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재앙은 ‘쿨럭’ 기침 한 번에서 시작됐다

  • 글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입력 2021.07.08 08:43

    환경-자연 영화 <12> 컨테이젼
    10년 전 코로나 상황 정확하게 예측… 의료진 헌신적 모습 감동적

    코로나 19가 세계에 처음 보고된 때는 2019년 12월 1일이었다. 같은 해 11월 1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최초로 발생했고, 폐렴 증상이 나타났기에 이 질병을 ‘우한 폐렴Wuhan pneumonia’이라 불렀다.
    2020년에 들면서 중국을 넘어 본격적으로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해 3월 말 일부 국가 및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 그리고 모든 대륙으로 확산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19를 팬데믹pandemic임을 선언한 건 3월  11일이었다.
    WHO는 전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전염병 경보단계를 1단계에서 6단계까지 나누는데 최고 경고 등급인 6단계를 팬데믹이라 한다.
    역사적으로 가장 악명 높았던 팬데믹은 중세 유럽 인구 3명 중 1명의 생명을 앗아간 흑사병이다. 20세기에 국한하자면 1918년 스페인 독감(사망자 2,000만~5,000만 명 추정, 이하 사망자 추정치), 1957년 아시아 독감 (100만 명), 1968년 홍콩 독감(80만 명) 등이다.
    1년 만에 코로나 누적 확진 7,830만 명
    코로나 19가 처음 보고된 지 1년 만인 2020년 12월 23일 전 세계 누적 확진자가 7,830만 명을 돌파하면서 당시 전 세계 인구 78억 3,000만 명 중 1%, 즉 100명 중 한 명이 감염된 셈이 됐다. 해를 넘겨 2021년 1월 26일에 전 세계 누적 확진자가 아예 1억 명을 돌파했다. 몇 달 지나지 않은 2021년 5월 8일엔 누적 확진자가 1억5,700만 명을 돌파하면서 당시 세계 인구 78억 6,000만 명 가운데 2%, 즉 50명 중 한 명이 감염된 셈이 되었다.
    이는 2009년 ‘신종 플루’로 불린 ‘인플루엔자 A(H1N1)’ 팬데믹 때의 672만여 명보다 무려 26배의 사람들을 감염시킨 수치다.
    코로나 19의 치명률CFR·Case Fatality Rate(사망자 수 ÷ 감염자 수 × 100)은 2.15% 선이다. 2021년 6월 10일 현재 전 세계 공식 사망자는 375만여 명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코로나 19를 ‘제2의 흑사병’이라 부르면서 현대 인류의 역사에서 전 지구촌을 집어삼킨 최악의 전염병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이런 팬데믹을 ‘정확히’ 예견한 영화가  바로 <컨테이젼Contagion>(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2011)이다. 신종 전염병 유행에 따른 인간의 공포와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매우 실감 나게 그려내, 보면 볼수록 제작진의 철저한 자료조사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영화는 어둠 속의 기침 소리로 시작한다. 화면이 밝아지면 ‘DAY 2’라는 자막이 뜬다. 영화는 이렇게 둘째 날, 셋째 날, 13일째 날, 145일째 날 등 시간 흐름에 따라 전염병이 퍼져나가는 상황을 긴박감 있게 묘사한다. 또 둘째 날부터 묘사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과연 이 모든 비극의 첫날, 즉 이 모든 재난의 원인은 무엇인가”를 러닝 타임 내내 머리 한쪽에 담아두게끔 만드는 영리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오스카 감독상 받은 실력파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는 한국 영화 애호가에게 <오션스 13>(2007), <오션스 트웰브>(2004), <오션스 일레븐>(2001) 등 이른바 ‘오션스’ 시리즈로 잘 알려진 대중영화계의 실력파 감독이다.
    그는 <트래픽Traffic>(2000)으로 제73회 아카데미에서 감독상 각색상 편집상 남우조연상(베니시오 델 토로) 주요 4개 부문을 수상하고, <에린 브로코비치>(2000)로 같은 해 아카데미 주요 4개 부문 노미네이트, 여우주연상(줄리아 로버츠)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거장 감독이다.
    소더버그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Sex, Lies, And Videotape>(1989)로 “할리우드에 천재가 나타났다”는 소리를 들은 ‘될성부른 나무’였다. 소더버그는 감독을 넘어 <마이클 클레이튼>(2007)과 <임썸니어>(2002)를 기획하고, <케빈에 대하여>(2011)와 <시리아나>(2005)를 제작하는 등 다방면으로 역량을 펼치고 있는 영화인이다.
    그런 소더버그가 ‘작심하고’ 만든 영화인 데다, 10년이 지나 현실이 되어버린 충격적인 내용이라 다시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다국적 기업 ‘에임 엘더슨’의 임원인 ‘베스’(기네스 팰트로)는 홍콩에 출장을 다녀온 뒤 집 부엌에서 입에 거품을 물며 발작을 일으킨 후 사망한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일본인 남성과 카지노에서 접촉했던 사실이 드러났고, 귀국하는 중에 시카고에 들러 전 남편과 바람을 피웠다. 최초의 슈퍼 전파자였던 것이다. 사실 최초의 감염자는 아니었다.
     
