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아 아웃도어] 투박한데 섹시하다

  • 글·그림 윤성중
    입력 2021.07.07 10:11

    이달의 멋진 장비 아크테릭스와 팔라스가 협업한 백팩

    얼마 전 한 학생이 우리 가게에 들어왔다. 등산을 할 것 같지 않은 깔끔한 복장이어서 나는 놀란 눈으로 학생을 유심히 살펴봤다. 학생은 한참동안 배낭 코너 앞에서 서성이더니 곧 나한테 와서 물었다.
    “얼마 전에 TV 드라마를 봤는데요, 거기서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주인공이 등에 멋있는 백팩을 메고 나왔어요. 배낭은 노스페이스의 빅 샷이었는데요, 그것도 멋있었지만 저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멋진 배낭을 메고 싶어요. 괜찮은 게 있을까요?”
    간단한 질문 같지만 문장을 자세하게 뜯어보고 살펴보면 학생 손님의 취향이 엄청나게 까다롭다는 걸 알 수 있다. 학생의 요구사항을 분석해 보자. 학생은 등산이나 캠핑 등의 아웃도어 활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웃도어 브랜드가 가진 제품 디자인이 일반용품의 모양보다 독특하고 특별하다는 걸 알고 있다. 게다가 아웃도어 제품은 기능성 또한 좋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기능성은 학생이 제품을 고르는 데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쉽게 말해 학생은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제품이 품질과 기능 면에서 뛰어나다고 알려진 브랜드면 금상첨화다. 이른바 학생은 아웃도어 제품에 관해 높은 안목을 갖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최근 이 학생과 비슷한 유형의 손님이 늘었는데, 아웃도어 용품의 ‘투박한 아름다움’이 이들에게 이제야 인정받고 있다고 해야 할까? ‘어글리 슈즈’, ‘아빠 등산화’ 같은 못생긴 등산화 매출이 늘었다는 게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나로서는 그게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투박한 운동화와 커다란 배낭을 멘 학생들이 그리 ‘못생겨’ 보이진 않다. 어쨌든 학생의 까다로운 안목에 딱 맞춘 제품이 마침 매장에 있었다. 나는 배낭 코너를 뒤적여 아크테릭스와 팔라스가 작년 12월 협업해 출시한 컬렉션 중 20L 배낭을 꺼내어 학생 앞에 내밀었다. 배낭은 붉은색을 메인 컬러로 써서 일상생활용으로 사용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색상을 지녔지만 학생은 단박에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나는 배낭을 내놓고 학생에게 설명을 곁들였다.
    “이 배낭은 사실 알파인 등반용 배낭이야. 알파인 등반 뭔지 알지? 꽤 위험하고 힘든 암벽등반 등을 할 때 쓰는 배낭이란 말이지. 등반용 배낭이라는 건 엄청 튼튼하게 만들었다는 뜻도 되지. 그런데 제품 이름에 AR이라는 알파벳이 붙어 있어. 이건 ‘올 라운드All Round’라는 뜻이야. 즉, 일반 등산용으로 써도 되고 학교 갈 때 책가방으로 써도 된다는 뜻이야. 색이 좀 화려한데 괜찮겠어? 이 배낭과 맞춰서 일상복을 입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일 텐데.”
    학생은 “완전 멋있다”면서 색상도 자신이 원하는 그대로라고 기뻐했다. 하지만 꽤 비싼 가격 때문인지 지갑을 꺼낼 땐 손을 덜덜 떨었다.
    ’잘 팔아 아웃도어’는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입니다. 월간〈山〉 필자가 편집숍 주인이라는 설정으로 매달 주목할 만한 아웃도어 장비를 추천하고 소개합니다.
    제품 및 브랜드 정보
    팔라스 스케이트보드 Palace Skateboard
    2010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다.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입는 편안한 옷을 만든다.
    아크테릭스 알파 AR 20 백팩
    팔라스와 협업해 출시한 배낭의 원형이다. 아크테릭스에서 자체 개발한 원단 N315r HT 나일론 6,6 LCP를 사용해 제작했다. 이 배낭은 전문등반용으로 외부에 주머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18만4,000원에 판매 중이며 팔라스 협업 제품인 해외 버전은 43만8,000원 정도의 비용으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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