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세의 산정무한] 산을 닮으려 애쓰며, 산길을 걷고 또 걷는다

입력 2021.09.03 09:34 | 수정 2021.09.08 13:56

〈1〉산, 내 운명의 시발점이자 종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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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서북능선에서 바라본 운무 속의 반야봉.
1955년 6월, 계룡산 서남쪽 용화사 골짜기 마애불 아래 다 쓰러져가는 농막에서 아버지 인산仁山 김일훈金一勳(1909~1992)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두 살 나던 이듬해, 어머니 등에 업혀 아버지 뒤를 좇아서 지리산 인근 깊은 산골 마을로 들어가 살다가 여섯 살 때 그곳에서 어머니를 여의었다. 
그해, 아버지 손에 이끌려 우리 삼형제는 서울 북한산 아래 빨래골로 삶의 터전을 옮겨 아버지가 손수 삽질을 하여 파서 만든 토굴 속에서 두어 해를 지냈다. 그 뒤에도 50여 차례 삶의 터전을 옮길 때마다 나는 늘 산을 의지해 ‘신산辛酸의 삶’을 영위했다. 
산에 오르며 삶의 그림을 그리다
67년이 지난 지금도 역시 경남 함양 죽림리의 삼봉산(1,187m) 기슭 해발 500여 m 지점의 5만여 평 산림지대에 농공상 복합 융합의 인산 동천仁山洞天을 조성해 그곳에서 자연의 도道에 따라 소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히말라야의 살아 있는 전설 엄홍길 대장이나 얼마 전 영원히 산으로 돌아간 김홍빈 대장처럼 비록 유명한 산악인은 아니지만 나 역시 그저 산이 좋아 산에서 시작한 인생이, 인생의 거의 모든 시간을, 이 산 저 산 옮겨 다니며 간간이 암벽도 타고 빙벽도 오르면서 여전히 삶의 그림을 정성스레 그려나간다.
산山은 내 운명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한 사실을 더없이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뿐 아니라 틈날 때마다 산을 찾아, 만고의 풍상을 묵묵히 견뎌내는 산을 닮으려 애쓰면서 산길을 걷고 또 걷는다. 때로는 반나절, 또 어느 때는 한나절 산길을 걸으며 세상의 온갖 시름을 털어버리고 방전된 기氣를 다시 채우며 즐거운 마음으로 하산下山하곤 한다. 
지난 2019년에는 1월 1일 신년 산행을 필두로 12월 29일까지 매주 토요일, 일요일, 기타 공휴일에 산을 찾아 산에 오른 횟수가 모두 75회였고, 지난해에는 1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총 82회의 산행을 한 것으로 포켓 다이어리에 기록되어 있다.
올해에는 1월 1일 이후 지난 8월 7일 입추立秋에 전북 남원시 아영의 봉화산에 오른 것이 올해 들어 64번째 산행이고, 이튿날 지리산 정령치에서 12시에 출발해 지리산 서북 능선의 고리봉-세걸산-세동치를 거쳐 총 6.8km의 거리를 걸어 오후 5시 30분에 전북청소년수련원으로 하산한 것이 65번째 산행이다. 산행에는, 마치 아내와 ‘소금의 언약’이라도 한듯 늘 동행同行하면서 고락苦樂을 함께한다.
입추 다음날이지만 해발 400여 m 고원지대 운봉 고을조차 영상 30℃ 전후 기온을 보였으나 평균 고도 해발 1,200여 m의 지리산 서북 능선을 걷는 5시간 30분 동안, 청량한 산들바람에 의해 내내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기쁨과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산이 주는 크고 작은 선물들
‘산에 들어가 산길을 걷고 산에 오르고 하산한다’는 것은 단순한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넘어 많은 의미와 가치를 지닌 특별한 행위로서, 스스로 마음을 비우고 받아들일 준비만 되어 있다면 산행할 때마다 산이 주는 크고 작은 선물들을 한 아름 안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하기 때문에 산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산길을 걷기 때문에 건강한 것이요, 산을 오르면 숨차고 괴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산의 청량한 바람을 온몸으로 호흡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며, 어느 시점에 이르러 곧바로 괴로움이 바뀌어 즐거움으로 변하는 것임을 ‘산꾼’들은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 일러 주어도 잘 못 알아듣거나 혹여 알아듣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않기 때문에 그냥 말 없이 홀로 산행을 즐기는 것뿐이다. 
당나라 때의 자연주의 구도자求道者로서, 천태天台 시풍현에 있는 한암寒岩의 깊은 굴에 살면서 주옥같은 시 300여 수를 남기고 홀연 세상에서 사라진 한산寒山의 시는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지리산 서북 능선의 청량한 바람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필자 나름의 번역으로 한산시寒山詩 한 수를 소개한다.
한평생 자연과 벗 삼아 도를 즐기며 사나니自樂平生道
자욱한 안개, 바위 골을 빙 둘러 감싸고 있네烟蘿石洞間
산야에서 일없이 지내는 사람, 거리낄 게 무언가野情多放曠
흰 구름과 함께 한가로이 노닌다長伴白雲閑
길이 있으나 세상으로 나갈 일 없고有路不通世
마음에 원하는 바 없으니 무엇을 연연하리無心孰可攀
외로운 밤, 홀로 돌 위에 앉노라면石牀孤夜坐
밝디밝은 둥근 달, 한산 위로 솟아오르네圓月上寒山
한산의 시는 1,000년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이 시대에 여전히 시를 읽는 이들의 마음에 신선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한편으로 가슴속 번뇌를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는 청량한 바람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산은 어떤 이에게는 넘어야 할 난관이자 은둔의 장소이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힐링과 재충전의 공간이고 마음을 비우고 더욱 가까이 다가가 잘 들여다보면 이태백이 읊은 바대로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의 ‘별천지’임을 깨닫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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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16m의 세걸산 이정표 앞에 선 필자.
인산가 김윤세 회장 
인산가는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였던 인산仁山 김일훈金一勳 (1909~1992) 선생의 유지를 펴기 위해, 차남인 김윤세 現 대표이사이자 회장이 1987년 설립한 기업이다. 인산 선생이 발명한 죽염을 비롯해 선생이 여러 저술을 통해 제시한 물질들을 상품화해 일반에 보급하고 있다. 2018년 식품업계로는 드물게 코스닥에 상장함으로써 죽염 제조를 기반으로 한 회사의 가치를 증명한 바 있다. 김윤세 회장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내 안의 의사를 깨워라』, 『내 안의 自然이 나를 살린다』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노자 사상을 통해 질병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올바른 삶을 제시한 『自然 치유에 몸을 맡겨라』를 펴냈다. 
본 기사는 월간산 9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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