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그린 무수한 초록 동그라미 그리고 초콜릿 바위

  • 글·사진 김영미 여행작가
    입력 2021.07.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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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스러운 초록 동그라미가 가득한 차웅와 바닷가.
    매일의 일상에서 아주 가끔 내 눈 속에 담긴 후 헤어나지 못하는 풍광을 담은 사진을 만난다. 그 풍광을 들여다보며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언제 갈까?’ 오라는 것도 아닌데 나는 이미 그곳에 가야 할 운명을 느낄 때가 있다. 바다 위에 그려진 수많은 초록 동그라미, 초록 양탄자가 펼쳐진 듯한 이색적인 풍광에 잠시 혼미해졌다. 이곳은 어디일까? 뭔가 알지 못하는 힘이 나를 이끌었다. 그곳이 미얀마의 바닷가에 있는 작은 마을 차웅와Chaung Wa라는 것은 알게 되었고 미얀마 여행을 결정했다.
    차웅와는 미얀마 서남쪽에 있는 마을로 바다와 강이 합류되는 지점에 있다. 미얀마 양곤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관광안내소로 뛰어갔다. 신비스러운 초록 동그라미가 가득한 바다 사진의 비밀의 답을 얻을 줄 알았지만 현지인들조차 모두 생경한 곳이라고 했다. 여행책자에도 나오지 않고 구글링에서도 찾기 어려운 신비로운 바닷가 마을인 차웅와는 나뿐 아니라 그들에게도 미지의 장소였다. 다만 파테인Pathein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다는 정보만을 듣고 무작정 양곤을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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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테인의 우산공장에서 전통방식으로 우산을 만들고 있는 모습.
    양곤에서 버스로 6시간, 배로 9시간
    파테인은 미얀마 최대의 곡창지대인 이라와디주Ayeyarwady Region의 주도. 양곤에서 버스로 족히 5~6시간은 걸린다. 파테인행 버스 터미널을 알려 준 숙소의 스태프가 버스 시간은 정확하지 않다며 가능한 일찍 터미널로 가라고 한다. 왜! 시간을 모른다는 것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새벽 5시에 숙소를 출발했다.
    남대문시장처럼 북적거리는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 호객꾼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그중 한 사람의 안내로 버스 사무실로 갔다. 그런데 버스 출발 시간이 오전 6시란다. 분명 어제까지는 출발 시간을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버스에 가득 차면 떠나기 때문에 버스 시간표가 있을 수 없었다. 현지 시스템을 한국식으로 이해하려는 내가 문제였다. 여행은 습관적이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생각들을 흔들어 준다. 파테인행 버스 티켓은 6,000짯(약 4,800원)에 구입했고 다행히 승객이 많아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버스가 출발했다.
    양곤을 출발한 버스는 손님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내려 주고 태워 주고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파테인에 도착했다. 그런데 버스터미널이 아닌 그냥 도로 한복판.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아서 더욱 긴장했다. 버스에서 내린 나를 오토바이 기사들이 에워쌌다. 차웅와로 가는 배가 있는 선착장까지 요금을 흥정해서 탔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마침 차웅와로 가는 배가 승객들을 태우고 있었다. 파테인에서 차웅와까지는 8~9시간 소요. 지금 배를 타면 밤에 도착하게 돼 차웅와에서 1박을 해야 하는데 그곳에서는 외국인 숙박이 허용되지 않는다. 외국인이 머물 수 있도록 허가받은 숙박시설이 없으니 배에서 밤 시간을 보내고 새벽에 도착해야만 한다. 다행히 지금은 건기(12월~5월)라서 야간에 출발하는 배가 있지만 우기(6~11월)에는 야간에 출발하는 배가 없어서 차웅와에 다녀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음 배는 저녁 8시. 낮 시간 동안 파테인 시내 구경에 나섰다. 파테인은 다양하고 화려한 우산 수공업이 발달해서 도시 곳곳에 우산을 생산하는 작은 공장들이 많다. 우산 공장과 파고다를 둘러본 후에 야시장에서 밤에 먹을 간식도 몇 가지 사서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배는 이미 많은 화물과 사람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도 없고 구명보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런 배가 과연 무사히 차웅와에 도착할 수 있는지?’를 걱정하기보다는 밤새 타고 갈 배에 ‘나는 어디에 앉아야 하는지?’가 더 막막했다. 다행히 친절한 미얀마 사람들이 나를 위해서 자리를 조금씩 좁혀 주었고 특별 자리를 배정받았다. 파테인강을 따라 배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출발이다. 차웅와는 어떤 모습으로 나를 기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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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웅와의 바닷가에 있는 초콜릿바위와 인어상.
