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짜릿함으로 바뀌는 데 딱 3초

입력 2021.07.13 09:48

[Man&Wall-전투산 상데미암 리지]
경남 함안 전투산 상데미암 10피치 리지 청람길과 동진길 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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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피치 청람길 크랙 구간을 등반하는 김규철씨. 상데미암 리지에서 많은 동작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구간이다.
경남 함안 전투산 상데미암을 찾았다. 청람길은 창원 청람산악회의 이름을 붙였고, 동진길은 2008년 히말라야 K2 등정을 마치고 하산 중 고인이 된 황동진 등반대장을 기리기 위해 지은 이름이다.
창원 청람산악회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상데미암에서 개척작업을 하여 청람길과 동진길을 만들었다. 상데미암 5개의 암봉을 오르내리는 리지 코스이며, 청람길과 동진길은 다른 길이지만 선의의 경쟁을 하듯 평행하게 등반라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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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봉씨가 5피치 청람길 출발지점에서 온 힘을 쏟아 등반을 이어간다.
청람길과 동진길은 총 10피치로 되어 있다. 1~3피치가 1봉에 몰려 있으며, 2봉의 4피치 등반 후 15m 전진해서 15m 하강하면 3봉 스타트 지점에 닿는다. 독립바위인 3봉이 5피치이며 여기서 청람길은 크랙 25m 구간, 동진길은 디에드르(책을 세워놓은 것 같은 직립 암벽) 구간이 이어진다. 5피치 등반 후 40m 전진하면 4봉인 6~8피치 구간이 우뚝 서있다.
4봉 정상에서 우측으로 60m 전진하면 하강구간이 나온다. 9피치 구간을 가려면 여기서 하강하거나 티롤리안브리지를 할 수 있다. 곡예하듯 외줄을 타고 스릴 넘치는 낭떠러지를 건너는 티롤리안브리지를 마치면 9피치 종료지점에 닿는다. 9피치에서 8m 정도 되는 짧은 10피치 구간을 오르면 리지등반이 끝난다. 여기서 다시 9피치 출발점으로 하강 후 하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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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피치와 9피치를 이어주는 티롤리안브리지 구간. 김성우씨의 얼굴에서 짜릿함과 공포감이 동시에 묻어난다.
비포장 임도를 따라 7분을 올라가니 자연 마당이 나온다. 좌측 산소 아래로 15분여 완만한 오르막길을 가면 상데미암 출발지점이 나온다. 오늘은 진주 스카이클라이밍센터 회원들과 등반에 나선다. 2개 팀으로 나누어 청람길은 최종화씨가 선등을 하고, 동진길은 진주 스카이클라이밍 센터장인 김규철씨가 줄을 묶는다.
하나의 암봉이지만 3피치로 구간이 나뉘어 있을 만큼 거대한 바위봉우리다. 암봉 꼭대기를 향해 오르는 3피치는 막강한 고도감이 관건이다. 저 멀리 펼쳐지는 시원한 풍광은 아찔함과 동시에 상쾌함으로 다가온다. 암질이 퇴적암이라 부스러지는 바위가 있을 수 있어 항상 낙석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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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롤리안브리지 구간을 지나는 안소영씨의 몸짓이 자유롭다. 허공에 매달려 하늘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지 궁금해진다.
3피치 구간, 청람길은 5.10a의 난이도이고 동진길은 5.10d의 난이도이다. 동진길 3피치는 페이스라 아찔한 고도감으로 등반자에게 부담을 준다. 은근히 어려운 구간이지만 홍일점인 안소영씨와 김성우씨는 진지한 눈빛으로 등반한다. 
진주 스카이클라이밍센터 회원들은 4피치 등반 후 독립봉인 5피치 청람길 크랙과 동진길 디에드르 등반을 이어간다. 난이도 5.10d인 청람길 크랙 구간은 볼트와 캠을 적절히 이용해야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다. 출발 지점이 좀 까다롭다. 추락에 대비한 적절한 위치의 캠 설치가 중요하다. 크랙 등반 능력과 레이백 동작이 관건인 5피치는 상데미암 리지의 즐거움을 압축한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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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피치 동진길을 등반 중인 안소영씨. 등반선이 아름답다.
하나의 암봉에 6~8피치가 나뉘어 있다. 특히 청람길 8피치 상단에 위치한 오버행도 전체 구간 중 백미라 할 수 있다. 짧은 오버행 크랙은 아찔한 고도감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청람길의 고빗사위구간을 통과할 때 저 멀리 동진길에 또 다른 사람이 등반에 열을 올리는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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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을 마친 진주 스카이클라이밍센터 회원들.
아재개그로 마무리하는 10피치 등반
8피치 정상에 올랐다가 조금 걸어서 내려서자 9~10피치가 있는 암봉이 나무 사이로 눈에 들어온다. 우측 아래쪽에 하강지점이 보인다. 이 구간이 9피치와 연결되는 티롤리안브리지 구간이다. 첨봉과 첨봉 사이에 로프를 연결해 공중으로 횡단하는 것을 말한다. 하강해서 등반을 이어가도 되지만 티롤리안브리지를 경험해 보는 것도 묘미이다.
하강지점과 9피치 종료지점을 로프로 단단히 연결하고 티롤리안브리지 통과를 시작한다. 안소영씨가 먼저 나서고, 김성우씨가 재빠르게 이어간다. 처음 낭떠러지 외줄에 매달릴 때 겁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로프가 안전함을 알고 있기에 3초면 공포는 짜릿한 도전의식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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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피치 마지막 크럭스 구간. 짧은 오버행구간이지만 고도감이 짜릿하다.
국립공원공단 직원으로 근무 중인 김성우씨는 대통령기등산대회 1위를 차지했으며, 경비행기 면허를 소지한 다재다능한 등반가이다. 청람길 출발점부터 리딩을 한 최종화씨는 데날리 원정등반은 물론이고, 울트라마라톤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만능 스포츠맨이자 등반가이다. 
티롤리안브리지 구간을 통과하고 짧은 10피치 등반을 마쳤다. 9피치 출발지점으로 하강해 등반을 마무리 한다. 10피치를 오르내리며 힘과 체력 소비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는 안소영씨는 여전히 밝은 모습으로 장비를 정리한다. 긴장이 풀린 탓일까 노상봉씨는 아재개그를 연신 발산하며 묵은 긴장감을 바람결에 실어 보낸다. 상데미암에 웃음소리가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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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도 출처 daum 블로그 도랫굽이
상데미 청람·동진길
필요 장비 로프 60m 1동. 캠 1조, 퀵드로 12개
야영장 주소 경남 함안군 군북면 오곡리산3-1
주의 사항 전투산 상데미암 입구 기슭에 컨테이너 집을 지어놓고 거주하는 등반가가 있다. 주변인들 사이에 ‘자연인 등반가’라 불리는데, 그의 집 앞마당에서 야영을 많이 한다. 식수 이용도 가능하다. 야영을 위한 야영장이 아니라 등반을 위한 야영장이기에 항상 깨끗하고 조용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진주 산악인들의 당부. 비포장 임도로 자연인 마당까지 갈 수 있으나 협소할 수 있으니 차량을 도로가에 세워두고 5분여 걸어 올라갈 것을 권유한다.
본 기사는 월간산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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