받아 골짜기를 빠져나가는 산의 움직임이다.

김 화백은 서예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시조와 에세이집 출간 등 시·서·화 각 방면에서 정력적으로 활동해 왔다. 7년간 공직에 몸담았다가 기업체 간부로 옮겨 불혹의 나이에 서예에 입문, 관련 단체까지 이끄는 등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전국의 산을 다니면서 월간<山>에 ‘그림산행’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 활동은 전통의 답습이 아닌 창조와 재해석에 방점이 있다. 김 화백은 “서예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조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김 화백이 제자와 지인에게 자주 써주는 글귀가 있다. ‘참 좋은 당신’, ‘우정은 산길 같아 자주 오고 가지 않으면 잡초가 우거져 그 길이 없어지나니’ 같은 것이다. 만나는 사람과의 인연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그의 생각이 담긴 문구다.

본 기사는 월간산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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