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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내돈내산 아웃도어] 중등산화와 트레일화 장점만 두루두루

글·그림 윤성중
  • 입력 2021.08.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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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카오네 ‘스피드고트 미드2 GTX’
등산화 고르기가 가장 큰 고민이라는 손님에게 내린 처방

얼마 전 가게에 ‘어려운’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은 등산화를 찾는다며 좋은 제품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손님이 어려웠던 까닭은 그의 등산 스타일이 어떤지 아리송했고, 손님 역시 자신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등산하기를 원하는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좋은 제품은 널렸는데, 그렇다고 좋은 제품 중에서 아무거나 추천했다가 발에 안 맞을 가능성이 컸다. 우선 손님의 등산경력은 이랬다. 

“등산을 한 지 5년 정도 됐어요. 그동안 지리산 화대종주를 한 번 한 적 있고요,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서울의 북한산이나 도봉산 같은 산에 다녀요.”

걷기 위주의 등산을 하는 부류였는데, 그렇다고 걷는 속도가 느리거나 짧은 산행만 고집하지는 않았다. 이런 손님에게 정답은 두 종류의 등산화를 구비한 다음 두 개를 용도에 맞게 번갈아 신는 것이다. 10km 이상 장거리 산행을 할 때는 무겁고 둔탁한 중등산화를 이용하고, 10km 내의 짧은 산행을 할 때는 가벼운 트레일러닝화를 신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딱 하나만 신어야 한다면 어떤 게 좋을까?

일단 장거리 산행용 중등산화의 장점을 살펴보자. 여기에 속하는 등산화는 대개 신발 겉면이 가죽으로 되어 있다. 바닥은 딱딱하며 손으로 들었을 때 ‘무겁다’고 느껴질 정도의 중량을 갖고 있다. 이런 등산화를 신으면 발 디딤에 신경이 덜 쓰인다. 울퉁불퉁한 바위지대를 오랫동안 걸어도 발에 전해지는 피로가 적다. 목이 길어 등산 중 발목을 접지를 가능성이 적다. 그리고 튼튼해서 10년 정도 신어도 멀쩡하다(물론 창갈이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등산화의 단점은 등산을 마친 뒤 발을 더 편안하게 해 줄 가벼운 운동화를 한 켤레 더 챙겨야 한다는 것이고, 이럴 때 벗어 놓은 등산화를 들고 다니기가 꽤 불편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마인들Meindl, 잠발란Zamberlan, 한바그Hanwag, 로바Lowa 등이 있다.

다음, 가벼운 경등산화를 살펴보자. 이것의 대표적인 부류가 ‘트레일러닝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신발들은 대개 가볍고 접지력도 좋다. 쿠셔닝도 좋고 평지에서 신었을 때 편하다. 그래서 전천후 등산화로 사용할 수 있지만 좀 약하다. 

우선 발목을 지지하는 목이 짧아 발목이 튼튼한 사람에게 유리하고, 이런 신발을 신고 너덜지대를 통과할 때면 발에 상당히 많은 신경이 쏠린다. 겉면이 얇은 소재로 되어 있어 쉽게 구멍이 날 수도 있고 그래서 신발의 수명이 짧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호카오네오네Hoka One One, 알트라Altra, 살로몬Salomon, 라스포르티바Lasportiva, 컬럼비아 몬트레일Columbia Montrail, 노스페이스North Face 등이 있다.   

그래서 나는 손님에게 두 신발의 딱 중간지대에 있다고 해도 괜찮을 호카오네오네의 ‘스피드고트 미드2 GTX’을 추천했다. 이 브랜드의 스피드고트 시리즈는 트레일러닝용이며 그래서 발목을 받치는 목이 원래 없다. 

하지만 같은 시리즈에서 목이 긴 버전도 있다. 겉면에 고어텍스Gore-tex 소재가 쓰였고 비브람Vibram 밑창도 부착되어 있다. 그래도 신발은 중등산화보다 훨씬 가볍다(270㎜ 기준 376g). 푹신한 착화감도 장점이다. 값은 22만 9,000원이다.

내구성은 중등산화보다 떨어지는 게 확실한데, 이 신발은 확실히 중등산화와 경등산화의 딱 중간이라는 점에서 호카오네오네 제품을 추천한 것이다. 

호카오네오네 Hoka One One

아웃도어 장비 제조업체 살로몬의 직원이었던 니콜라 메르무드와 장 뤽 디아르가 2009년 프랑스에서 만들었다. 지금은 ‘데커스 아웃도어’라는 미국 회사에 인수됐다. 브랜드 이름 호카오네오네는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언어로 ‘훨훨 날다’라는 뜻이다. 2009년 신발이 처음 나왔을 때 두꺼운 미드솔(쿠셔닝) 덕분에 ‘맥시멀리스트 슈즈’라는 별명을 얻었고 당시 ‘미니멀리스트’를 추구하던 러닝화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내 돈 내 산 아웃도어’는 월간 <산>의 필자가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 주인이라는 설정으로 진행합니다. 수록된 제품 소개 기사는 편집숍 주인이 해당 장비를 직접 써 보고 추천하는 콘셉트로 작성됐으며, 업체로부터 제품을 협찬받거나 비용 지원을 받은바 없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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