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산악회, ‘꼰대 아재’ 싫어하는 2030을 홀리다

입력 2021.07.02 10:13

[한사랑산악회 특집-화보&인터뷰]

최근 유튜브 최고 인기 개그콩트 젊은 세대 눈에 비친 중년 등산모임 특징 하이퍼리얼리즘으로 재현… 출연진은 개그맨 김민수, 이창호, 이용주, 정재형

처음엔 기자도 몰랐다. 연기라는 것을. 늘 산행취재에서 보던 산꾼 아재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콩트 코너 ‘한사랑산악회’의 이야기다.
먼저 한사랑산악회는 진짜 산악회가 아니다. 30대 초중반 KBS, SBS 공채 개그맨인 김민수, 이창호, 이용주, 정재형이 중년 등산인들의 특징을 잡아 연기한 콩트의 제목이자 콩트 속 산악회 이름이다. 멤버들은 이 코너에서 가정이나 학교, 사회에서 한 번쯤 만나봤을 법한 ‘아재스러운’ 캐릭터들을 연기한다.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들의 스토리는 실제 중년 등산모임에서 있었을 법한 일상 대화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배까지 끌어 올린 바지, 아무리 지적해도 고쳐지지 않는 어색한 손가락 하트 같은 소소한 디테일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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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조 부회장 역할의 이창호. 늘 화면을 덮는 스마트폰 케이스로 캐스터네츠 연주를 하고, 바가지를 들고 다니며 약수 물을 거침없이 벌컥 들이킨다. 옷 안으로 접어 넣은 옷깃도 포인트. 이 부회장에게 “최근 한 유튜버가 김 제조업체와 협업해 제품을 출시했는데, 한사랑산악회는 제휴 계획이 없나”라고 묻자 그는 “협업이니 제휴니 우리는 그런 게 뭔지도 몰라요”라면서 “아 물론 가능성은 열어뒀는데, 이게 연락이 안 오네?”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재들의 진심 재현… 재미에 감동까지
그런데 이 사뭇 평범한 소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올리는 영상마다 평균 조회수가 약 100만에 달한다. 특히 이 중 80%가 자극적인 소재에 더 열광한다고 알려진 20~30대다. 멤버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젊은 세대들이 그토록 싫어한다는 전형적인 ‘꼰대’ 아재들의 모습이지만, 거친 모습 뒤편에 묻어나는 순박하고 구수한 진심까지 재현해 마치 아버지나 친척 어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기가 높은 한사랑산악회 회원 4인방을 월간<山> 7월호 표지 모델로 섭외, 촬영을 진행하며 즉흥 인터뷰했다. 이들은 연기에 몰입하기 위해 모든 질문에 콩트 내 캐릭터로 답하겠다고 했다. 김민수는 늘 ‘열정’을 외치는 경상도 사나이 김영남 회장, 이창호는 입이 거칠고 성격이 불같은 이택조 부회장, 이용주는 재미교포 출신의 LP바 사장 배용길, 정재형은 느긋한 말투로 5교시 수업을 초토화시키기 일쑤인 고등학교 교사 정광용을 연기한다. 이들의 캐릭터를 생생히 전하기 위해 가능한 발음 그대로를 옮겼다. 대부분 한사랑산악회 세계관에 입각해 현장에서 떠올린 콩트 대사로, 그 속에는 이들의 번뜩이는 재치와 현란한 입담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극중에서 김영남은 말끝마다 열정을 붙일 정도로 화끈한 경상도 아재로, 산악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배용길은 1976년부터 22년간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온 설정이라 영어 단어를 자주 사용하며, 7번 결혼했다가 7번 이혼했다는 이력이 있다. 정광용은 말이 엄청 느리고 수업을 지루하게 하는 배재고등학교 물리교사, 이택조는 늘 흥겨워하며 육두문자를 입에 달고 살 정도로 거친 말투를 사용하는 영등포상가번영회 부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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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랑산악회의 명장면 중 하나인 이택조 부회장의 세수. 그는 굉장히 거칠고 요란하게 얼굴은 물론, 귓등까지 피부가 빨개질 정도로 세수하는 장면을 연출해 2030세대의 공감을 자아냈다.
Q 한사랑산악회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요?
김영남(이하 김) 한사랑산악회는 이 중년의 삶이란 것이, 인생의 낙이 없다 보니깐 우리끼리 즐거움과 열정을 찾아보자는 의미로 만들었습니다. 하도 오래 돼서 몇 년도인지 모르겠는데 한 10년 전에 ‘산월 산일’이다 해서 3월 3일에 만든 건 기억이 납니다.
배용길(이하 배) 우리 외로운 사람들끼리, 쓸쓸한 사람들끼리 등산 다니면서 인생 한 번 원더풀하게 즐겨 보자기에 저도 참여했죠.
이택조(이하 이) 거 뭐 동네에서 한 가닥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산 간 거지 뭐.
정광용(이하 정) 저는… 영남이가… 같이하자… 해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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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은 산행 중에 서로 자기 할 말만 하면서 다른 이의 말에는 잘 호응해 주지 않는다. 그러다 싸움이 일어나기도 일쑤. 2030세대 눈에 비친 중년의 특징 중 하나다.
Q 신입 회원 모집 계획은?
