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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백년가게] 오래 가는 가게엔 특별한 게 있다

글 김규보 기자 사진 신규철
  • 입력 2021.07.26 09:22
  • 수정 2021.11.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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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의정부·포천의 소상공인 인증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을 소개합니다

이 기사는 KTX매거진과의 기사협약에 의해 제공합니다.

덕화원

10평 식당이 양주 대표 중국집이 된 사연

눈이 먼저 감탄한 다음 입이 감동한다. 해삼, 오징어, 새우 등 삼선간짜장 한 그릇에 올라간 재료가 두 그릇 분량인 양 많고, 맛 또한 담백하고 깊게 스며들어서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생각. ‘이리 넉넉하게 내놓는데 수지가 맞을까?’ 덕화원은 1967년부터 지금껏 한자리를 지켰다. 훌륭한 중화요리를 대접하겠다는 마음으로 “그래도 되느냐”라는 말을 들으면서 값비싼 재료를 아낌없이 썼다. 1,000원이 아닌 100원만 남기는 대신에 나머지는 다 재료에 투자했다.

중국에서 넘어와 가게를 연 어머니 장영란씨의 원칙을 손덕수 대표가 굳건히 지켜왔다. 그런 고집이 허허벌판이던 경기도 양주 덕정역 옆 10평 가게를 지역을 대표하는 중국집으로 만들었다. 물론, 정성을 알아주는 손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손 대표와 아들 손무륭씨는 매년 쌀 100여 가마를 어려운 이웃과 나눈다. 덕화원의 마음이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

주소 양주시 덕정길 4

문의 031-858-0103

메뉴 삼선간짜장 8,500원, 탕수육(중) 2만 원

김인영 태극나전

세계적인 나전칠기 가구를 향한 꿈

칼로 자개를 찍어 끊고 붙이는 손마디가 불그스름하다. 옻칠하고 끊음질하는 과정에서 밴 재료의 흔적이다. 작업을 멈추면 며칠 만에 사라지겠으나, 김인영 명장은 45년간 각인한 듯 품고 살았다. 나전칠기 가구를 세계가 사랑하는 브랜드로 키우려 쉼 없이 달린 노력이 매일 명장의 손을 주홍빛으로 물들인다. 그는 열일곱 나이에 나전칠기 공방에 들어갔다. 고향 강원도 홍천의 산과 강에서 예술적 영감을 흡수한 소년은 이내 놀라운 재능을 보였다. 나무에 맞는 조개 색을 가리는 안목, 정교한 손놀림이 포천시 제1호 명장의 실력을 일궜다. 

1990년대 경제위기가 닥쳐 가구 업체가 연달아 스러졌어도 그는 굳건했다. 화가와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해 나전칠기를 예술 작품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창작 스튜디오에서 수십 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세계적인 나전칠기 가구 브랜드의 꿈이 손끝의 주홍빛처럼 단단하게 여물어 간다.

주소 포천시 소흘읍 호국로 155

문의 031-542-8782

가격 가구마다 다름

고산떡갈비

의정부 최고 떡갈비로 우뚝 선 맛의 산

1979년 첫 선을 보인 ‘고산떡갈비’란 이름은 2대 고동원 대표가 지었다. 높을 고高에 뫼 산山, 떡갈비 맛의 정상에 서겠다는 열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하지만 2000년, 부친 고중훈씨에게 가업을 물려받은 그는 조리와 가게 운영 면에서 스스로 준비가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이미 정평이 난 고산떡갈비의 맛을 이어가는 동시에 품질을 더욱 높일 계획을 세웠다.

먼저 아버지에게 눈대중으로 배운 양념 레시피를 규격화했다. 배, 마늘, 생강의 양을 그램 단위로 조절하고 평가하는 일을 지독할 정도로 반복해 고기의 풍미가 생생해지는 레시피를 찾았다. 그뿐 아니라 좋은 고기를 직접 선별하고자 30㎏ 가까이 나가는 짝갈비 여러 대를 날마다 들여와 살을 분리하고 힘줄을 제거했다. 끈기가 배어들 때까지 치댄 고기를 숙성하는 일도 언제나 열심이다. 고산떡갈비라는 이름의 뜻은, 그렇게 현실이 되는 중이다.

주소 의정부시 평화로562번길 13

문의 031-842-3006

메뉴 소떡갈비 2만8,000원, 갈비탕 1만5,000원

홍두깨국시집

홍두깨로 수십 번 밀어 만든 진짜 손칼국수

1993년 당시 오지라 불리던 경기도 포천 왕방산 자락에 칼국수 가게를 열었다. 접근성은 떨어지나 맛이 사람을 불러오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시작한 가게였다. 첨가물로 현혹하려는 생각은 일절 하지 않고 면과 육수, 다진 양념을 바르게 내는 데 골몰했다. 반죽한 밀가루를 찐빵 모양으로 다지고 둥글게 늘인 후 밀가루를 묻혀 가며 홍두깨로 수십 번 밀었다. 전 과정을 기계로 하면서도 썰 때만 손을 쓰는 ‘손칼국수’가 따라 하지 못하는 차진 면발의 비결이다.

오직 쇠고기와 사골로 정직하게 우려낸 육수, 숱한 시도 끝에 완성한 다진 양념으로 아침마다 담그는 겉절이도 이 집의 자랑이다. 직원에게 4대 보험을 보장하고, 퇴직금과 수당을 꼬박 지급해 온 것 역시 특별하다 할 순 없지만 예사롭지도 않은 이경영 대표의 노력이다. 오늘도 그는 주방에서 홍두깨질을 한다. 어느새 식당이 만석이다.  

주소 포천시 정문동길 24

문의 031-535-7973

메뉴 손칼국수 9,000원, 만두 5,000원

본 기사는 월간산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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