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먹듯 100km 행군 하던, 병장 시절이 떠올랐다

  • 글·사진 임덕용 꿈속의 알프스등산학교
    입력 2021.07.06 10:09

    [해외 등반] 이탈리아 코르티나 돌로미티 울트라 트레킹 3
    130km, 7일간의 돌로미티 행군을 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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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뒤로 팔자레고 고개의 라가주오이 산군이 펼쳐져 있다.
    산행 5일차 
    말가 라 스투아~콜 갈리나 산장(약 19.5km)
    코스 말가 라 스투아(1,668m)~(7시간)~포르첼라 콜 데이 보스(2,331 m)~(1시간 30분)~콜 갈리나 산장(2,054m)
    난이도 상급
    소요 시간 약 9시간
    말가 라 스투아Malga Ra Stua에서 보낸 하룻밤은 친절한 목동 부부 덕분에 매우 편했다. 리모델링한 깨끗한 방과 화장실, 샤워장에서 몸과 마음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 하긴 4일 동안 힘들게 산행을 했으니 어떤 환경에서라도 잘 잤을 것이다.
    목동 부부가 직접 만든 신선한 잡곡빵과 버터, 치즈, 잼, 우유로 아침 식사를 하고 5일차 산행에 나선다. 등산로를 따라 산 우베르토Sant’Uberto 주차장까지 급하게 내려간다. 내려간 만큼 다시 올라야 한다는 부담감은 이제 산길에 모두 내려놓았다. 산은 어차피 올랐다 내려갔다 하는 행위의 반복이거늘, 며칠 전부터 힘들 때마다 저절로 입가에서 흘러나오던 “갈 테면 가야지 푸르른 이 산정을~”이란 노래 가락이 떠오른다.
    주차장에서 10번등산로를 따라 오르다가 길고 긴 401번길을 건너면 발 트라베난제스Val Travenanzes에 도착한다. 여기서 다시 오르기 시작해 콜 데이 보스Col dei Bos 분기점을 지나 402번길을 따라 팔자레고 고개Passo Falzarego로 내려가면 아주 작은 콜 갈리나 산장Col Gallina Refuge에 도착한다.
    ‘작은 닭’이라는 뜻의 콜 갈리나 산장은 돌로미티에서 가장 작은 산장 중 하나일 것이다. 산장 안은 아담하고 방은 3성 호텔이 부럽지 않을 만큼 깨끗했다. 화장실도 방 안에 있었다. 대부분 방이 반지하라 햇볕은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산장 밖에는 미니 사우나가 있어 섭섭하지 않았다.
    주인장이 만드는 채소 파스타와 닭고기, 소고기 요리 등은 일품요리였다. 조식도 뷔페식이었다. 특히 막 구운 복숭아 잼 브리오슈(크루아상)는 입에서 살살 녹았다. 대부분의 산장이 마른 빵에 라테나 홍차 한 잔 정도 주는 것에 비하면 황홀할 정도였다.
    말가 라 스투아Malga Ra Stua Tel. +39 0436 5753
    라가주오이 산장Rifugio Lagazuoi Tel.  +39 0436 867303
    콜 갈리나 산장Rifugio Col Gallina Tel. +39 0436 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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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소 지아우를 넘어 친구 가이드 프랑코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걷고 있다.
    산행 6일차
    콜 갈리나 산장~크로다 다 라고 산장(약 14.5km)
    코스 콜 갈리나 산장(2,034m)~(1시간 30분)~아베라우 산장(2,413 m)~(1시간 30분)~베르그 호텔 파소 지아우(2,236m)~(3시간 30분)~크로다 다 라고 산장(2,046m)~(30분)~말가 페데라(1,861m)
    난이도 중상급
    소요 시간 약 7시간
    갈리나 산장에서 맛있게 아침식사를 하고 길을 나선다. 폭이 넓은 초원길은 겨울에는 스키 슬로프로 변신하는 곳이다. 급경사 길을 올라 작은 리미데스Lìmides호수를 지나 아베라우 산장Rifugio Averau에 도착한다. 단언컨대, 이 산장은 돌로미티에서 최고 수준의 식사를 내는 곳이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산장 주인과 아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시간이 이르고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하니 맥주와 커피를 들고 나오며 조금이라도 쉬었다 가란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다.
    파소 지아우Passo Giau까지 급경사 길을 내려간다. 이제 산행 6일차라 사슴처럼 몸이 가벼워져 빠른 속도로 내려갈 수 있었다. 정신적으로 압박을 주던 큰 수술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덜어냈다. 무엇보다 내일이면 종주가 끝난다고 생각하니 없던 힘도 생기는 것 같았다.
    436번길을 따라 포르첼라 암브리졸라Forcella Ambrizzola까지 쉬지 않고 올라갔다가 크로다 다 라고 산장Croda da Lago Refuge을 지나 말가 페데라Malga Federa까지 내려갔다. 몇 번이고 올라갔다가 내려가길 번복했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약 110km를 걸었다. 무리해서 다시 약 4시간을 내려간다면 종착지인 코르티나에 갈 수 있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필자는 45년 전 육군 11사단 소속 수색대원으로 100km 행군을 몇 번이나 했었다. 평발이라 하루 이틀만 걸어도 물집이 터지고 쥐가 났지만 이를 악물고 계속 걸었다. 하루는 중대장이 손수 내 발에 약을 발라 주며 “이 독한 녀석, 이렇게 발이 엉망이 되었으면 미리 말을 했어야지. 덕용이 너는 에베레스트도 몇 번이고 올라갈 놈이다”라고 하셨다.
    트레킹의 막바지, 100km 행군을 마치고 군악대의 반주에 맞춰 씩씩하게 귀대할 때의 감동이 느껴지는 듯하다. 내일이면 코르티나 전통 밴드가 환영 연주를 하고 민속옷을 입은 금발의 미녀가 꽃다발을 들고 나를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아베라우 산장Rifugio Averau +39 0436 4660
    파소 지아우Berghotel Passo Giau +39 346 0696745
    크로다 다 라고 산장Rifugio Croda da Lago +39 0436 862085
    말가 페데라 산장Malga Federa +39 324 9249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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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로미티의 오봉, 친퀘 토리의 야경. 사진 www.bandion.it
    산행 7일차
    크로다 다 라고 산장~코르티나(약 11.2km)
    코스 크로다 다 라고 산장(2,046m)~(40분)~말가 페데라(1,816m)~(3시간)~코르티나(1,211m)
    난이도
    소요 시간 약 4시간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432번길을 따라 하산한다. 해가 들지 않을 정도로 좁은 협곡에서 수많은 폭포와 만난다. 특히 고레스 디 페데라Gores di Federa는 내려가지 않고 마냥 쉬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406번, 431번길을 오가며 아잘Ajal호수와 피아노제Pianozes호수를 차례대로 만난다. 캄포 디 소프라Campo di Sopra는 전형적인 라딘Ladin(돌로미티 전통 속의 오래 된 마을)마을로, 현재도 그들만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며 살고 있다.
    넓은 비포장 길을 내려가니 코르티나 성당의 종탑이 보인다. 길고 길었던 130km 여정도 이제 끝났다. 한쪽에서는 군악대의 힘찬 팡파르가 들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라딘마을의 밴드가 민속의상을 입고 전통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것 같다. 남들은 보지 못하는 나만의 상상 속 환영식이었으나 가슴이 벅차오른다. 7일 동안 눈과 마음에 담았던 풍광과 감동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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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르티나 울트라트레킹을 끝내고 토파나 산군 표지판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본 기사는 월간산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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