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 히말라야에 갇혔다 “역대급 탈출극”

  • 글 오영훈 기획위원
    입력 2021.07.21 09:30

    바룬체 북서벽 등정 후 사이클론 휩쓸린 체코 2인조, 기적의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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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동안 고된 등반으로 훌쩍 야윈 마레크 홀레체크(좌)와 라도슬라프 그로흐. 사진 마레크 홀레체크.
    네팔 바룬체(7,129m) 북서벽에서 세기의 탈출이라 불러도 좋을 험난한 등반이 있었다. 체코 등반가 마레크 홀레체크, 라도슬라프 그로흐가 주인공이다. 홀레체크는 황금피켈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히말라야 등반 전문가다. 바룬체는 네팔 북동부 쿰부 지역에서 동쪽에 있는 고봉이다.
    이들은 5월 25~29일 네팔 히말라야 전역에 거대한 눈폭풍을 일으킨 사이클론 ‘이아스’에 휘말렸다. 네팔 당국은 사이클론이 북상하자 모든 원정대행사에 연락해 모든 인원을 산에서 철수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이 권고사항을 전해 듣지 못한 홀레체크와 그로흐는 바룬체 북서벽을 고정로프, 고소포터, 고소캠프 없이 오르는 알파인스타일 방식으로 등반했다. 총 5차례 비박하고 마지막 날은 밤새 올라 5월 25일 새벽 4시 정상에 섰다. 원래 계획은 4일 만에 등정과 하산을 완료하는 일정이었다. 등반이 지체된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했다. 예전과 비교해 벽에 훨씬 눈이 적고 설벽이어야 할 곳이 단단한 빙벽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정상에 이르렀을 때 둘은 몹시 지친 상태였다. 그러나 그즈음부터 눈보라가 날리기 시작해 이날 얼마 못 가 해발 7,000m 부근에서 여섯 번째 비박에 돌입했다. 눈보라는 5월 29일까지 계속됐다. 둘은 거의 하산하지 못하고 텐트에 갇힌 채 폭풍에 텐트를 붙잡고 쌓이는 눈을 치워가며 버텨야 했다. 마침내 눈보라가 물러가자 1,100m를 하강해 내려왔다. 내려오면서도 한 번 더 비박해 5월 30일 벽 아래로 내려왔고, 그곳에서 헬리콥터에 구조돼 카트만두 병원으로 후송됐다. 몹시 지쳤으나 별다른 부상은 없었다. 총 10일 동안에 걸친 필사적인 등반과 탈출은 휴대한 위성전화를 사용해 보냈던 문자메시지 등으로 세계 산악계에 실시간으로 전송돼 큰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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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코 2인조가 개척한 네팔 바룬체 북서벽의 루트 전경. 사진 마레크 홀레체크.
    본 기사는 월간산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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