    최초 전파자는 그녀가 들른 레스토랑의 중국인 요리사였다. 이 사실은 영화 제일 후반부 ‘DAY 1’에서 묘사된다. 모든 사달은 기업 에임 엘더슨의 개발로 인해 숲이 되고 거기 살던 박쥐가 삶의 터전을 잃고 인근 농가의 돼지 축사로 날아간 것에서 비롯되었다. 박쥐는 먹던 먹이를 떨어뜨리고, 돼지가 그걸 주워 먹는다. 비위생적인 축사에서 자란 돼지가 도축되고, 그 고기를 요리하던 주방장은 누군가의 호출을 받자 손을 씻지 않고 앞치마에 쓱쓱 문지르고는 베스와 악수하며 사진을 찍는다!
    아무 잘못 없는 베스이지만 그녀는 주방장에게 감염된 후 바이러스를 여기저기 퍼뜨리고 다니는 슈퍼 전파자가 된다. 그녀가 직접 감염시킨 것으로 확인된 인물만 카지노의 중국인 웨이터(버스를 탄 채 홍콩 집으로 귀가해서 도시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바에서 베스가 두고 갔던 휴대폰을 건네준 우크라이나 여성, 같은 회사의 일본인 직원, 공항에 픽업하러 나온 미국인 직원, 시카고에서 만난 전 남편, 그리고 친아들까지 6명이다.
    베스의 전 남편 ‘토마스’(맷 데이먼)는 다행히 항체가 생겨 살아남고, 일상생활의 접촉을 통해 이루어진 전염은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치버 박사(로렌스 피시번)는 경험이 뛰어난 연구원(케이트 윈슬렛)를 감염현장으로 급파하고 WHO의 오란테스 박사(마리옹 꼬띠아르)는 최초 발병 경로를 조사하기 위해 홍콩으로 날아간다. 여기에 음모론을 펴면서 전 지구적 위기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는 블로거(주드 로)까지 가세하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헐리우드 톱스타들 인상적인 호연
    다른 작품이라면 단독 주연이 가능한 일급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호연을 펼치는 건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백신이 개발됐을 때 귀하디 귀한 자기 백신을 청소부의 아들을 위해 쓰는 CDC 센터장, 전염병에 속수무책인 홍콩 인근 마을에 제공된 백신이 중국 정부의 개입으로 가짜라는 걸 알게 되자 다시 마을로 돌아가는 WHO 연구원, 몸을 사리지 않고 전염병을 연구하다가 본인이 감염됐다는 것을 알게 되자 즉시 스스로 격리시키고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에도 춥다며 신음하는 옆의 환자에게 자신의 외투를 내미는 CDC 연구원 등의 모습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그게 할리우드식 작위적 장치라 해도 상관없다. 바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비르투Virtu’이니까.
    본 기사는 월간산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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