    화성에 바다가 있다면 이럴까
    이른 새벽 동도 트지 않은 시각에 차웅와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30분 늦은 새벽 4시 30분이었다. 선착장에는 가족들을 마중 나온 이들로 북적였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차웅와를 안내해 줄 가이드 와이를 소개받아서 미리 연락해 놓았는데 마중 나온 사람은 없었다. 난감했지만 침착하게 그에게 전화했다. 전화만 하고 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지 와이는 내가 도착한 것을 확인했으니 지금 나오겠다고 했다.
    10여 분 후 와이가 도착했다. 한국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가이드 와이는 한국말을 조금 했다. 문장이 아니라 단어로. 그나마도 의사가 전달되니 참으로 고마웠다. 우리가 어디를 가고 싶어 하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어둠을 뚫고 새로운 땅 차웅와를 달리는데 저 멀리서 여명이 올라왔다. 매일 뜨는 태양인데도 이런 순간이면 여지없이 마음이 바빠진다. 차를 세우고 일출을 보자고 이야기했지만 그는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저러다 해님이 땅 위로 솟아오르면 어쩌지??
    처음 도착한 곳이 사진으로만 보던 바로 그곳이었다. 인도양 벵골만 해변의 경치는 태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초록 동그라미가 가득하고 초콜릿 바위가 있는 곳이다. 초록이끼가 가득한 바다가 펼쳐 있고 버섯 같기도 하고 초콜릿 과자 같기도 한 바위들이 진기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바다를 가득 채우고 있는 초록 물방울 세상은 사진으로 볼 때보다 더 신기하고 환상적이었다. 초록이끼는 파래였다. 바다에  무수히 그려진 동그라미는 신만이 만들 수 있는 풍경이었다. 동그라미마다 파래가 자랐다. 태초의 자연이 이랬을까? 한동안 꼼짝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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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와 바람에 의해 조각된 초콜릿바위가 가득한 차웅와 해안.
    파도가 조각한 ‘초콜릿 과자’
    무수히 만들어진 동그라미 속에 태양이 빛났다. 햇살 아래 초록 동그라미는 더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말로 어찌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그곳을 걸을 때는 마치 화성의 바다를 산책하는 것 같았다. 잠시 화성인이 되어서 초록 바다를 걷고 또 걷다가 가까이 가서 보고 또 보았다. 24시간 동안 잠도 못 자고 왔는데 피곤하지 않았다.
    지형은 사암지대. 풍화작용으로 깎여서 만들어진 바닷가 초콜릿 바위는 손으로 문지르기만 해도 부서질 정도이다. 그 가녀린 바위가 파도와 바람에 의해 조각품으로 창조되어서 전시되어있었다. 현지인들이 초콜릿이라고 부르는 바위였다. 불교나라답게 초콜릿 바위 위에도 불탑이 있었다.
    초콜릿 바위와 초록 동그라미가 연출하는 환상적인 자연의 모습을 뒤로하고 자그마한 마을 차웅와를 둘러보았다. 집집마다 새우를 말리고 있었다. 이곳의 유명한 특산물 중 하나가 새우젓과 말린 새우. 청정해역에서 자란 새우를 깨끗한 땅에서 햇볕과 바람을 이용해 말렸으니 그 신선함은 말해서 무엇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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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와디강가에 형성된 차웅와의 수상가옥.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집도 구경하고 사람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여기서 파테인으로 나가는 배는 하루에 2번 일정한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오늘은 정오와 오후 5시에 출발한다고 한다. 오후 5시 배로 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행여 날씨가 변동되어 발이 묶이게 된다면 그보다 더 난처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 안전하게 정오에 출발하는 배를 타기로 했다. 무박3일의 일정 속에 단 7시간의 아주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꼭 보고 싶었던 초록 바다를 보았으니 아쉬움보다는 뿌듯함을 안고 파테인으로 돌아오는 배에 올랐다.
