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걷기] 군산에서 2시간 반…망망대해에 이렇게 멋진 길이!

  • 글·사진 김영미 여행작가
    입력 2021.07.21 09:28 | 수정 2021.07.22 10:45

    어청도 구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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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치산에서 바라보는 농배섬은 영락없이 도담삼봉을 닮았다.
    “물 맑기가 거울과 같아”, 어조사 어於, 푸를 청靑자를 쓰는 어청도. 중국 산둥반도에서 닭이 울면 그 소리가 들려온다는 어청도는 군산시 고군산군도에 딸린 섬으로 군산항에서 뱃길로 72km, 중국 산둥반도와는 300km 떨어져 있고, 서해 중부 해역에서는 가장 서쪽에 위치한 섬이어서 전략적인 요충지이다. 군산에서 배를 타면 2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어청도의 최고봉인 해발 198m의 당산 외에도 공치산과 검산봉, 안산까지 연결되는 능선길에 서면 외연군도와 어청도항의 전경이 바다에 담겨 양쪽으로 펼쳐진다. 눈도 마음도 시원스러운 풍광을 즐기며 걷는 길은 어청도 구불길의 백미이다.
    섬에서 가장 유명한 어청도등대는 아름다운 국립등대박물관에서 진행하는 등대스탬프투어의 아름다운 등대 15곳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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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각정에 서면 어청도항과 마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중국 재상 전횡이 망명한 섬
    기원전 2세기, 진나라 말기에 전횡은 중국 제나라의 재상을 지내다가 왕이 되었으나 한나라가 중국을 통일하자 측근 500여 명과 함께 망명길에 올랐다. 서해 망망대해를 떠다니다가 바다 위에 우뚝 선 산 하나를 발견했는데 전횡이 이곳에 배를 멈추고 푸를 청靑자를 따서 어청도於靑島라 이름을 짓고 살았다고 전해진다.
    아름답고 조용한 작은 섬 어청도는 풍선이 다니던 당시 군산에서 돛단배로 약 20시간 걸렸음에도 일본은 어청도를 거문도나 나로도처럼 항구로 개발했다. 청일전쟁 이후에는 중국으로 가는 항로의 안전성을 위해서 1912년 어청도등대를 건설했다.
    한때는 1,000여 명이 살 정도로 북적거리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200여 명이 살고 있는 아주 작고 조용한 섬이다. 이렇게 멋진 어청도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은 구불길 걷기이다. 어청도 구불길은 4개 코스, 총 10km 남짓이다. 구불길 전체를 하루에 걸을 수도 있지만 어청도등대의 일몰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으니 이곳에서 1박은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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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깎아지른 절벽 위에 우뚝 선 빨간 모자를 쓴 아름다운 어청도등대는 일몰 때 더욱 환상적이다.
    구불길의 백미, 한반도를 발견하다
    어청도선착장이 시작점인 2코스는 마을을 지나는 해안산책길이다. 해안을 따라 굽이진 길을 걸으며 편안하게 바다풍경을 즐기기에 좋다. 나무데크 길은 물 위를 걷는 느낌이 물씬하다. 멋지게 펼쳐진 편암들의 절경을 즐기다가 바닷바람에 살랑거리는 해당화와 인사를 나누며 걷다 보니 바위섬인 농배섬. 한 폭의 그림과 같이 환상적이다. 어청도 앞바다를 즐기다가 데크길의 끝에서 계단으로 올라서면 샘넘쉼터, 이곳부터는 구불길 3코스이다. 원시림의 한 곳으로 느낄 만큼 사람 냄새가 거의 없는 초록세상이다.
    검산봉을 지나 돛대쉼터를 지나니 길이 점점 험해지기 시작한다. 나무가 쓰러져서 길이 사라진 구간을 헤치며 숲길을 계속 걸으면 독우산에 도착한다. 독우산에 서서 U자형 어청도항을 감상하며 세찬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맞는다. 그 끝에 작은 십자가가 있는 바위섬을 바라보니 문득 세상에 홀로 너무 외롭게 있는 그 섬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조금은 위험하다 싶은 바위 끝에 앉으니 어청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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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청도의 주봉에 있는 봉수대는 서해로부터 오는 외적의 감시 및 경계를 목적으로 고려시대(1148년)에 만들어졌다.
    이젠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독우산에서 팔각정까지 이르는 주능선 길을 걸으면 누구든 어청도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독우산에서 샘넘쉼터, 안산 그리고 목넘쉼터로 이어진 길을 걷는다. 안산으로 오르기 전 샘넘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목넘쉼터로 오르는 길에 갑자기 한라산 백록담 같은 분화구가 나타났다. 그것은 분화구가 아니라 가파른 절벽이었는데 그 모습은 영락없는 분화구이다. 생각지 않았던 멋진 선물이다.
    공치산으로 올라서니 데크길에서 보았던 농배섬이 영락없이 도담삼봉을 닮았다. 보고 또 봐도 참 멋진 모습이다. 목넘쉼터부터는 조금 오르막길이다. 해막넘쉼터에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어청도의 자락이 한반도 지형 그대로이다. 어청도의 가장 멋진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이다, 어찌 이리도 정확하게 한반도 모습 그대로 담겨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감히 어청도의 백미라고 말해 본다.