김 아직 모집계획은 없는데 정말로 열정 있고, 도전을 좋아하는 열정적인 사람이라면 받아들일 의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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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교사 정광용 역할의 정재형. 산행 중에 풀을 보면 “이건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아는 체하며 잘못 먹었다가 도로 뱉어내곤 한다.
Q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이 처음으로 영남 회장과 육탄전을 벌였던 계양산 전투가 떠오릅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산악회가 서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죠.
 택조가 잠깐 회장을 맡았다가 독재로 문제 일으켰던 서달산이죠. 택조 잘못을 어머니처럼 싹 품어 주면서 내 스스로도 이 김영남이가 참 멋있는 사람이란 걸 새삼 내 또 알았습니다.
배 이택조 부회장이 내가 자기 부인과 내통하는 중 알고 해프닝이 생겼던 서대문 안산이 떠오르네요. 여러 고난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인 것 같습니다.
정 인왕산입니다…  처음으로 한사랑산악회 유튜브를 찍은 산인데…  오랜만에 다시 갔는데… 산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우리는… 변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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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랑산악회 회장이자 삼천리 자전거 직영점 2개, 대리점 3개를 운영하는 사장 김영남 역할의 김민수. 늘 열정을 외치며 도전을 강조한다. 가끔 너무 고집을 심하게 부리는 모습을 보이는데, 2030세대는 이 장면에서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아버지를 떠올린다.
Q 한사랑산악회가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가장 큰 비결은 뭔가?
김 이 코로나십구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등산 많이 하면서 타이밍이 맞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우리 4명이 잘 생겨서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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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로 ‘엘비스 프레슬리’란 이름의 LP바 사장 배용길 역할의 이용주. 실제 재미교포들도 감탄할 만큼 문장에 종종 영단어를 섞어 쓰는 교포 스타일 말투를 맛깔스럽게 연기한다.
Q 가장 좋아하는 산과 그 이유는?
배 뭐 아무래도 제일 많이 가본 설악산이죠. 옛날에 신혼여행으로 3~4번 정도 뉴설악, 켄싱턴을 갔거든요. 매번 같은 산이지만, 올 때마다 다른 감정이 느껴집니다.
김 이 김영남이는 영남알프스입니다. 고향이 울산인데 가지산 가면 그 평지 위의 갈대밭을 거닐 때 기분이 증~말 좋습니다.
 나는 한라산이 제일 좋아. 다른 산은 그 자리에 고대로 있지만, 한라산은 들고 다니면서 홀짝 할 수도 있고, 또 누가 달라 하면 줄 수도 있으니깐.
정 하산… 허리가 아파서… 내려갈 때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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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넘치는 중년 남성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한사랑산악회 멤버들.
Q 산에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산에 가면 아무도 나한테 뭐라 하는 사람이 없어서 좋아. 또 산에 오면 고민 하나 가져와서 툭 던져놓고 가도 묵묵히 들어주거든? 나는 그래서 산이 좋아.
 그은강 때문이지. (근강요?) 아니 건강!
 친구들 볼라고… 요즘 친구들 보기가 어려워서…
배 우리가 자연에서 왔기 때문에, 삶의 답도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 자연과 함께라면 인생의 고통도 카미리(코미디)로 보인다. 이렇게 말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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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삼청공원 말바위 전망대에서 각 캐릭터에 맞게 포즈를 취한 한사랑산악회 멤버. 왼쪽부터 정재형(정광용, 이하 극중 이름), 이용주(배용길), 김민수(김영남), 이창호(이택조).
Q 즉흥 인터뷰인데 메소드 연기가 완벽하다. 마지막으로 월간<山> 독자 및 팬 여러분들에게 한마디.
건강이 최고입니다. 건강이 없으면 산도 오르지 못하고, 이 산이 1년에 네 번 옷 갈아입는 모습도 못 보게 되거든요. 그러니 항상 건강하시고, 가정에 계획하신 일들 만사형통하시고, 영육간에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김 우리 등산인 여러분들, 어떤 산이든 열정을 가지고 오르십시오. 부동산은 못 오른다 해도 산은 오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미국 말에 이런 말이 있어요. 러브 원 어나더Love one another. 서로 사랑하라. 힘든 시기 사랑으로 이겨냅시다.
 하심下心하십시오. 남의 허물을 보기 전에, 내 허물을 먼저 봐야 어떤 산악회나 관계가 다 오래 갈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월간산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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