    `파테인으로 향하는 배가 선착장에 설 때마다 밀물처럼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음식이 가득 담긴 쟁반이나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배로 올라와 음식을 팔았다.
    파테인에서 밤버스를 타고 새벽에 양곤으로 돌아왔다. 피곤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험난한 무박 3일간의 일정이었지만 막연하게 꿈만 꾸지 않고 꿈을 실현시키고 돌아온 나를 잠시 칭찬했다. 초록 동그라미 하나하나에 내 사연을 담아두고 싶었던 시간.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풍광이었다. 머나 먼 여정은 초록 바다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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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여 명 정도 들어서면 꽉 찰 정도로 아주 협소한 차웅와 선착장.
    파테인 둘러보기
    차웅와 여행을 계획한다면 파테인에서 낮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때 파테인의 우산 공장을 구경하면 더욱 알찬 여행이 될 것이다. 파테인은 우산산업이 발달해 있고 모두 가내수공업으로 제작된다. 우산이나 양산으로 쓰기도 하지만 특히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에서 실내 장식용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 짜익티오의 호텔 식당에서 인테리어로 사용했는데 참 멋스러웠다.
    내가 방문했던 공방은 Shwe Sar Umbrella. 들어서는 입구부터 화려한 우산들이 반겨준다. 컬러도 무척 강렬하다. 그중에 빨간색이 단연코 제일 눈길을 끈다. 제일 큰 것이 6만5,000짯 정도. 만드는 데 1주일이 걸린다. 1주일 걸려서 만든 제품이 우리 돈으로 5만 원 정도라니! 여행 중이라 살 수는 없지만 마음은 벌써 한 개 사서 배낭에 넣었다.
    여행 중이라 구입하지 못한다고 말했음에도 열심히 설명해 주고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서 참으로 감사했다.
    파테인 맛집
    음식도 좋았지만 가격도 착하고, 무엇보다 사장님 이하 직원들이 참 친절했던 Perfect Restaurant. 도착해서 아침 겸 점심, 간단한 저녁, 다음날 또 저녁까지 세 차례나 방문했으니 첫 인연에 단골이 되었다. 미얀마 말로 거북이라고 부르는데 발음을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우리의 수수부꾸미처럼 수수를 반죽해서 튀겼는데 깔끔하고 맛있었다. 포장해서 먹기도 좋아서 차웅와에 갈 때 테이크아웃으로 준비해 갔다. 가격은 1,500짯. 한화 1,200원 정도이다. 유난히 수수를 좋아해서 세 번이나 먹었다.
    또 하나 추천메뉴는 코코넛 아이스크림. 코코넛을 얇게 저며서 아이스크림과 함께 주는데 코코넛 아이스크림이라기보다는 코코넛 샐러드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메뉴. 살짝 출출할 때나  입맛 없을 때 먹으면 좋다. 다른 음식들도 좋았는데 특히 두 가지가 맛있었다. 오랜 시간 식당에 앉아 있어도 눈치 주지 않고, 간단하게 세수하고 양치까지 하도록 배려해 주어서 참 고마웠다. 
    양곤에서 차웅와 이동방법

    1. 양곤 시내 => 파테인행 버스터미널 택시로 이동 50분 소요(요금 1만600짯)
    2. 양곤 버스터미널 => 파테인 버스로 이동 4시간 30분 소요(요금 6,000짯)
    3. 파테인 버스 하차지점 => 선착장 오토바이 택시로 이동 20분 소요(요금 2,500짯)
    4. 파테인 선착장 => 차웅와 보트로 8시간 소요(요금 3,000짯)
    본 기사는 월간산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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