    이제부터 팔각정까지는 나지막이 잡풀들이 가득한 능선길이다. 어청도를 내려다보며 걷다 보면 어느새 팔각정. 등대는 저녁을 조금 일찍 먹고 다녀올 예정이라 마을로 하산하는 1코스로 접어든다. 폐교된 어청도 초등학교에는 방송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사랑나무가 있다. 두 개의 나무가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이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애처로운 생각이 들었다. 이별을 예감하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모습은 아닐까? 마지막 코스는 치동묘. 어청도를 발견한 전횡 장군의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다. 전횡 장군은 한나라 유방의 부름을 받자 한나라의 신하가 되기를 거부하며 자결했고, 그를 따르던 500여 측근들도 모두 자결했다고 한다. 그들의 의기를 높이 사서 어청도를 비롯한 보령의 외연도, 녹도 등 서해안의 섬들에서는 지금도 전횡 장군을 풍어와 해상안전을 지켜주는 당신으로 모시고 매년 당재를 지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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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치산을 오르는 길에 바라보는 한반도 지형은 어청도 구불길의 백미이다.
    황혼과 햇빛과 등대, 환상의 3중주
    등대에서 일몰을 보기 위해 후다닥 저녁을 먹고 다시 1코스로 출발한다. 서둘러 등대로 향한다. 어둠이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하니 마음이 바빠진다. 다행히 팔각정부터 등대까지는 내리막길이다. 총총걸음으로 걸으니 등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해가 바다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등대에서 만나야 한다.
    헐떡거리며 등대에 도착하니 다행히 해는 아직 구름 속에 있다. 깎아지른 절벽 위 붉은 모자를 쓴 등대가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참으로 멋지다. 등대의 등명기에도 불이 밝혀졌다. 어청도등대의 등명기는 중추식으로 수은 위에 떠서 회전하며 12초마다 한 번씩 불빛을 쏘는데 이 빛이 37km의 먼 바다에서도 보인다고 한다. 등대 곁으로 구름을 뚫고 나온 태양의 빛이 비추니 바다는 어느새 오렌지빛으로 출렁인다. 구름 속에서 언제 나올지 모르니 해를 마주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 앉는다. 구름 사이를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해와 숨바꼭질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었는지? 마지막으로 빛내림까지 멋지게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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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청도를 발견한 전횡 장군의 제사를 지내는 사당인 치동묘.
    어청도 가는 길이 더 빨라진다
    다음날 새벽, 안산으로 일출을 보러 가려던 계획은 취소했다. 구름층이 너무 두터워서 멋진 일출 보기는 어렵겠다 싶었다. 숙소에서 조금 게으름을 피우다가 어제 걷지 못했던 4코스를 아침식사 전에 걸을 요량으로 나선다. 숲속 오솔길을 따라 오르다보니 해군부대 레이더 기지이다. 좁은 오솔길은 철망을 따라서 나란히 간다. 철망의 끝에는 삼거리가 있다. 오른쪽 길로 들어서 한참 걸어가니 팔각정과 봉수대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이젠 마음 편하게 봉수대를 향해서 숲길을 걷는다. 길은 편하고 숲도 무성해 건강산책길로는 무척 좋은데 조망이 전혀 없어서 살짝 아쉽다. 쉼터를 지나니 봉수대. 바로 곁이 어청도의 최고봉인 당산이다.
    정상도 밟았으니 이젠 하산이다. 봉수대를 지나서 헬기장으로 가는 길에는 바닷가로 내려가는 샛길이 몇 곳 있지만 아침식사 전에 돌아가야 해서 샛길 탐사까지는 시간 상 무리이다. 헬기장을 지나서 조금 내려오니 샤~악 소리가 반겨준다. 바로 조릿대 잎이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였다. 헬기장 주변은 조릿대가 가득하다. 조릿대 사이에 난 길을 따라서 선착장으로 내려서니 멋진 쉼터가 있다. 그곳을 내려오니 바로 선착장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신비의 섬 어청도를 더욱 빠르게 갈 수 있다고 한다. 군산해수청에 의하면 새로운 여객선이 9월부터 투입되어 기존 운항시간보다 40~50분 단축될 전망이다. 특별히 어청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아름다운 어청도등대의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야간 운행도 추진하고 있다니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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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시림처럼 느껴질 만큼 사람냄새가 거의 없는 어청도 구불길의 3코스인 안산넘길.
    어청도 구불길은 4개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 부지런히 걸으면 당일 4개 코스를 모두 걸을 수 있지만 1박2일 머무르면서 어청도등대의 일몰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1코스 등대길 : 선착장 - 치동묘 - 사랑나무 - 팔각정쉼터 - 등대 2.1km 
    2코스 해안산책길 : 서방파제 - 선착장 - 마을 - 해안팔각정 - 해안산책길 1.65km 
    3코스 안산넘길 : 팔각정쉼터 - 해막넘쉼터 - 목넘쉼터 - 안산 - 샘넘쉼터 - 검산봉 - 돛대쉼터 2.67km 
    4코스 전횡 장군길  : 치동묘 - 사랑나무 - 팔각정쉼터 - 봉수대 - 당산 - 헬기장 - 선착장 2.2km
    교통
    군산항에서 어청도 배편
    평일(1회) : 갈 때(9:00) 올 때(12:30)
    주말(2회) : 갈 때(08:00 13:30) 올 때(10:20 16:10)
    문의 대원종합선사 063-471-8772, island.haewoon.co.kr
    숙식
    양지민박 : 063-466-0607
    신흥상회 : 063-466-7117
    항구민박 : 010-4618-0801
    가격 : 방1개 5만 원(2인 기준)
    식사 : 8,000원(식사 가능 여부 미리 확인해야 함)
    어청도에서 식사를 하려는 경우에는 꼭 예약하는 것이 좋다. 특히 성수기가 아니거나 혼자인 경우에는 대부분의 식당에서 식사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군산에서 먹거리를 준비해 가거나 어청도의 유일한 중국집 양자강(063-454-7447)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본 기사는 월간산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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